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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서 온 가족 부둥켜안고 눈물·웃음…‘상봉장’ 된 인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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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은경씨(왼쪽)가 10일 카타르 도하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사위 김영서씨를 맞이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UAE·카타르서 출발한 비행기
교민·여행객 태우고 속속 도착
입국장 문 열릴 때마다 손 번쩍

“오기로 한 날보다 빨리 와 기뻐”
“딸 걱정돼 밤·새벽에도 연락”

9일 밤 12시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B출구 앞에서 80여명의 시민이 목을 길게 뺀 채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일본인 관광객은 ‘연예인이 오는 거냐’고 물었다. 입국장 문이 열릴 때마다 기다리는 이들은 손을 번쩍 들어 흔드는가 하면, 마침내 기다리던 얼굴을 찾은 이는 부리나케 달려가 부둥켜안았다.

이날 밤 아랍에미리트연합 아부다비에서 떠난 비행기 6대, 카타르 도하를 출발한 비행기 1대가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장 앞은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작은 상봉장이 됐다. 중동에서 돌아온 교민과 여행객들은 “현지가 당장 피신해야 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지만, 매일 울리는 미사일 요격 비상 알림에 불안했다”고 했다.

중동 지역에선 미사일 요격 소리가 뉴노멀이 됐다고 한다. 멀리서 ‘펑펑’ 소리가 들리고, 파란 하늘엔 요격의 흔적이 보였지만 언론에 나오는 것만큼 위험한 상황이라고 느끼진 않았단다. 아부다비 주재원 김모씨(48)는 “요격 소리에 불안은 하지만 그렇다고 막 불바다인 상황은 아니었다”면서도 “매일 오는 새벽 재난 알림에 불안해서 피신 오는 이들도 많은 듯하다”고 했다. 새벽마다 ‘미사일 공격이 있으니 안전한 장소로 피하라’는 알림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렸다고 한다.

아부다비의 어린이집과 학교는 원격수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 기업들은 주재원과 가족들에게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는 지침을 전달했다. 김씨의 4살짜리 아들도 어린이집을 가지 못하고 집에서 거품 놀이 수업 과제를 했다. 김씨의 어머니(73)는 “갈수록 걱정인데 말도 못하고 엄청 조마조마했다”며 “원래 오기로 한 날보다 당겨서 오니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아부다비 공항에서 이륙 직전까지 마음을 졸였다. 회사 동료와 함께 아부다비에서 돌아온 엔지니어 홍재연씨(36)는 “항공사에 전화해도 답변을 안 줬고, 폭죽놀이 하듯 터지는 소리를 들으며 어찌저찌 공항에 들어갔다”며 “비행기에서 안전벨트까지 다 매고 ‘출발하겠다’고 기장이 공지한 후에도 미사일 요격 소리가 나서 계속 기다렸다”고 말했다.

우려했던 것과 달리 비행기 안은 여유가 있었다. 아부다비를 출발한 비행기 좌석은 절반 정도만 찼다. 홍씨는 “처음엔 편도 300만원 정도이다가 갑자기 500만원, 나중엔 900만원까지 뛰었다”며 “돈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 못 온 사람도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국행 비행기 편수가 적다 보니 기다리기 불안한 사람들이 육로로 이미 이동한 듯하다”고 했다.

이어 10일 0시30분쯤 카타르 도하에서 출발한 승객들이 속속 들어왔다. 인천~카타르 직항이 끊겼지만 한국 정부 요청으로 카타르 측이 항공편을 긴급 편성했다고 한다. 착륙하자마자 비행기 안에선 안도의 박수가 쏟아졌다고 했다.

입국장 문이 열리자 이은경씨(54)는 “영서 아니야?”라며 사위를 향해 ‘왜 이제 와! 많이 보고 싶었어!’라고 적힌 펼침막을 힘껏 흔들었다. 이날 이씨의 딸은 출산이 예정돼 있었다. 전날 병원에 다녀온 이씨는 보호자출입증을 사위 김영서씨(34)에게 전달하며 눈물을 흘렸다.

외항사 승무원 안모씨는 마중 나온 어머니와 여동생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안씨는 “미사일이 터지면 숙소가 흔들릴 정도였다”며 “무서워서 숙소 밖을 못 나가 한국 오는 것도 고민하게 됐다”고 했다. 어머니 권민정씨(59)는 “딸이 겁이 많은데, 걱정돼서 밤이고 새벽이고 연락했다”고 했다.

카타르에서 온 승객들은 임시항공편을 주선한 주카타르 한국대사관에 감사를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매뉴얼이 부족한 것에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7박9일 중동 유람선 여행을 떠났던 민경일씨(63)는 “영사관에 연락했을 때 육로로 피신할 때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그 말 외에 구체적 대책이나 지원 등 실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었다”고 했다.

인천공항 | 글·사진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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