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중동 사태와 관련해 “소상공인·한계기업을 지원하려면 추가 재정이 필요하다”며 “어차피 조기 추가경정예산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상반기 추경 편성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동 사태에 따른 고유가 위기와 취약계층 유류비 지원 필요성을 언급하며 추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소비자 직접 지원을 하려면 추경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위기 상황이 도래하면 어려운 사람은 더 어려워지고 상위계층은 더 좋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일률적으로 유류세 부담을 줄이면 이 경향을 제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유류세를 깎아주는 만큼의 재원으로 서민이나 어려운 소비계층을 타깃 지원하면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양극화 해소에 더 효과적인데, 이를 시행하려면 막대한 재원이 들어 추경이 불가피하다는 취지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기존 예산을 최대한 쓰고, 필요하다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올해(2026년도 예산안 편성 당시) 예상보다 세수도 많이 늘어날 것 같다”며 추경 편성을 위한 여건도 나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구 경제부총리도 “최근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고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른 거래세도 늘고 있다”며 “적정 규모로 국채 발행 없이 (추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으로 추경 편성 작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전날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추경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힌 지 하루 만에 대통령이 더 강한 어조로 추경 필요성에 쐐기를 박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추경이 현실화할 경우 최대 15조 원 규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정부가 3~4월 중 최대 15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 6월 3일 지방선거 이전에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15조 원은 국내총생산(GDP)의 약 0.53% 규모로 향후 4개 분기 동안 경제성장률을 0.11~0.21%포인트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주한미군 전력이 중동 사태에 차출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국방비 연간 지출 수준은 북한의 GDP보다 1.4배 높다”며 “(반출이 이뤄진다고 해서) 우리의 대북 억지 전략에 장애가 심하게 생기느냐고 묻는다면 저는 전적으로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국방비 부담 수준이나 방위산업 발전 정도, 국제적 군사력 순위 등 객관적 상황을 고려하면 국가 방위에 대해 우려할 상황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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