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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공포에 무너진 코스피…여의도는 ‘4816’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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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비명’…개인 대기 자금 25조원 투입 채비
천궁Ⅱ 요격률 96% 실전 입증…한화 시총 재계 4위로 상승
코스피 5059선 1차 지지선…4816선 접근 시 저가 매수 구간
“1500원.”

9일 여의도 증권가 객장 전광판에 붉게 찍힌 원·달러 환율 숫자가 턱밑까지 치솟자 공기는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 며칠 전 코스피가 장중 두 자릿수 급락을 기록하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했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세계일보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증권가는 코스피 5059선을 1차 매수 구간으로, 4816선 접근 시 적극적인 비중 확대 구간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투자자들의 비명은 공포를 넘어 체념으로 번지고 있지만, 수면 아래에서는 전혀 다른 흐름도 감지된다. 패닉셀링 물량을 받아내기 위해 약 25조원 규모의 개인 대기 자금이 시장 진입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가 주목하는 숫자는 두 개다. 5059선과 4816선. 이번 하락장에서 시장의 방향을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꼽힌다.

◆과거와 다른 중동 정세…유가 충격 장기화 가능성 제한

DS투자증권은 최근 중동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제 원유 시장의 구조를 고려하면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 통계를 종합하면 국내 석유 비축 수준과 수입선 구조 역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과거 석유시장 충격을 촉발했던 전쟁과 현재 중동 정세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규모 지상군 투입으로 공급망이 마비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 충돌은 제한적 공습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장기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양 연구원은 “현재 글로벌 원유 시장은 일정 수준의 공급 여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여유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있다”며 “유가에 반영된 지정학적 프리미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 개시 직후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30% 넘게 하락했다. 그는 “군사적 결과가 가시화되면 시장은 위험 프리미엄을 빠르게 제거하는 경향이 있다”며 “전쟁의 포성이 멎기 전 시장은 이미 바닥을 다지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방산 산업 부상…산업 지형 변화 조짐

지정학적 리스크는 증시 전반에 부담을 주지만 역으로 방산 산업에는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다. 한국산 방공 시스템 천궁Ⅱ가 중동 현장에서 실전 성능을 입증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UAE에 배치된 천궁Ⅱ 포대는 이번 이란 공습 과정에서 60여 발의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약 96% 수준의 요격 성공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 수요 확대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한화그룹 시가총액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 12개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180조6740억원(3월6일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이는 LG그룹 시가총액 175조290억원을 넘어선 규모로, 방산과 조선 산업이 이차전지 상승세 둔화 속에서 새로운 산업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환율 1500원 공포…개인 자금 유입 가능성

외환시장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이날 장중 원·달러 환율은 1500원 선에 근접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다가섰다. 고유가와 강달러 흐름이 동시에 나타난 영향이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 자금 흐름은 또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김현지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매수 여력과 유동성을 감안하면 약 25조원 수준의 추가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 선에 근접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약 25조원 규모의 개인 대기 자금이 증시 하단을 방어할 변수로 거론된다. 뉴시스


왜 하필 4816선일까. 여의도 주요 기관 투자자들은 이미 5000선 붕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4800선 방어 시나리오’를 내부 리스크 관리 기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기준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0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1배 수준이다. 역사적 평균과 비교하면 저평가 구간에 근접한 수준이다.

양 연구원은 코스피 5059선을 1차 매수 구간, 4816선 접근 시 적극적인 비중 확대 구간으로 제시했다.

퇴근길 스마트폰 증권 앱을 열어보며 파란 지수에 한숨을 쉬는 직장인들에게 4816선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월급을 쪼개 넣은 적립식 펀드와 투자 계좌의 방향을 가늠할 하나의 기준선이다.

여의도 전광판의 붉은 숫자가 공포를 자극하는 순간에도, 시장 한편에서는 다음 매수 타이밍을 계산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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