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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장교가 쓴 ‘나의 6·25 전쟁 일기’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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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3년이 조금 넘는 6·25 전쟁 기간 유엔의 깃발 아래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참전용사는 연인원 200만명에 이른다. 그중 4만명 이상이 끝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무사히 살아서 귀환한 이들 중에는 훗날 각국의 지도급 인사로 성장한 인재도 많았다. 그런데 6·25 참전용사로서 일국의 국가원수에 오른 사람은 피델 라모스(1928∼2022) 전 필리핀 대통령이 유일하다. 그는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 직후 소위 계급장을 달고 한국 파병을 자원했다. 이후로도 직업 군인으로 남아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고 육군참모총장(대장)을 거쳐 대통령(1992∼1998년 재임)까지 지냈으니 참으로 장한 지도자라고 하겠다.

세계일보

필리핀 6·25 전쟁 참전용사 알프레도 케이튼(2008년 별세) 대령이 한국에서 복무하는 동안 쓴 일지. ‘나의 한국 전쟁 일기’라는 제목이 인상적이다. 전쟁기념사업회 제공


한반도에서 북한의 기습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필리핀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처음 참전을 결정했다. 연인원 7400여명의 장병이 한국을 위해 싸웠고 그중 110여명이 장렬히 전사했다. 필리핀군이 세운 대표적 전공으로 율동 전투를 꼽을 수 있다. 1951년 4월22일부터 이틀간 경기 연천 율동리 일대에서 필리핀군과 중공군이 싸웠다. 필리핀군은 대대급 병력으로 중공군 1개 사단의 공격을 막아내며 적군 약 500명을 사살했다. 덕분에 인근에 있던 미군과 영국군 부대가 안전하게 퇴각할 수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 4일 이틀간 필리핀을 국빈으로 방문했다. 이 기간 이 대통령은 마닐라에 있는 ‘영웅 묘지’ 내 6·25 전쟁 참전기념비를 찾아 헌화했다.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들 그리고 고인이 된 이들의 유족과 만난 이 대통령은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며 직접 한국 방문을 초청했다. “군인 시절 한국에서 찍었다”며 빛바랜 사진을 내민 참전용사를 위해 이 대통령은 “귀하의 헌신에 감사드린다”는 글을 적고 자필 서명도 했다. 한국과 필리핀이 전보다 한층 더 가까워지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한국·필리핀 정상회담 개최에 맞춰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도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필리핀 6·25 참전용사 알프레도 케이튼(1916∼2008) 대령의 유족이 고인이 남긴 기록과 사진 등 150여점을 기념관 운영 주체인 전쟁기념사업회에 기증한 것이다. 고인의 손녀인 제네비브 케이튼은 “할아버지의 기록물이 지닌 역사적 가치를 한국과 공유하고, 6·25 전쟁에 참전한 필리핀군의 활약상과 희생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번에 기증이 이뤄진 자료는 고인이 전쟁 기간 한국에서 쓴 일기 원본, 촬영한 사진 등이다. 기념관이 이를 잘 활용함으로써 한국·필리핀 간 우정이 더욱 깊어지길 소망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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