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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통령 ‘사과’ 후에도 미사일·드론 공격···“지도부 내부 분열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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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제시키안 대통령 “이웃 국가들에게 사과, 공격 중단”
이후에도 이란 바레인·UAE·사우디 등 공격
강경파 비판에 대통령 ‘사과 번복’ 나서
강경 군부가 국정운영 실권 쥐고 있음 시사
내부 혼란상에서 차기 최고지도자 “사실상 확정”
카타르·사우디 등 “이란에 보복” 경고도
경향신문

8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 속에 폭발로 인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피해를 본 걸프 국가에 사과하면서 공격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이란은 바레인·아랍에미리트연합(UAE)·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갔다. 정권 강경파의 비판에 직면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기존 ‘사과’를 번복하면서 이란 지도부가 내부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국영TV 연설에서 “이란의 공격을 받은 이웃 국가들에 사과한다”며 “우리는 이웃 국가들을 공격할 의도가 없다. 그들은 우리의 형제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이웃 국가들이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 한 이들 국가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임시 지도자위원회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에 따라 최고지도자 권한을 대행하는 헌법상 기구로 페제시키안 대통령, 골람호세인 모흐세니 에제이 사법부 수장, 알리레자 아라피 헌법수호위원회 위원 등 3인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이란의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이날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이란 공격을 받아 주택 등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바레인 내 주파이르 미군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주파이르 기지에서 이란 내 담수화 공장을 겨냥한 공격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바레인은 이날 이란발 미사일 86발과 무인기(드론) 186대를 요격했다고 밝혔다.

UAE에 대한 공격도 잇따랐다. 두바이 국제공항이 드론 공격을 받아 몇 시간 동안 항공편 운항이 중단됐다. 두바이 알바르샤 지역에서 요격된 물체의 잔해가 차량에 떨어져 아시아계 운전사가 사망하기도 했다.

쿠웨이트는 8일 정부 청사인 공공사회보장기관 건물이 드론 공격을 받아 22층 건물이 화염에 휩싸였다. 쿠웨이트 국제공항 연료 저장 시설 두 곳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도 8일 새벽 최소 21대의 이란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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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이란 드론 공격받은 바레인의 고층건물. 로이터연합뉴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과 발언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중동 이웃 국가들에게 사과하고 항복했다”며 “이란이 수천년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 국가들에 패배한 것”이라고 트루스소셜에 밝히자 이란 내부 강경파들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이란 국정운영의 실권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TV 연설을 통해 미국이 “자신들의 오판으로 인한 수렁에 빠졌다”며 “그(트럼프 대통령)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과를 반박하며 “미군기지가 주둔하는 한 이들 국가는 평화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파의 비판에 직면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밤 기존 사과 발언을 번복하는 듯한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엑스에 “우리는 조국을 지키기 위해 죽을 때까지 저항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방국이나 이웃 국가를 공격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의 미군 기지, 시설 및 설비를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의 사과와 번복은 이란 집권층 내부의 분열 양상을 보여준다. 뉴욕타임스(NYT)는 명목상 임시 지도자위원회가 국가를 운영하고 있지만, 안보 기관이 실질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사남 바킬 채텀하우스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는 “페제시키안의 발언과 그에 뒤이은 걸프 국가에 대한 추가 공습은 군사 중심 체제 내에서 그의 무력함을 더욱 부각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온건개혁파 성향으로 분류된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국영TV 연설에서 하메네이와 다른 고위 지도자들이 암살된 상황에서 이란 군부와 혁명수비대가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는 “지휘관과 지도자가 잔혹한 침략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우리 군은 자체 권한으로 작전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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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전시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가 분열하는 상황에서 일부 성직자와 강경파 언론을 중심으로 하메네이 후계자를 신속히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란 전문가회의는 차기 지도자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란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88인의 성직자로 이뤄진 전문가회의 위원인 아야톨라 모하마드 메흐디 미르바게리는 8일 하메네이 후계자와 관련 “확고한 만장일치의 의견이 제시됐다”고 밝혔다. 후계자로는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회의는 최종 결정을 대면 회의를 통해 내려야 하는지, 대면 절차 없이 결정할 수 있는지 절차상 문제를 두고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 보인다. 88인 성직자가 대면회의를 위해 한 장소에 모일 경우 미국과 이스라엘 표적 공격을 당할 위험이 높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후계자는 물론 그를 지명하려는 누구라도 계속해서 추적할 것”이라고 표적 공격 가능성을 위협했다.

이란 측은 중동 내 미군시설을 겨냥한 공격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에너지 시설과 공항, 민간 시설을 광범위하게 공격하고 있다. 이는 전쟁의 피해와 혼란을 키워 미국이 지치도록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이란 정부 관계자들은 이 전력을 ‘미치광이 작전’이란 암호로 부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걸프 국가들은 군사적 대응을 경고했다. 사우디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 외무장관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사우디 영토나 에너지 시설에 대한 공격을 지속한다면 보복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카타르의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도 자국의 안전과 주권,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이란을 압박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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