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속출한 인천시내 한 아파트에 경매 중지를 촉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자료사진) ⓒ 뉴스1 |
김모 씨는 임대인이 제시한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뒤 다가구주택 전세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입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이 경매로 넘어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뒤늦게 확인해 보니 자신보다 변제 순위가 앞인 다른 세입자의 전입내역, 확정일자, 임대인의 체납 내역 등이 있었다. 이는 임대인 동의 없이는 입주 전에 확인하기 어려운 정보들이다. 결국 김 씨는 경매 개시 후 보증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상황에 부닥쳤다.
이르면 올해 9월부터 예비 임차인이 전세 계약에 앞서 선순위 보증금 등 전세사기 위험을 높이는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는 전입신고 대항력 발생 시기도 ‘전입신고 처리 시’로 앞당긴다. 임차인과 임대인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위험 요소를 판단해 전세 사기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세사기 방지 대책을 10일 발표했다.
우선 전세 계약 전에 등기부등본, 확정일자, 전입가구, 임대인의 세금 체납 및 신용정보 등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는 예비 임차인이 선순위 권리 파악을 하려면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법원행정처, 국세청 등 관공서를 찾아 자료를 받아야 했다. 정부는 이달 중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이르면 9월부터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안심전세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권리정보 연계 및 위험도 진단 서비스 개념도. 국토부 제공 |
이에 따라 전세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단독·다가구주택의 위험도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대별 소유주가 다른 다세대주택과 달리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 소유주가 1명이기 때문에 등기부등본도 전체 건물에 대해서만 존재해 개별 세대의 계약 상황 확인이 어려웠다. 정부는 다른 세입자의 확정일자나 전입 여부까지 한 번에 확인해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전입신고 한 다음 날 0시에 생기는 임차인 전입신고 대항력 규정이 전입신고 처리 시로 바뀐다. 근저당의 경우 금융사에 접수한 시점부터 효력이 발생하는데, 일부 임대인은 전입신고 효력 발생과의 시차를 악용해 임차인 전입신고 직후 대출을 받았다. 이 경우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게 되면 대출이 선순위 채권이 되고, 세입자 보증금은 변제 순위에서 밀려 피해가 발생했다. 정부는 이런 편법을 차단하기 위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이달 중 통과할 수 있도록 부처 간 의견을 조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공인중개사 설명 의무와 책임도 강화한다. 지금 공인중개사는 임차인에게 해당 건물의 권리관계를 설명할 의무는 있지만, 임대인 제출 자료에 의존해 설명하고 있어 부정확한 자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컸다. 향후 구축될 통합 정보 시스템 열람 권한을 공인중개사에게 부여해 선순위 보증금 현황 등을 직접 확인하고 설명해야 한다. 의무 위반 시 과태료를 상향하고 영업 정지 처분 등 처벌 수위도 높일 계획이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