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의 박찬운 전 자문위원장. 검찰개혁추진단 |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은 대수술입니다. 대수술 이후 회복하지 못하면 사람은 죽습니다.”
박찬운 검찰개혁추진단 전 자문위원장은 10일 서울신문과 전화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과 동시에 형사사법체계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대전제”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수사·기소 분리 후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이 필요하고, 전건송치 제도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형사사법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전날 여권 강경파의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 요구를 비판하며 위원장직을 내려놨다. 다음은 박 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위원장직에서 사임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그동안 우리 자문위원회(자문위) 활동에 지장이 될 것 같아서 말하는 것을 자제했다. 근데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니 제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는 조금 자유스러운 위치에 있으니 언제든지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쓰고, 또 필요한 자리에는 가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크게 제한을 둘 필요가 없다.”
-구체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언인가.
“저는 원래부터 보완수사 폐지에 반대하고 전건송치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한 사람이다. 단호하게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완전히 폐지하자는 주장은 우리 형사사법절차를 감내하기 어려운 혼란 속으로 밀어 넣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검사는 사법경찰 송치 사건들을 단순히 기록 검토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증거의 누락 여부를 확인하고, 진술의 모순을 점검하며 법정에서 공소 유지가 가능한지를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사건은 보완 수사를 거쳐 왔다. 참고인 조사 한 번, 추가 증거 확보 하나가 기소와 불기소를 가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소제기의 최종 책임을 지는 주체가 검사라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최소한의 확인 권한은 인정되어야 한다. 권한은 박탈하면서 결과에 대한 책임만 묻는 구조는 책임원칙의 관점에서도 균형을 잃는다.”
-보완수사권이 존치되지 않을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
“성폭력 사건에서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해 피해자가 이의를 제기한 경우를 생각해보자. 그런 사건에서 검찰이 피해자를 만나지도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면 국민이 용납하겠는가. 그렇다고 불송치 결정을 한 경찰에 다시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없다. 이런 사건은 검사가 피해자와 가해자의 주장을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그것을 금지한다면 선택지는 불완전한 기소이거나 소극적 불기소뿐이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안과 여당 강경파가 주장하는 내용이 다른데.
“검찰개혁을 하면서 형사사법체계에 공백이 없게 하는 것이 대전제다. 정치적인 관점이나 당리당략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형사사법절차에서 검찰권 남용을 막는 방법이 나와야 하고, 또 국가의 범죄 억제 기능이 약화되어서도 안 된다. 그런 것을 함께 고려하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검찰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개혁이 선은 아니다. 좋은 개혁과 위험한 개혁을 가르는 기준은 분명히 존재한다. 최대다수의 실질적 이익에 부합하는가, 현장에서 혼란 없이 작동하는가, 충분한 전문적 검증을 거쳤는가. 지금 진행되는 검찰개혁 논의도 이 세 가지 원칙 위에서 냉정하게 점검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과시술적 개혁’을 언급했다.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안정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온갖 개혁한다고 그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버리면 국가가 정말 해야 할 일을 못 하게 된다. 국정을 안정시키고 또 국가를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다 써버리면, 정작 필요한 부분에 쓸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과시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혁은 대수술에 해당한다. 대수술은 회복하지 못하면 죽는다. 개혁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개혁의 방향이고,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의 완성도다. 형사사법 제도는 한 사회의 최후 안전망이다. 이 영역에서의 개편만큼은 신중함과 정밀함이 무엇보다 앞서야 한다.”
하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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