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광물 가치 부각되면서 더욱 '주목'
2026년엔 '은', '구리' 성장동력 예상
[파이낸셜뉴스]
5일 온산항 고려아연 전용부두인 제3부두에서 배가 입항해 원료 하역작업이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제공 5일 고려아연이 생산한 전략광물 안티모니가 온산제련소에 적재돼 있다. 고려아연제공 5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직원이 전략광물인 인듐을 주조하고 있다. 고려아연제공 |
[울산=박신영기자] 5일 찾은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자리잡은 고려아연의 '심장' 온산제련소. 이날도 온산항 고려아연 전용부두인 제3부두에서는 배가 입항해 원료 하역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인근에서는 원료를 실어나르기 위한 덤프트럭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온산제련소의 부지는 142만1487.6㎡(43만 평)으로 월드컵 상암경기장 19개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아연과 연, 구리 같은 비철금속을 비롯해 귀금속과 전략광물까지 10여 종의 금속을 연간 100만t 이상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제련소다.
■세계 유일 아연·연·동 통합 제련공정
이곳에서는 매년 아연 63만t, 연 44만5000t이 생산된다. 단일 제련소 기준으로 모두 세계 최대 규모다. 여기에 구리, 금, 은과 인듐, 비스무트, 안티모니 같은 전략광물까지 함께 나온다.
현장을 둘러보면 공장 구조도 독특하다. 총 7개 공장이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처럼 연결돼 있다.
1공장에서는 아연과 연, 귀금속을 생산하고, 2공장에서는 구리 제련과 발전설비가 돌아간다. 3공장에는 폐전자기판(PCB)을 처리하는 소성로와 산소공장이 들어서 있다. 원료 저장시설과 발전소, 물류단지까지 갖춘 이곳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금속 도시다.
이러한 통합 구조 덕분에 온산제련소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 제련공정으로 운영된다. 광석에서 특정 금속 하나만 뽑아내는 일반 제련소와 달리, 여러 공정에서 나온 부산물을 다시 처리해 다른 금속을 회수한다. 김승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장은 "대부분의 제련소는 한 가지 금속만 다루기 때문에 부산물 활용이 어렵다"며 "반면 온산제련소는 아연, 연, 동 공장이 통합돼 있어 중간 부산물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핸들링할 수 있다. 이때문에 남다른 영업이익률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같은 전략광물도 생산된다. 세계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들이 바로 이곳에서 나온다.
■세계 공급망 움직이는 전략광물
최근 들어 온산제련소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이 전략광물 때문이다.
대표적인 금속이 인듐이다. 평판 디스플레이와 터치스크린에 들어가는 투명 전도성 소재 ITO의 핵심 원료다. 차세대 혁신기술로 양자컴퓨터가 부상하면서 핵심기술로 쓰이는 인듐 수급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고려아연은 연간 100~150t을 생산해 세계 수요의 약 11%를 공급한다. 이는 전 세계 제련소 중 가장 많은 양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부터 23년까지 인듐 대미 수출국 1위로 미국 인듐 수입의 약 29%를 책임졌다.
안티모니도 마찬가지다. 탄약과 방산 전자장비 등에 들어가는 전략 금속이다. 고려아연은 국내 유일의 안티모니 생산 기업으로 연간 약 3500t을 생산한다. 이미 일부 물량은 미국 방위산업 공급망으로 수출되고 있다. 안티모니 주조공장에서 만난 황윤근 귀금속팀 파트장은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규제 때문에 지난해부터 안티모니 위상이 달라졌다"며 "2022년 대비 생산량이 30% 이상 늘었고 수익도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비스무트와 텔루륨 역시 자동차 부품, 태양전지, 초전도체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온산제련소는 이들 금속을 꾸준히 생산하며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온산제련소는 지금도 확장 중이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게르마늄 공장 건설이다. 2028년 가동을 목표로 추진 중인데, 고순도 5N(99.999%)급 이산화게르마늄을 연간 약 10t 생산할 계획이다.
게르마늄은 반도체와 광섬유, 적외선 센서, 위성 태양전지 등에 쓰이는 핵심 소재다. 특히 방위산업에서도 중요한 금속이다.
실제로 고려아연은 세계 최대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핵심광물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글로벌 흐름 속에서 고려아연의 역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불순물까지 자원으로 바꾸는 기술
보유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잇달아 지정되면서 온산제련소는 경제·안보와 직결되는 전략자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헤마타이트 공정’이다. 아연 제련 과정에서 불순물로 나오는 철을 제거하는 기술인데, 기존 방식보다 낮은 온도와 압력에서 불순물을 효율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덕분에 아연 회수율은 98~99%까지 올라간다.
이 기술은 정부가 지정한 국가핵심기술로 포함됐다. 업계에서도 상용화한 기업은 사실상 고려아연이 유일하다.
또 하나의 핵심 기술은 DRS(Direct Redox Smelter) 공정이다. 기존 연 제련은 산화와 환원 두 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고려아연은 이를 하나의 공정으로 통합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이 기술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오염물질 배출도 크게 줄였다.
여기에 제련 부산물을 다시 처리해 금속을 회수하는 TSL 공법까지 더해지면서 온산제련소는 사실상 '버릴 것이 없는 제련소'에 가깝다. 남은 슬래그조차 시멘트 원료나 산업용 골재로 활용된다.
전략광물 이외에도 올해는 은과 구리가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온산제련소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금속은 은이다. 지난해 고려아연 매출의 30% 이상이 은에서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원료인데, 상당 부분이 광산이 아니라 전자폐기물이나 폐태양광 패널 같은 재활용 원료에서 나온다. 이 공정은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인 SGS로부터 100% 친환경 은 생산 공정 인증도 받았다. 자원 재활용과 친환경 생산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잡은 셈이다.
구리 역시 새로운 성장 동력이다. 전기차와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산업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구리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약 3만t 수준의 구리 생산량을 2028년까지 15만t 체제로 늘린다는 목표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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