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에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어쩔 수 없이 수산물 가격도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손님이 덜 올까 봐 불안합니다.”
9일 오전 11시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 수산시장에서 만난 어민 이 모 씨(62)는 유가 폭등에 대한 불안감을 숨기지 않았다. 상품 가격을 올릴 경우 그나마 유지되던 방문객의 발길마저 끊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씨는 “가뜩이나 물건 품질과 양이 좋지 않아 장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유가 상승의 여파는 어업 현장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 씨의 말처럼 이날 소래포구 수산시장은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이 수산물을 고르며 덤을 요구하자 상인들이 “기름값이 올라 남는 게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장면도 곳곳에서 관찰됐다.
실제로 어민들이 사용하는 면세유 가격은 이미 상승세로 돌아섰다. 경북 영덕 어민 하 모 씨는 “지난달 1드럼(200리터)당 16만 7000원 선이었던 수협 면세 경유 가격이 3월 들어 18만 원으로 1만 3000원이나 올랐다는 문자를 받았다”며 “기름을 많이 쓰는 큰 배들은 이번 인상에 매우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어업 현장에서는 이 같은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진다면 특히 대형 선박부터 조업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한다. 조업 시간이 짧은 소형 어선과 달리 대형 선박은 일주일에 많게는 수천 리터 용량의 경유를 소모하며 작업을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단이 현실화될 경우 선주뿐 아니라 어업 종사자들의 소득 전반이 타격을 받게 된다. 하 씨는 “기름값이 일정 수준 이상 크게 오르면 ‘채낚기’ 식으로 오징어를 잡는 대형 어선들은 아예 조업을 중단한다”며 “아무리 잡아도 단가가 맞지 않아 선주가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되면 선원들도 배를 세우고 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산물 유통 단계에서도 경영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대형 납품처와 계약을 통해 장기간 공급 단가를 약정해둔 업체들은 갑작스런 유류비 상승이 수익성 악화로 직결된다. 한 수산물 중간유통업자는 “기름값이 오르면 그물 등 어업 장비 가격도 동반 상승해 결국 전체적인 수산물 시세가 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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