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이랜드그룹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사실상 지주회사인 이랜드월드를 부당 지원했다며 두 회사에 부과한 과징금 41억 원을 부과했지만 이중 26억 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이랜드리테일과 이랜드월드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최근 확정했다.
공정위는 2022년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월드에 1071억 원 상당의 자금을 무상으로 제공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두 회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0억 8000만 원을 부과했다. 이랜드월드가 2010년 이후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유동성 문제를 겪고 신용등급까지 하락하면서 외부 자금 조달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그룹의 소유·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이 부당 지원에 동원됐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2016년 12월 이랜드월드 소유 부동산 2곳을 총 670억 원에 사들이기로 하고 계약금 560억 원을 지급했다. 이랜드리테일은 6개월 뒤 계약을 해지해 계약금을 돌려받았다. 결과적으로 이랜드월드는 56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181일 동안 무상으로 빌리고 해당 기간의 이자 비용인 13억 7000만 원의 금전 이익도 얻은 셈이 됐다.
공정위는 2014년 이랜드리테일이 의류 브랜드 ‘스파오(SPAO)’를 이랜드월드에 양도하면서 자산 양도대금 511억 원을 3년 가까이 분할 상환하도록 하고 지연이자를 면제한 것도 부당 지원으로 봤다.
아울러 이랜드리테일이 2013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두 회사의 대표이사를 겸직한 김연배씨의 이랜드월드 인건비 1억 8500만 원을 대신 내 부당 지원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이랜드 측은 부당 지원 의도를 인정할 수 없다며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공정거래 행정사건은 공정위 심결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판단하고 대법원으로 넘어가는 2심제 구조다.
서울고법은 2024년 8월 공정위가 부과한 전체 과징금 40억 8000만 원 중 26억 4000만 원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이랜드리테일의 2016년 부동산 인수 계약과 대표이사 인건비 지급 행위는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이었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계약과 관련해 문제의 계약금이 기존에 존재했던 선급금과 단순 회계처리 방식으로 상계된 것이란 점을 들어 “비록 형식상으로는 회계상 계약금 560억 원을 제공받은 것으로 기재됐으나 실질상 이랜드월드가 이랜드리테일로부터 제공받은 경제상 이익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급여와 관련해서도 “급여 지급 기간이 2년 5개월 정도이고 월 급여가 평균 660만 원 정도인 점에 비춰 지원 금액 규모를 과다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다만 이랜드리테일이 스파오 브랜드를 이랜드월드에 양도하면서 대금 지연 이자를 받지 않은 것은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는 공정위 판단을 인정했다.
양측 모두 불복했으나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 임원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위임사무를 처리하는 것이지 회사에 고용돼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라 “대표이사를 겸임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이랜드월드에 근로 등을 제공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김 전 대표이사의 급여를 이랜드리테일이 모두 부담했더라도 이랜드월드에 과다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고 보기 어려워 인력지원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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