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우산 의존 줄이고 ‘유럽 핵억지’ 구상
2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일롱그섬 해군기지에 방문해 핵추진 잠수함 앞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
프랑스의 새로운 핵무장 전략은 유럽 안보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7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핵탄두 증강과 유럽 동맹과의 핵 억지 협력을 포함한 새로운 핵전략을 발표하면서 유럽 집단 안보의 방향에 대한 논쟁이 커지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주 프랑스 브르타뉴 지역에 있는 해군기지 일롱그섬 해군기지를 방문해 기지 내에 배치된 핵무장 잠수함 앞에서 프랑스의 새로운 핵 억지 정책과 관련한 연설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핵무기 보유량을 현재의 290기에서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프랑스는 상대국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을 만큼만 핵무기 숫자를 유지하는 ‘엄격한 충분성’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핵탄두만 보유한 것을 고려하면 극적인 정책 변화라 할 수 있다.
또한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프랑스의 핵탄두 보유량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잠재적인 적국들에 프랑스와 전쟁을 벌일 시 어느 정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계산하는 것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만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핵탄두 증강이 본격적으로 군비경쟁에 뛰어들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프랑스를 공격하는 국가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핵무장 강화 외에도 ‘전방 억지’라는 새로운 협력 구상도 발표했다. 이 구상엔 독일, 그리스, 스웨덴 등 유럽 내 핵을 가지고 있지 않은 7개 국가가 참여한다.
협력 방식은 프랑스 핵무장 공군이 실시하는 훈련에 동맹국들이 재래식 전력을 제공하는 형태다. 프랑스는 연간 네 차례 관련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 안보상 필요할 경우 프랑스의 핵무장 전투기가 다른 유럽 국가에 일시적으로 배치될 수도 있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독일과는 핵 억지력 협력을 위한 공동 운영 그룹도 출범시켰다. 이코노미스트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발표가 수십 년 만의 프랑스 핵전략의 가장 중요한 변화라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결국 유럽 안보는 유럽 국가들이 더욱 주체적으로 책임지자는 것으로 귀결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정책이 미국의 안보 보장을 완벽히 대체하는 것이 아닌 보완의 성격이라 강조했지만, 현재의 국제 외교 상황 속에 프랑스 핵전력의 역할은 더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미국의 핵우산에 의지한 안보 정책을 유지해왔다.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자신들의 핵 억지력을 유럽 방어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쳐왔지만, 미국과의 동맹에 큰 균열이 보이지 않았던 지난 수십 년 동안 프랑스의 제안은 구체적으로 발전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미국이 유럽의 안보를 끝까지 책임져줄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며 유럽 안보는 유럽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시기가 찾아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문가인 이언 레서 독일 마셜 재단 연구원은 “유럽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면서 “유럽은 앞으로 상당 기간 핵 협박을 앞세워 더욱 공격적인 외교를 펼치는 러시아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의 위협, 불확실한 미국의 안전 보장이 겹치며 유럽의 집단 핵 안보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엿보는 이유다.
[이투데이/김해욱 기자 (haewookk@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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