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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쉽게”…중국 여성 정협 위원이 꾸준히 주장하는 이유[시스루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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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겸 연구자 장성난
경향신문

장성난 정협 위원. 관찰자망 인터뷰 캡처.


해마다 3월에 열리는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중국식 ‘의견 수렴’ 정치를 보여주는 장이다.

중국의 의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들은 한국의 군·읍에 해당하는 진·향 단위에서는 직선제로 선출되며 상위 행정단위에서는 공산당원과 기초단위 대표들의 간선제로 선출한다.

입법 권한을 가진 전인대에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기관이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이다. 정협 위원들은 실질 권한은 없지만 정책 제언을 통해 ‘민의’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당이 민심을 따르고 있다는 ‘정당성’을 제공해주기도 한다.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 이후 온라인상에서 가장 주목 받은 정책 제언은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이혼을 쉽게 하도록 만들자’는 것이었다. 이는 여성 작가이자 원저우대 소속 연구자인 정협 위원 장성난(52)이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제언한 것이다.

장성난은 지난해 양회 기간 처음 가정폭력 피해자의 경우 합의 이혼에 적용되는 30일간의 ‘냉정기’(이혼숙려기간)을 거치지 않고 빠르게 이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서 이혼숙려기간은 충동적 이혼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2021년 도입됐다. 결혼·출산 감소세를 염두에 둔 ‘결혼은 쉽게, 이혼은 어렵게’ 만들기 위한 제도라는 평가가 나왔다. 2020년 전인대 부대표였던 장성난은 제도 도입에 반대했다.

장성난은 이혼숙려제도 도입이 ‘시민의 자기 책임 능력’을 박탈하고 ‘결혼의 자유’를 막으며, 특히 가정폭력 피해자의 피해 위험만 높인다고 주장해 왔다.

장성난의 제안은 큰 호응을 받았지만 반감도 컸다. 2025년 웨이보의 가장 우려되는 양회 제언 투표에서 70만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구이저우성 준이시에서 도박 중독과 가정 폭력을 이유로 아내에게 이혼소송을 당하고 이혼에 합의한 남성이 숙려기간 마지막 날 아내와 10세, 7세 두 자녀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장성난의 소신 제언은 다시금 주목을 받았다.

장성난은 정협 위원으로서 중국에서 대표적인 소외 계층인 농촌 여성을 위한 제언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2024년 양회 기간에는 미혼이거나 이혼·사별 등으로 남성 가구원이 없는 여성 농민도 농촌 공동체가 집단 소유하는 토지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중국 정부와 전인대는 농촌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을 공동체가 집단 소유하는 토지의 활용과 이익 분배에 관한 법을 마련하고 있었는데 장성난은 이 과정에서 기존 마을 공동체에서 ‘외지인’ 취급받으며 소외되기 일쑤였던 ‘남편 없는 여성’을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장성난의 제언은 그 해 6월 통과된 농촌집체경제조직법에 반영됐다.

장성난은 2022년에는 여성과 아동 인신매매를 범죄로 처벌하는 제도를 주장했다. 2020년에는 이혼 과정에서 자녀 양육권을 빼앗겼거나 남편·시댁이 아이와 만나게 해 주지 않는 여성들로 이뤄진 ‘보라색띠 어머니회’ 문제를 공론화했다.

중국 농촌 인구는 약 4억7000만명으로 추정된다. 중국 농촌은 여전히 가부장제 관습이 강하고 행정권력이 온전히 닿지 않는 격오지가 많아 가정폭력, 인신매매 등의 인권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 그는 중국의 가장 불편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끊임없이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양회 기간 온라인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 됐다.

장성난은 올해는 이혼숙려제도 폐지와 함께 하루 8시간 근무를 위반하는 기업에 대한 처벌을 주장했다. 저출산 문제는 여성의 ‘심리’ 때문이 아니라 장시간 노동 때문이라며 기업 책임을 주장한 것이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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