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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하메네이 사태 속 ‘러시아 파병’ 숨긴 北…‘목숨 나눈 혈맹’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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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달 열린 9차 노동당대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년 전 러시아 파병 당시 ‘목숨을 나눈 혈맹’이라고 과시하던 모습과는 대조를 이룬다. 지난 1월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생포를 지켜본 북한이 동맹의 안보 방패에 회의를 느낀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이란 아야톨라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폭사로 ‘동맹 무용론’은 확신으로 바뀌었을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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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4일 취역을 앞둔 5000t급 신형 구축함 ‘최현호'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조선중앙TV·뉴시스


◆9차 당대회서 사라진 ‘러시아’와 ‘중국’

지난달 19∼25일 열린 9차 노동당대회의 사업총화보고 전문을 7일 살펴보면, 러시아(로씨야)와 중국(중화인민공화국)의 국명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는다. “주변 나라들과의 전통적인 친선 협조 관계”, “반제자주적인 나라들과의 관계를 확대 강화하기 위한” 등 ‘주변 나라’, ‘반제자주적인 나라들’로 통칭했다. 양국을 부르던 ‘혈맹’이라는 단어도 찾아볼 수 없다.

미국(16회)과 한국(23회)은 수십번 언급하면서 “철저한 적대국”, “불변의 주적”이라고 표현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9차 당대회는 지난 5년의 성과를 결산하면서 체제 정당성을 증명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이번 침묵은 더 이례적이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국방력 강화와 지방 경제 발전을 ‘경이적인 성과’로 포장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군을 보낸 후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조해 온 기존 태도와 상반된다. 북한은 지난해 러시아 파병을 공식 인정하면서 “피로써 검증된 두 나라 사이 불패의 전투적 우의”라며 북·러 관계를 강조해 왔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베이징 망루에서 북·중·러 정상이 나란히 서면서 세 나라 협력 관계가 부각되기도 했다. 이런 협력 분위기가 불과 5개월 만에 사라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노동당 창건 80주년 행사에서도 중국, 러시아 정부의 2인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북·중·러 연대를 재차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다.

9차 당대회 문건에서 대외 의존보다 내부 역량을 강조하는 표현도 등장한다. “전적으로 우리의 주체적 역량, 우리 인민의 위대한 힘에 의거할 것”이라며 대외 의존을 경계하는 듯한 문구가 보인다. 다만 “주변 나라들과의 전통적인 친선 협조 관계를 보다 높은 관계로 끊임없이 개화 발전 시켜나갈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명시한 것을 보면, 완전히 선을 긋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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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쭉부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80주년 기념 대규모 열병식에 참석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삐걱대는 북·중·러 동맹

일본 방위성 산하 안보·군사연구기관인 일본 방위연구소(NIDS)는 북·중·러 3국을 ‘비대칭적 파트너십’이라고 평가한다.

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낸 ‘2026 중국 안보보고서’를 보면, “중국은 러시아와 북한의 군사적 밀착이 미·일·한 안보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중심의 동맹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경제적 이해관계와 서방의 제재 부담을 우려해 북한의 군사적 방패막 역할을 꺼리고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또한 “북한을 전쟁 수행을 위한 소모적인 ‘포탄 공급처’나 ‘병력 지원처’로 활용할 뿐, 북한이 원하는 핵심 군사 기술 이전에는 소극적이다”고 짚었다. 러시아가 북한을 동등한 군사 파트너보다는 전쟁을 위한 지원 세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또 러시아가 한반도 유사시 실제로 군사적 개입을 할 가능성도 “매우 회의적”이라고 평가한다.

한·미·일과 달리 북·중·러 간에는 3국 정상회의나 합동 군사훈련이 없다는 점에도 보고서는 주목한다. 결국 이해관계 차이로 북·중·러 협력이 북한의 실질적인 안보 방어막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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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제9차대회 기념 열병식이 열렸다고 조선중앙TV가 2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마두로·하메네이 사태가 남긴 교훈

최근 잇따른 친러·친중 성향 지도자들의 ‘축출’은 북한의 전략적 인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월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 작전으로 생포될 당시, 러시아와 중국은 군사적 개입 대신 외교적 비난에 그쳤다.

동맹이 위기 상황에서 실제 군사적 방어막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켜본 북한이 불과 한 달 뒤 열린 9차 당대회에서 우방국의 이름을 지운 채 ‘주체적 역량’을 강조한 것이다.

당대회 직후 발생한 이란 하메네이 폭사 사건도 북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본 북한의 속내가 외무성 대변인이 1일 발표한 담화에서 읽힌다. 북한은 담화에서 “강력한 대응과 충분한 저항에 직면하지 않는 폭압은 당사국들이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이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는 북한의 자력 억제 논리를 다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북한은 동맹보다는 자체 핵 억제력 강화에 더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당대회에서 ‘핵방아쇠(통합핵위기대응체계)’와 독자적 핵 보복 능력 등을 강조하면서 핵 억제력 강화를 거듭 언급하고 있다.

장민주 기자 chapt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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