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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청교섭 포문 연 공공부문… ‘진짜 사장’ 정부는 응답할까 [심층기획-노란봉투법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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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모범적 사용자’ 시험대
인천공항 등 공공분야 35개 사업장
기본권 보장·처우 개선 등 교섭 돌입
노조 높은 조직률 무기로 화력 과시
노동부 4월 ‘비정규직 개선책’ 발표
인건비 상승에 ‘勞勞 갈등’ 우려도
공공부문 성패가 민간 확산 분수령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으로 정부의 ‘모범적 사용자’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 공공부문 처우 개선 등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인건비 상승으로 노노(勞勞)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10일 노란봉투법 시행과 함께 공공분야에서 노동조합이 대규모 원청교섭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이날부터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원청교섭에 돌입했다. 법 시행에 맞춰 35개 원청 사업장을 상대로 7859명의 조합원이 원청교섭 포문을 연다.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전국공항노동조합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에 원청 교섭을 요구했고, 경기신용보증재단 노조는 경기도를 상대로 교섭을 신청했다.

세계일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10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제2조 2호에서 사용자 개념을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라고 확대했다.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하청 노동자들이 정부를 ‘진짜 사장’이라고 보는 이유다.

정부도 공공부문에서 선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간부회의에서 “공공부문 선도 노력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강조하는 ‘모범적 사용자’ 구호의 연장선이다.

공공부문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건 노조가 높은 조직률을 무기로 화력을 과시할 수 있는 분야여서다.

세계일보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기관의 노조 조직률은 71.7%로 민간(9.8%)을 크게 웃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건설, 조선 등 할 것 없이 외국인 노동자 비중이 늘어 조직화가 쉽지 않다”며 “반면 공공은 비정규직 지회도 크고 현안이 깔렸기 때문에 세 과시하기 좋은 영역”이라고 진단했다.

노동부는 다음 달 관계부처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한다. 현재 분석 중인 공공부문 기간제 근로자 계약실태, 공공부문 고용·임금정보 실태를 토대로 한 대책이다. 11일부터는 1년 미만 쪼개기 계약 관행이 의심되는 지방정부 30개소를 대상으로 기획감독에도 나선다. 이런 정부 기조와 맞물려 인건비 상승과 노노 갈등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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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동연구원장 출신인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하청 비정규직 임금을 올리려면 정규직 임금 인상분을 깎아야 하는데 정규직 노조가 교섭 테이블에서 양해해줄지 모르겠다”며 “본인(정규직 노조)들에게 돌아오는 분배 몫이 줄어든다면 교섭을 파행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비정규직 임금 발언이 적절한지도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미 비슷한 사례가 나올 조짐을 보인다. 지난달 정부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PS 하청 노동자 600여명을 직접 고용하는 방침을 밝혔다. 한전KPS 정규직 노조는 즉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정규직 노조가 배제됐고, 채용 공정성도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에서는 성과급 등 배분에서 불이익을 예상한 반발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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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원·하청 동반 성장을 위한 고용노동부-공정거래위원회 업무협약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노동부 측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노란봉투법과 무관한 별개 사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공공부문 노조들이 이미 정규직 전환 요구를 노란봉투법 시행에 맞춰 압박하고 있어 자칫 정부가 자충수를 두게 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교수는 “모든 공공기관이 제로베이스에서 교섭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정부가 의외로 강하게 사수하려 들 수 있고, 민주노총도 정부에 어느 정도 협조하며 건강보험공단 콜센터 문제 등 몇몇 이슈만 세게 밀어붙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공공부문에서 일정 성과를 낸 뒤에 민간 등 대기업으로 투쟁력을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말대로 모범적 사례가 창출될 것이란 낙관도 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공공은 노사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고, 엄밀히는 민간과 다르다”며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자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공공기관이 선도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지민·김은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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