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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꺼내든 '가격 상한제'란 비책… 인플레·독과점 모두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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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이란발發 악재로 9일 석유 선물 거래가격이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당시 가격에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꺼내든 석유 최고 가격 제도 혹은 가격상한제는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우리 증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스쿠프가 가격상한제의 경제 효과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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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중동 상황 관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 서민 물가 안정 대책으로 들고 나온 가격상한제라는 카드는 '서울 고가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을 잠재운 당시와 비슷하게 문제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처방이다.


이 대통령은 9일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최고 가격 제도'를 언급하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이 서민들에게 가장 먼저 또 가장 크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세심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석유 가격은 여러 경로를 거쳐서 1970년대 이후 세계 물가 상승을 좌우해 온 핵심 상품이다. 온갖 산업의 다양한 기업들이 석유 가격 상승을 자사 제품 가격 상승의 첫번째 이유로 꼽는다.


■ 가격상한제와 공정거래=더구나 가격상한제는 이 대통령이 최근 강하게 추진하는 '담합과 가격 조작'이라는 공정거래 문제의 핵심에 근접한 처방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이 6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석유 가격 상한제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꺼내든 말이 그 연결고리다.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경제 영역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낼 것입니다."


석유 가격 안정화와 '비정상적 경제 영역의 정상화'라는 두 키워드는 현행 법체계에서도 충분히 서로 묶일 수 있다. 석유사업법 23조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 2조는 정부가 국민생활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서 주요 물품·용역의 대가에 최고가액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독과점 규제를 위해 만들어진 공정거래법이 더해지면, 물가 안정과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실제로 이 대통령이 최고가격제를 꺼내든 이유인 '주유소 가격'은 독과점과 강하게 연결된다. 우리나라 주유소 상당수는 오늘 판매가격을 얼마로 책정해야 이득이고 손해인지 알 수 없는 사후정산 방식을 통해 정유사로부터 휘발유를 공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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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직접 원유를 사와 정제해 마진을 남기는 4개 정유회사가 굳이 싱가포르의 국제 휘발유 현물 가격을 주유소 공급가격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특별한 이유도 없다. 지난 윤석열 정부, 이명박 정부에서도 정유사 공급 가격의 세부 사항 공개를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9일 국내 여러 매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정유 4사 담합 혐의를 포착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 세계 각국의 가격상한제=시장지배적 사업자들의 탐욕적인 비용 인상 본능을 가격상한제로 통제하는 것은 특별히 예외적인 일도 아니다. 유럽연합(EU)은 2023년 천연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한시적으로 가격상한제를 실시해 가정용 제품 가격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2025년 상반기까지 1년 전보다 가격이 8% 이상 하락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가 시작되면서 유럽 각국은 가격상한제에서 보조금 제도로 회귀했고, 최근 중동 지역 갈등으로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다시 시달리고 있다.

가격상한제는 일본이 시행하는 휘발유 가격 보조금 제도처럼 조삼모사식 임시 대책도 아니다. 일본은 지난해 말까지 국민에게 '휘발유세稅'라는 세금을 걷어서 이를 재원으로 정유사들에 보조금을 지급해 도매가격을 낮춰왔다.


사실상 국민들은 제값을 주고 샀지만, 생색은 정부가 내는 구조다. 현재 일본의 휘발윳값 상승 속도가 우리나라보다 현저히 느린 이유도 지난해 말 마지막 보조금을 리터(L)당 10엔에서 15엔으로 늘린 효과로 봐야 한다.

■ 베버 이론과 독과점의 함수=이사벨라 베버 매사추세츠대학 교수는 유럽 천연가스 가격상한제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고, 직접 독일의 가스 가격을 책정하는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베버 교수는 지난 4일 X 계정에 "트럼프 취임 이후 폐지된 가격상한제를 즉시 복원하고, 이를 석유 시장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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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버의 이론은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기업들, 이를테면 독과점 대기업들이 비용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가격을 탐욕적으로 끌어올려서 2022년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는 내용이다.


베버 이론을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먼저 화학기업 다우(DOW INC)나 유럽 물류기업 머스크(MAERSK)와 같은 독과점 대기업이 가격이 안정된 상태에서 비용을 낮춰 수익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다가 '석유가격 급등'이라는 악재를 만났다.


이런 충격으로 스타벅스, 미국 유통기업 로우스 등은 급격한 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를 겪었다. 그런데 코카콜라, P&G와 같은 시장지배적 대기업들이 독과점을 이용해 자신들의 수익 보호를 위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인플레가 확산했다.


'인플레 시대'는 생활비 위기에 맞닥뜨린 근로자들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을 어떻게든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기업들은 이를 방어하는 갈등 단계를 거치면서 마무리된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주로 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의 월급통장에 찍히는 명목 임금 상승률이 2019~2023년 두자릿수까지 높아졌지만, 전체 임금근로자들은 대체로 인플레이션만큼의 임금 인상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 차익만큼이 기업의 비용 절감 효과로 작용해 수익은 더 늘어난다. 베버 교수가 인플레이션이 고전적 이론에서처럼 임금과 물가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오른 결과가 아니라 기업의 이익과 물가가 나선효과를 낸 결과라고 주장한 이유다.


■ 베버 이론과 李의 구상=이 대통령의 전략은 이같은 독과점 기업을 '인플레'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한 베버 이론과 맞닿아 있다. 이 대통령의 가격상한제를 휘발유 등 석유류에서 독과점 기업이 오랜 기간 지배해 온 최소 50개 산업의 상품으로 확대하면, 물가 하락과 함께 증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역할까지 맡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10일 발표한 2023년 광업·제조업 분야 시장구조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482개 산업 중에서 무려 50개 산업이 독과점 상태다. 2021년보다 2개 줄었지만, 무려 38개 산업은 5회 연속 독과점 상태로 지정됐고, 상위 3개사 이름조차 변하지 않은 산업도 26개에 달한다.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75% 이상이거나, 1개 회사의 점유율이 50% 이상인 게 공정거래법상 독과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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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에 있는 P&G 본사 모습.[사진 | 뉴시스]


반도체부터 자동차, 방산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은 모두 독과점 상태인 현실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천천히 가격상한제를 확대 도입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독과점 기업의 본능인 탐욕 인플레이션을 잡고, 이 구조를 영구히 깨뜨릴 수 있으면 기업 지배구조와 증시의 경쟁력 개선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독과점 기업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정상화하지 않고서 경제의 정상화를 논하기는 어렵다.

한정연 더스쿠프 칼럼니스트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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