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국제유가 120달러 급등 후 80달러대 급락
은행, 환손실 가능성…보험사 킥스비율도 하락
"중단기 변동 가능성 낮아…장기화되면 악영향"
중동 정세 불안으로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가 급등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급격한 가격 변동이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워 금융사 영업 환경과 자산 운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브렌트유는 9일(현지시간) 장중 한때 배럴당 119.5달러까지 올랐다가 88.42달러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고 119.48달러를찍은 뒤 84.9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지만 이후 전략 비축유 방출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하루 만에 30% 가까운 변동성을 보였다. 국제 유가 급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달러 강세와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전반에 걸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쟁 확산과 국제 유가 급등은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건전성 관리가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은행에도 부담스러운 외부 요인이다. 특히 시중은행의 해외 사업 확대와 이익 다변화 전략 등을 고려하면 향후 외화 익스포저가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환율이 올라 외화부채가 외화자산을 상회하면 환율 상승에 따른 환평가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350원 상승했던 2021년 초~2022년 9월 당시 시중은행 순외환거래손실은 총 3278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170원 상승한 2024년에도 외화 손실이 2126억원에 달했다.
고환율이 장기간 이어지면 은행의 외화 유동성 관리 부담도 커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통상 0.01~0.03%포인트 하방 압력을 받는다. 환율 변동 폭이 컸던 지난해 4분기 4대 금융지주의 평균 CET1은 13.35%로 전 분기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다. CET1은 금융지주의 대표적인 건전성 지표이자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의 기준이 되는 만큼 CET1이 하락하면 주주환원 여력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환율 상승은 보험사 지급여력(K-ICS) 비율에도 하방 압력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K-ICS 비율은 생명보험사가 평균 1.7%포인트, 손해보험사는 0.6%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사 중에서는 ABL생명, 푸본현대생명 등 건전성 리스크 노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사의 외화자산 대부분은 환헤지로 관리되고 있으나 장기 외화자산과 단기 헤지상품 간 만기 차이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차환 비용이 늘어 자산 운용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 헤지 비용 상승과 차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보험사 자산운용 측면에서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중단기적으로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더라도 금융사의 자산가치 변동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도 "전쟁이 장기화되면 환율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고환율 지속 시에는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사를 연이어 소집해 외화자금 조달 여건과 시장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임원회의를 주재하고 중동 상황 비상대응 TF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안정,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등에 총력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이찬진 원장은 "중동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지속적으로 가동하겠다"며 "필요하다면 관계기관과 협력해 시장 안정화 조치를 적시에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주경제=안선영·이서영 기자 asy728@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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