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보유 중인 스커드 계열 미사일. 이 미사일에는 유독성 연료와 산화제가 들어간다. 위키피디아 제공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된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이 일주일을 넘긴 가운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은 물론 여러 중동 국가까지 이번 전쟁에 블랙홀처럼 빨려들고 있다. 선제 공습을 당한 이란이 전방위적 반격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공습 피해 지역에서 심각한 환경 오염이 우려된다는 분석이 세계적 권위의 비영리 연구단체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이란 미사일 기지에 저장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유독성 연료와 산화제가 문제라는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영국에 본부를 둔 연구단체 ‘분쟁 및 환경 관측소(CEOBS)’는 미국의 이란 공습에서 촉발된 중동 주요 지역의 시설 파괴가 환경 오염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공식 자료를 발표했다.
CEOBS는 120건의 공습 사례를 확인해 이 가운데 92건의 환경 위험성을 평가했다. 공습 피해는 이란은 물론 이란의 반격 대상이 된 이스라엘, 쿠웨이트, 요르단, 바레인, 카타르, 오만, 사우디아라비아 등에 걸쳐 있었다. CEOBS는 언론 보도나 SNS에서 공습 지역이 확인되면 위성 사진 등을 조합해 피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방식을 사용했다.
CEOBS가 공습으로 인한 환경 피해 가능성을 분석하며 가장 걱정스럽게 지목한 곳은 이란 미사일 기지다. 이란이 최소 수백기를 운영할 것으로 추정되는 구형 스커드 계열 미사일의 연료와 산화제에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연료와 산화제는 미사일에 추진력을 제공하는 화학 물질이다.
이란이 가진 스커드 계열 미사일은 연료로 ‘비대칭 디메틸히드라진(UDMH)’, 산화제로는 ‘항부식성 적연질산(IRFNA)’을 쓴다. 기본적으로 둘 다 액체이지만, 상온에서도 조금씩 기체로 바뀐다.
문제는 UDMH와 IRFNA 모두 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UDMH는 사람의 간과 신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암도 유발한다. 중추 신경계를 공격해 발작과 호흡 곤란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IRFNA도 만만치 않게 위험한 물질이다. 인체 조직을 녹여 실명 등을 유발한다. 허파에 물이 차 호흡을 할 수 없게 만드는 폐부종도 일으킨다.
두 물질은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치명적이다. UDMH는 토양 내 미생물을 쓸어버리듯 사멸시킨다. 물에 녹아 들어가 수생 생물의 집단 폐사를 부른다. IRFNA는 강물을 강산성으로 바꾼다. 물고기의 아가미를 녹여버린다. UDMH와 IRFNA 모두 자연환경을 초토화하는 셈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는 UDMH와 IRFNA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CEOBS가 파악한 영상을 보면 스커드 계열 미사일을 대량 보관 중일 가능성이 큰 이란 북서부 타브리즈 기지와 잔잔 기지에서 거대한 연기 기둥이 확인됐다. 강력한 폭발 또는 화재 발생을 시사하는 모습이다. 기지 내 저장 시설이 파괴되면서 UDMH와 IRFNA가 외부로 샜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난 1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근처에서 공격을 받은 유조선 ‘스카이라이트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CEOBS는 석유 유출에 따른 해양 오염도 우려했다. 이란이 미국 공격에 맞서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민간 선박, 특히 유조선에 대한 공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CEOBS는 “분쟁 상황에서는 해상 공격을 받아도 (유조선에서) 빠르게 비상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며 “원유 유출 위험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CEOBS에 따르면 3일 기준 최소 5척의 유조선이 공격을 받았다. 일부 유조선에서는 큰불이 난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 4일 유조선 10척 이상을 불태웠다고 주장했다. 이란이 유조선을 지속해서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천명한 상황이어서 해양 오염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무인기 공격을 받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AP연합뉴스 |
이란은 미국의 공격을 받은 뒤 사우디아라비아의 라스 타누라 정유 시설도 무인기로 타격했다. 석유에 불이 붙으면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황,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이 연기에 섞여 뿜어져 나온다. CEOBS는 “연기는 바람을 타고 여러 지역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중동 내 지상 석유 시설에 대한 공격을 강화한다면 국경을 넘은 심각한 대기 오염 발생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중동 각국의 긴장감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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