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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우려에도 힘 못 쓰는 ‘안전자산’…대체 왜? [투자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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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 가능성에 물가 우려 점화
달러 강세·금리 상방 압력 확대
금·국채 등 전통적 안전자산 주춤
헤럴드경제

이란 사태에 대표 안전 자산으로 꼽히는 금 현물 가격이 3일 오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중동 지역의 군사 충돌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국채 가격은 뚜렷한 상승 흐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유가 급등 가능성이 주목받으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1%가량 하락하며 온스당 약 5070달러대에서 거래를 마쳤다. 최근 금 가격은 장 중 한때 5400달러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나타나며 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이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지만, 최근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도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말 이란을 공습하면서 중동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지만, 금 가격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방향성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거나 봉쇄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요충지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자연스럽게 후퇴한다. 실제로 최근 중동 긴장 고조와 함께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서 미 국채 금리는 오름세를 보인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지면 달러 강세와 실질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게 된다. 이는 금 가격에는 부담 요인이다. 금은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지 않는 무이자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면 상대적으로 보유 매력이 낮아진다.

달러 강세 역시 금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 가격이 달러로 표시되는 특성상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다른 통화를 사용하는 투자자에게는 금이 상대적으로 비싸지게 되고, 이는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최근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보다는 금리 상승 압력에 더 무게가 실리면서 귀금속 가격이 약세를 보인다”며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되고 있고, 이는 연준의 금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채 시장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 안전자산 수요로 채권 가격이 상승하지만, 이번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 크게 작용하면서 채권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말 사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 기대 횟수도 빠르게 줄어들었다”며 “현재 시장에서는 올해 두 차례 이상 인하를 기대하던 전망이 약 1.6회 수준까지 낮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유가”라며 “유가 변동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고 금리 역시 당분간 유가 흐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만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 금리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 연구원은 “현재 금리 수준은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지명 이전 수준까지 되돌려진 상태로 추가 상승 시 저항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지정학적 긴장이 더 확대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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