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끼기 시대는 끝났다"… '창조형 인적자본'으로의 전환 역설
김세직 KDI 원장이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현재 한국의 경제 위기와 해법을 강연하고 있다. KDI. |
김 원장은 10일 KDI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률이 1990년대 이후 정권의 성향과 관계없이 5년마다 정확히 1%포인트씩 직선적으로 하락해왔다"며 "이는 '5년 1%포인트 하락의 법칙'이며, 현재 대한민국이 제로 성장 위기에 있다"고 짚었다. 이 법칙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정권과 관계없이 5년마다 장기성장률이 1%포인트씩 규칙적으로 하락했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에 장기 성장률이 마이너스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결과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029년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는 '피크 코리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저출산 문제 등 사회의 여러 난제가 이러한 성장 추락과 궤를 같이한다고 짚었다. 미래 기대 소득은 급감하는 반면 부동산 가격 등 주거비용은 상승하면서 젊은 세대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것이 저출산의 핵심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300조 원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근본 원인인 성장 능력 저하를 방치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원장은 성장 추락의 근본 원인을 '엉뚱한 인적자본 투자'에서 찾았다. 과거 산업화 시기에는 남의 기술을 베끼는 '모방형 인적자본'으로 성공했지만, 선진국과의 격차가 줄어든 1990년대 이후에는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형 인적자본'으로 전환했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공지능(AI) 시대에는 전문지식을 AI가 대신 수행하므로 인간에게 남은 핵심 역량은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이라는 아이디어 하나가 15년 만에 한국 GDP를 넘어서는 2조 달러의 가치를 창출했다며 아이디어의 천문학적 가치를 역설했다.
'아이디어 등록제' 도입 제언…"비트코인급 아이디어 나오면 7%대 성장도 가능"
김세직 KDI 원장(가운데)이 출입 기자단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나누고 있다. KDI. |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 김 원장은 '전국민 아이디어 등록제'를 제언했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의 30분의 1인 1조 원을 투입해 국민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건당 1000만 원에 직접 구매하자는 구상이다. 정부가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아이디어를 우선 구매한 뒤 기업 경매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을 원작자에게 환원하면 국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는 논리다. 김 원장은 "10만 개의 아이디어 중 2~3개만 비트코인급 아이디어가 나와도 수천조 원의 가치를 창출해 GDP가 두 배로 점프할 수 있으며, 과거와 같은 7%대 경제성장률도 가능하다"고 했다.
기술정책 또한 소수 엘리트에 의존하는 현재의 방식에서 벗어나 전 국민이 아이디어를 내는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입시 위주의 모방형 교육을 창의력 중심의 열린 문제 해결형 교육으로 바꾸고, 직장인들을 위한 창의인재 재탄생 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비현실적인 것을 상상하고, 이것이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논리적인 경로를 찾아내 아이디어로 연결하는 '열린 문제 해결 훈련'이 전 국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비트코인 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한국에서 먼저 나올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가짜 성장을 유발하는 '총수요부양책'을 멈추고 창의력 투자에 앞장서 피크 코리아를 창의 코리아로 바꿔야 한다"며 "좋은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막대한 보상을 받는 '인센티브 시스템'으로의 대전환만이 한국 경제의 제로 성장 위기를 돌파할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세종=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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