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테헤란 북서부의 한 원유 저장시설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의 합동 공습으로 저장 탱크가 공격당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UPI연합뉴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격화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로 치솟자 트럼프 대통령이 “유가 상승은 일시적”이라고 밝히는 등 여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양측의 에너지 기반 시설 파괴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한동안 에너지 가격의 상승세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유가는 미국과 세계 안전과 평화를 위한 아주 작은 대가일 뿐”이라며 “이란 핵 위협 제거가 완료되면 (유가는)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장관은 이날 CBS와 인터뷰에서 “일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겠지만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에도 몇 주 정도일 뿐, 몇 달씩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무력화돼 이웃 국가들을 위협할 수 없고, 미군 병사들을 위협하거나 중동을 혼란에 빠뜨려 에너지 가격을 계속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 관리들이 유가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 압박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공습 초기 군사시설을 향하던 양측 공격의 초점은 에너지 기반 시설로 옮겨갔다. 이스라엘군은 전날 테헤란에 있는 샤흐런 석유저장소 등 주요 연료 저장시설 30곳을 공격했다. 이란 고위 관리는 이날 CNN에 이스라엘의 이란 원유 시설 공격 이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며 에너지 시설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습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와 정규군을 통합 지휘하는 카탐 알안비야 중앙사령부는 이날 미국과 이스라엘이 자국 에너지 기반 시설을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중동 지역 석유 시설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사령부는 “분쟁이 확대될 경우 경제적으로 큰 파장이 발생할 수 있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걸프국들은 전쟁 여파로 잇따라 감산 결정을 내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송길이 막히자 일부 산유국들은 원유 저장 탱크가 넘치지 않도록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국영 석유회사 아부다비국가석유공사도 전날 해상 유전의 생산량을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는 하루 55만배럴 규모의 원유를 생산하는 라스타누라 정유 시설 가동을 중단했다.
쿠웨이트석유공사는 전날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공격으로 원유 생산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 조항은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으로 불가피하게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해주는 장치다. 카타르는 지난 4일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대부분 선박 운항이 중단되는 등 사실상 봉쇄 상태다. 블룸버그는 24시간 동안 이란과 연관된 선박 1척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이브라힘 자바리 사령관 고문이 지난 2일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울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후 이곳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JP모건 애널리스트 나타샤 카네바는 3월 말까지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이 지역 석유 일일 생산량 900만배럴이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 세계 원유 수요 중 거의 10%에 해당한다.
브루스 카스만 JP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 시나리오는 배럴당 120달러까지 급등한 후 분쟁이 진정되면서 안정화되는 것”이라며 “그러나 명확하고 결정적인 정치적 해결책이 없다면 브렌트유 가격은 올해 중반까지 배럴당 80달러라는 높은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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