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남자복식 세계 1위 서승재(왼쪽)-김원호가 9일 전영오픈 우승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버밍엄 | AP연합뉴스 |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최강 안세영(24)이 잠깐 멈춰섰다. 그러나 남자복식이 아쉬워할 틈을 주지 않고 40년 만에 전설을 소환했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인 서승재(29)-김원호(27)는 9일 영국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끝난 2026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전영 오픈 남자 복식 결승에서 말레이시아의 아론 치아-소위익을 꺾고 우승했다. 세계랭킹 2위 조를 상대로 1시간 3분 접전 끝에 2-1(18-21 21-12 21-19)로 역전승 했다.
이날 결승전은 혼합복식, 남자단식, 여자복식, 여자단식, 남자복식 순으로 치러졌다. 한국은 3개 종목에서 결승에 올랐다. 그러나 3년 만에 우승에 도전한 여자복식에서 백하나-이소희(4위)가 중국의 류성수-탄닝(1위) 조에 0-2(18-21 12-21)로 졌고, 여자단식에서 안세영이 중국의 왕즈이(2위)에게 0-2(15-21 19-21)로 져 2개 종목 모두 준우승했다.
배드민턴 여자단식 세계 1위 안세영(왼쪽)이 9일 전영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왕즈이에게 우승을 내준 뒤 시상대에서 박수로 축하해주고 있다. 버밍엄 | AP연합뉴스 |
안세영의 우승 실패는 충격적이었다.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 안세영은 통산 3번째 우승과 함께 한국 단식 사상 최초로 전영오픈 2연패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2024년부터 무적 행진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덴마크오픈부터 36승 무패 신화를 달리는 중이었다. 상대 왕즈이는 세계랭킹 2위지만 안세영이 그의 천적이다. 상대전적 18승4패, 직전까지 10연승으로 왕즈이를 눌렀다.
그러나 이날은 전세가 뒤바뀌었다. 한 번의 승부처에서 연속 득점을 몰아치는 쪽은 왕즈이였고 끈질기게 추격하는 쪽은 안세영이었다. 늘 체력에서도 앞섰던 안세영은 2게임 모두 내주고 36연승을 마감하며 우승도 놓쳤다.
충격의 분위기에서, 서승재-김원호가 결국 한국에 금메달을 가져왔다. 1게임을 내줬지만 2게임은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압도한 뒤 시소게임을 펼치던 3게임 15-16에서 3연속 득점, 기세를 가져가 역전승하며 대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서승재-김원호가 9일 전영오픈 남자복식 결승전에서 승리, 대회 2연패를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버밍엄 | AP연합뉴스 |
남자복식은 한국 배드민턴의 오랜 강세 종목이었다. 2010년대 이후에도 복식 전문 이용대를 중심으로 정재성, 유연성이 호흡을 맞춰 세계랭킹 1위를 지켰다. 전통의 메이저대회 전영오픈에서도 한국은 2025년 서승재-김원호의 우승까지 11차례 왕좌에 올랐다. 그러나 2년 연속 우승한 선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리스트인 박주봉-김문수밖에 없었다. 이 ‘레전드’ 조가 1985년과 1986년 전영오픈 왕좌를지켰던 그 명맥을 서승재-김원호가 무려 40년 만에 이었다.
서승재-김원호는 이미 이 종목 세계 최강자다. 복식 전문 서승재는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복식과 혼합 복식까지 우승, 2관왕에 올라 복식 선수로는 드물게 그해 BWF 올해의 선수까지 선정됐다. 당시 강민혁과 호흡을 맞춘 서승재는 파리올림픽을 마치고 지난해부터 김원호와 파트너를 이루고 있다. 김원호는 파리올림픽 혼합복식에서 정나은과 함께 은메달을 따낸 뒤 남자복식으로 전환했다.
서승재-김원호가 9일 전영오픈 우승 뒤 트로피와 금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버밍엄 | 로이터연합뉴스 |
손발을 맞춘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둘은 국제대회를 휩쓸기 시작, 6개월 만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전영오픈, 세계선수권대회 등 메이저대회는 물론 BWF 월드 투어 각종 대회를 휩쓸며 역대 복식 최다인 11관왕을 달성했다. 올해도 첫 대회 1월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했고 이후 서승재가 어깨 부상으로 치료받으면서 잠시 쉰 둘은 복귀전인 이번 대회에서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확인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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