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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운전할수록 손해” 졸지에 월소득 100만원 증발…고유가 기사님들은 곡소리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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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부담에 최저가 주유소 북새통
운송업 종사자들 “생계 부담 커” 호소
헤럴드경제

9일 오후 2시께 서울 구로구의 한 주유소 앞에 대기 중인 차량. 이날 해당 주유소는 입구부터 약 150m가량 대기 줄이 형성됐다. 전새날 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정주원 기자]“기름값이 이렇게 오르면 결국 우리 같은 운전하는 사람들부터 버티기 힘들어집니다.” (화물업 종사자 성모 씨)

지난 9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주유소. 가격표시판엔 휘발유 1760원, 경유 1740원, 고급유 1990원이 적혀 있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기준 구로구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다.

가격이 낮은 주유소로 ‘좌표’가 찍히면서 운전자들이 몰렸다. 주유소 입구부터 오류나들목 방향 도로까지 약 150m 구간에 차량 30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주유를 하려면 최소 20분은 기다려야 했다. 출차로로 들어가려다 대기 줄에 막혀 멈춘 차들이 엉키면서 작은 언쟁도 벌어졌다. 직원들은 연신 “차를 돌려 줄 뒤로 가세요. 지금 기다리면 1시간 정도 걸린다”고 안내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휘발유와 경유 등 운송용 기름값도 부쩍 올랐다. 이날 헤럴드경제가 만난 운전자들 가운데 매일 운전대를 잡아야 하는 운송, 배달 기사들은 특히 ‘유류비를 빼면 손에 쥐는 일당이 없다’고 절박하게 하소연했다.

“기름값에 보험료, 수수료 내면 마이너스”
매일 운전하는 화물차, 배달 기사들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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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서울 중구 신당동 한 주유소에서 배달기사가 주유를 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이날 이 주유소에는 3.5톤(t) 트럭을 몰고 온 운전기사가 도로변에 차를 대고 빈 ‘말통’(연료통) 세 개를 들고 나타났다. 그는 긴 긴 줄을 바라보며 “기름만 담아가겠다”고 했지만 직원이 “줄 서야 한다”고 제지하자 그대로 발길을 돌렸다.

운송업 종사자들에게 기름값 상승은 단순한 체감 물가 이상의 문제다. 1t 트럭을 몰고 온 김상민(55) 씨는 25분가량 기다려 겨우 주유소에 들어왔다며 고개를 저었다. 김씨는 “지금처럼 기름값 비쌀 때는 운행하는 게 손해”라며 “기름값은 오르는데 운임은 오히려 내려갔다. 부담만 커졌는데 누가 일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김포에서 1t 트럭을 끌고 온 이진석(30) 씨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까 여기가 싸길래 처음 왔다”며 “회사 차가 여러 대라 주유비가 많이 들어간다. 회사에서도 요즘 기름값 때문에 다들 걱정”이라고 말했다.

화물 트럭 운전자 장모 씨는 며칠 전 기름값이 더 오를 것 같아 평소보다 많은 금액을 넣었다고 했다. 그는 “보통 15만원 넣는데 지난주엔 20만원 넣었다”며 “더 오르면 골치 아프다. 일을 그만둘 수도 없고 앞으로 더 오른다니까 착잡하다”고 토로했다.

10일 아침에도 시내 주유소는 차량으로 북적였다. 서울 동작구 한 주유소에서 만난 화물차 차주 성모 씨는 “경유가 리터당 1600원대일 때는 하루 기름값이 3만~4만원 정도였다”며 “일주일에 한두 번 장거리가 있어서 보통 300~400㎞는 주행하는데 이번 주는 충북을 다녀오느라 벌써 세 번 주유했다”고 말했다.

배달 오토바이 기사 이모(37) 씨는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지만 보험료에 수수료까지 빼면 남는 돈은 최저 시급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콜도 잘 안 잡혀 공치는 경우도 많다”며 “기름은 거의 매일 넣고 있는데 저는 부업이 아니라 생업이라 10원만 올라도 부담이 크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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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서울 구로구의 최저가 주유소에 진입 중인 차들. 전새날 기자



유류비가 오른다해서 기사들의 운임에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은 당장 오늘 손에 쥐는 소득이 크게 줄어들어 생계를 걱정하고 있었다.

박연수 화물연대본부 기획실장은 “택배 차량 등으로 많이 쓰이는 1t 화물차 기준으로 보면 월평균 약 4000㎞를 운행하고 유류 사용량이 약 500리터(ℓ)에 가까운데 최근 유가 상승으로 월 유류비 부담이 약 17만원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며 “유류비 증가는 단순한 비용 상승이 아니라 화물 노동자의 실제 소득 감소로 이어져 평균적으로 순소득이 약 10%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25t 대형 화물차의 경우 월 유류비 증가액이 100만원에 가까워 소득 감소 폭이 20% 이상까지 커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주유소도 “팔수록 손해” 토로
공급 충격 안정까지 시간 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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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직영 주유소의 가격 표시판. 정주원 기자



주유비를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일반 시민들의 분주한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틀 전 긴 대기줄에 주유소 진입조차 못 하고 발걸음을 돌렸던 장한근(57) 씨는 이날 일부러 연료를 가득 채웠다. 그는 “평소엔 가득 넣지 않는데 뉴스를 보고 미리 만땅 채웠다”며 “하이브리드 자동차라 5만원만 넣어도 되는데 오늘은 7만3000원 결제했다”고 전했다.

오토바이 운전자 김정환(34) 씨는 오랜만에 오토바이를 꺼냈다고 했다. 그는 “기름값 아끼려고 경유차 샀는데 (오히려 더 올라) 서민들만 죽어 나간다”며 “오토바이도 하루 타면 또 넣어야 한다. 자주 주유해야 해서 결국 돈은 계속 들어간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 가격은 곧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이번 주 안에 공장도 가격이 200~300원 정도 오른다고 전달받았다”며 “개인 주유소는 결국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동대문구 한 주유소 관계자는 “3월 들어서만 해도 30원, 100원, 100원, 100원, 50원 이런 식으로 단계적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라고 표현했다. 관계자는 “공급가는 크게 올랐는데 경쟁 때문에 소비자 가격에 다 반영하지 못한다”며 “비싸게 사서 상대적으로 싸게 파는 셈”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조기 종식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9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는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다만 원자재 데이터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인한 석유 시장 공급 충격이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6~7주가량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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