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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기름값·증시·환율' 중동發 복합위기 우려…李대통령, 긴급 회의 소집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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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11일 비상경제점검회의 소집
호르무즈 통항 차질 장기화 가능성
브렌트유 92달러·WTI 90달러
서울 주유소 기름값 2000원 근접
2월 물가 2.0% 유지했지만 3월 상방 압력
환율·증시 변동성 커져…에너지·물류·시장안정 점검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하는 중동 상황 관련 '경제 및 물가 상황 점검 비상경제점검회의'는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충격이 국내 주유소 기름값을 포함해 생활물가, 환율, 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을 집중 점검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중동 전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는 급등했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서울 지역의 경우 ℓ당 2000원에 근접했다. 1480원대(6일 기준)인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국내 증시도 급락 뒤 불안한 반등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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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비상경제점검회의의 직접 배경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의 장기화다. 전 세계 원유·액화천연가스(LNG) 공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막힌 상태다. 이에 쿠웨이트석유공사(KPC)는 지난 7일(현지시간) 중동 전쟁으로 선적이 막히자 감산과 함께 '불가항력(포스 마주르·Force Majeure)'을 선언하고 석유 생산을 감축하기로 했다. 중동발 충격이 단순한 지정학 리스크를 넘어 전 세계 실물 공급망 변수로 번지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이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 재정경제부를 포함해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획예산처, 농림축산식품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이 함께 들어오는 것은 복합 충격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에너지 수급과 도입선 확보는 물론 정유·주유소 가격 전가 속도, 담합·사재기 가능성, 농축산물·가공식품 가격 파급, 세제 지원까지 한 테이블에서 다룰 가능성이 크다.

이 자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실물경제 영향 점검 및 범정부 대응방향'에 대해,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석유가스 수급 및 가격안정화 방안'에 대해 보고한다.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금융시장 상황 점검 및 대응방안'을 공유한다. 앞서 관세청은 유턴 화물 최우선 통관, 재수입 면세, 수출신고 정정·취하 면책 특례, 추가 운송비의 과세가격 제외 추진 등 물류·세정 지원책을 내놨다. 청와대 관계자는 "범부처를 모두 한자리에 모아 현재 대응 상황을 점검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관계 부처와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는 이미 중동 사태의 충격을 본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지난 6일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92.69달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90.90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장중 2023년 9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고, WTI도 하루 12% 넘게 뛰었다. 국제 유가가 중동 사태의 장기화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중동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24시간 대응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강훈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고 아랍에미리트(UAE)와 협의를 통해 원유 600만배럴을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 필요 없는 UAE 대체 항만에 한국 국적 유조선 2척을 접안시키고, 항만 보관 원유 400만배럴을 실어 오는 방식이다. UAE 공동 비축 물량 200만배럴도 필요하면 추가 활용할 수 있도록 협의를 마쳤다.

그러나 당장 문제는 비축유 고갈이 아닌 소비자가 체감하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다. 8일 기준 오피넷 집계상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ℓ당 1895.65원, 경유는 1918.01원까지 올랐다. 서울은 휘발유 1945.78원, 경유 1966.38원으로 더 높다. 최근 하루 수십 원씩 뛰던 상승세는 다소 둔화했지만,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더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이 대통령 지시로 정부가 최고가격 지정 카드를 꺼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시아경제

연합뉴스


유가 상승이 생활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2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0% 상승했고,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2.3%, 생활물가는 1.8% 올랐다. 2월 지표만 놓고 보면 물가가 관리 범위를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최근 유가 급등은 이 수치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만큼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3월 이후에는 유류비 상승이 물류비와 가공식품, 외식, 축산물 등 가격으로 번질 수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도 점검 대상이다. 코스피는 지난 4일 중동 전쟁 충격으로 12.06% 급락한 5093.54에 마감하며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505.8원까지 치솟아 17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이후 코스피는 6일 5584.87로 강보합 마감했고, 환율은 같은 날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476.4원을 기록했지만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태다. 국제유가가 다시 뛰거나 전황이 더 악화할 경우 원화 약세와 외국인 매도 압력이 재차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앞으로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갈수록 심화하는 중동 전쟁 여파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막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정부는 비축분과 UAE 긴급 도입 물량으로 단기 공급 불안을 해소하는 한편 유가 급등의 소비자 물가 전가 속도를 늦추고 환율·증시 변동성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대응 강도를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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