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03월09일 15시59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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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마켓in 허지은 기자]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 상장사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을 추진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대주주 지위를 활용해 소액주주를 강제로 퇴출하는 전략이 통용됐으나, 주주 보호에 대한 눈높이가 높아지며 상장폐지를 향한 관문이 극도로 좁아졌기 때문이다. 상장 유지 비용을 아끼려다 오히려 천문학적인 매몰 비용을 치러야 하는 역설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탈은 이달 말까지 에코마케팅(230360)에 대한 3차 공개매수를 진행한다. 앞서 지난 1·2차 공개매수에서 의결권 지분 약 91%를 확보했지만, 자진 상폐 요건인 95%를 충족하지 못 하면서다. EQT파트너스도 오는 24일까지 더존비즈온(012510)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추후 상폐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수년 전만 해도 사모펀드의 상장사 지분 공개매수 후 상폐 난이도는 낮은 편이었다. 루트로닉, 제이시스메디칼, 비즈니스온 등의 상장사는 모두 사모펀드 품에 안긴 뒤 공개매수 절차를 거쳐 최종 상장폐지됐다. 상장사는 복잡한 공시 요건과 까다로운 규제에 노출되기 때문에 사모펀드에 인수된 뒤 상폐로 이어지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영리한' MBK…커넥트웨이브가 남긴 과제
일부 사모펀드는 자진 상폐 요건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공개매수 성적에도 최종 상폐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MBK파트너스의 커넥트웨이브(옛 다나와·코리아센터 합병법인)가 대표적이다. 당시 MBK는 두 차례의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최종 참여율이 80%대에 머물며 거래소가 권고하는 자진 상장폐지 지분 요건인 95%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때 MBK는 상법상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 카드를 꺼냈다. 상법상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 주주 3분의 2 찬성)만 통과하면 반대 주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현금을 주고 주식을 강제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커넥트웨이브가 보유한 대규모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대주주의 의결권 방어에 활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소액주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내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당시 커넥트웨이브 방식은 법적 허점을 파고든 영리한 전략이라는 평가와 소수 주주 가치 보호에 대한 논란을 동시에 받았다”며 “하지만 현재는 당국의 감시와 주주들의 행동주의가 강화되면서 이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평판 리스크가 됐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사모펀드들의 공개매수 성적표는 과거와 판이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한앤컴퍼니가 추진한 SK디앤디다. 한앤코는 두 차례에 걸쳐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자진 상폐를 노렸으나, 최종 지분율이 78% 선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주당 매수가가 장부 가치(PBR) 대비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주주들의 반발을 넘지 못한 것이다.
95%의 역설…높아지는 엑시트 문턱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정공법을 택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어펄마캐피탈은 최근 코넥스 상장사 나우코스의 공개매수에서 응모율 83.5%를 기록, 최종 지분 95.02%를 확보하며 상장폐지 청신호를 켰다. 3차 공개매수 중인 베인캐피탈은 시가 대비 50%에 달하는 고액의 할증률을 제시했다. 과거처럼 헐값에 뺏어오는 시대는 저물고, 주주가 납득할 만한 몸값을 지불해야만 엑시트의 문이 열리는 구조로 바뀐 셈이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짊어져야 할 경제적 부담이다. EQT파트너스는 더존비즈온 인수에 1조3000억원을 썼지만, 추가적인 공개매수에 2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베인캐피탈 역시 에코마케팅 인수가(2166억원)보다 공개매수 투입 규모(2800억원)가 더 크다. 상폐를 위해 투입되는 자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가성비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해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가 강화된 점도 변수다.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가격으로 주식교환을 강행할 경우 이사진이 직접적인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가격 책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80% 지분만 있어도 상폐가 가능하다는 학습 효과가 있었지만, 이제는 95%를 채우지 못하면 딜 자체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며 “인수 금융 금리 부담에 상폐 비용까지 얹어지면서 상장사 바이아웃은 대형 사모펀드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