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역사·이슬람 전문가인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쟁의 향후 전망을 이같이 진단했다. 헤이켈 교수는 중동의 역사·종교·사회 변화를 장기적 관점에서 분석해온 학자로, 프린스턴대 현대 중동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와도 정기적으로 교류하고 있다.
버나드 헤이켈 프린스턴대 교수 (사진=프린스턴대) |
헤이켈 교수는 이번 전쟁을 이해하려면 중동의 구조적 대립 구도를 먼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동을 ‘현상유지 세력’과 ‘수정주의 세력’으로 구분했다. 현상유지 세력은 경제 발전을 위해 평화와 안정을 원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등이다. 수정주의 세력은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리고 권력 구도를 바꾸려는 세력으로, 이란과 이스라엘 우파가 모두 여기에 속한다고 했다.
헤이켈 교수는 “이란은 이스라엘 소멸과 미국의 지역 내 영향력 축출을 원하고, 이스라엘 우파 역시 자신의 정치적 어젠다에 따라 중동을 재편하려 한다”며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수정주의 세력인 이스라엘이 바로 그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왜 주변국까지 공격했나
헤이켈 교수는 이란이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등 걸프 국가들까지 공격한 이유를 무기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이란 간 12일간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이란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상당 부분 파괴했다”며 “반면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은 손상되지 않은 채 더 큰 무기고로 남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은 실존적 위협을 받으면 광범위하게 공격하고 석유·가스 수송을 교란하겠다고 아랍 세계 지도자들에게 줄곧 경고해왔다”고 덧붙였다.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되고,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지난 6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
이란 정권의 운명…3가지 시나리오
헤이켈 교수는 이란의 향후 시나리오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정권이 현 상태로 살아남아 수정주의 성향이 더욱 강화되는 경우다. 둘째는 정권은 유지되지만 덜 혁명적인 새 지도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에 나서는 ‘베네수엘라식’ 해법이다. 셋째는 정권 붕괴 후 내전이다.
그는 “이란은 페르시아인이 전체 인구의 약 50%에 불과하다”며 “발루치·쿠르드·아제리·아랍 등 소수민족이 외부 세력의 무장 지원을 받을 경우 리비아식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9200만명이 사는 나라가 실패 국가로 전락하면 이란과 주변국 모두에게 재앙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내 예측은 ‘이 정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난 1월 이란 리알화 폭락으로 촉발된 대규모 시위를 수천 명을 살해하며 진압한 사례를 들며 “여전히 국민의 최소 20%의 지지를 받고 있고 권력 유지를 위해 무력 진압도 서슴지 않는 매우 강인한 정권”이라고 평가했다.
“출구전략 없는 전쟁”…호르무즈 봉쇄 충격
헤이켈 교수는 이번 전쟁이 처음부터 출구 전략 없이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는 전후 시나리오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며 “지도자 제거만으로 정권이 즉각 협상 모드로 전환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이 단행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해서는 “전 세계 석유의 약 20%와 상당한 양의 천연가스가 통과하는 곳”이라며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전경 (사진=로이터) |
“MBS는 이란 공격 원하지 않았다”…공격 지지 보도 반박
헤이켈 교수는 MBS가 이란 공격을 막후에서 지지했다는 일부 보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MBS와 지난 2~3년간 이 문제를 직접 논의했다”며 “그는 이란과의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매우 명확하게 말했고, 실제로 트럼프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공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헤이켈 교수는 MBS가 전쟁을 꺼리는 이유를 실질적 위협에서 찾았다. 이란의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이 석유시설뿐 아니라 담수화 플랜트·발전소·통신 시스템 등 핵심 인프라를 동시에 타격할 수 있고, 이를 막을 효과적인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2019년 9월 이란이 아브카이크 석유시설을 공격해 사우디 생산량의 50%를 차단한 것이 그 현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리야드는 인구 700만~800만명이 담수화 플랜트에 크게 의존하는 도시”라며 “해당 시설이 파괴되면 도시 전체를 대피시켜야 하는 실존적 위기”라고 강조했다.
비전 2030도 흔들…“중동 통합 경제권 구상 위기”
헤이켈 교수는 이번 전쟁이 MBS의 경제 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에도 직격탄이 됐다고 봤다. 그는 “MBS의 구상은 사우디가 허브가 되어 아시아·아프리카·유럽을 연결하는, 유럽연합(EU)에 준하는 중동 통합 경제권”이라며 “지역 불안정과 미사일·드론의 위협은 이 모든 구상을 위태롭게 한다”고 말했다. MBS는 이 프로젝트들의 재원 마련을 위해 고유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헤이켈 교수는 “전쟁으로 유가가 일시적으로 오르겠지만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미국이 중재자 역할 해야…팔레스타인 문제가 핵심”
헤이켈 교수는 중동 안정의 열쇠를 미국이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은 터키, 이스라엘, 사우디, 이집트가 서로 협력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중재하는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중동 불안정의 근본 원인으로 꼽았다. 헤이켈 교수는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 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놓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며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반복적인 전쟁과 폭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상공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로이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