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영향으로 주식ㆍ외환시장이 나흘째 요동쳤다. 3일과 4일 이틀간 하락률이 18.4%로 세계 최악이었던 코스피지수가 5일 9.63%(이하 전일 대비), 6일 0.02% 상승하면서 반등했다. 4일 '천스닥'이 깨졌던 코스닥지수도 5일 1100대로 올라섰다. 6일에도 전일 대비 3.43% 상승해 1154.67로 한주 거래를 마쳤다.
원ㆍ달러 환율은 3일 야간거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1500원을 넘어섰다가 5일 1460원대로 내려갔다. 중동 전쟁 탓이라지만 세계 최대 하락폭에 이어지는 급등으로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ㆍ매수 호가 일시 효력정지)와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중단)가 발동되는 등 변동성이 너무 컸다.
게다가 서울지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4일 리터(L)당 1800원을 돌파했다. 중동 전쟁의 불똥이 한국 경제를 직격했다. 전쟁이 이란의 결사항전으로 격화하며 장기화하면 한국은 고환율ㆍ고유가ㆍ고물가의 '3고高' 비상 상황에 갇히게 된다. 정부는 최악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3고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 대응해야 한다.
아시아 주요국보다 한국 주식ㆍ외환시장의 충격이 심각한 것은 증시 비중이 큰 몇몇 대기업이 대외변수에 흔들리면 증시 전체가 가라앉는 취약한 구조 때문이다.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점도 작용했다.
코스피가 최근 8개월 사이 3000에서 6000대로 급등했지만, 주요 경제지표는 부진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1.0%에 머물렀고, 실질 소비지출(-0.4%)은 감소했다. 실물경제는 부진한데 넉넉히 풀린 시중자금의 힘으로 증시가 활황이다가 중동 전쟁이란 복병을 만나자 요동쳤다.
가장 큰 위협은 전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다. 하루 138척이 지나던 곳인데 28척만 통과했다. 물동량이 80% 감소했다.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국제유가보다 '전쟁 할증료' 성격의 유조선 운임이 더 급격히 올랐다.
[사진|뉴시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해군의 유조선 보호와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보험 제공 의사를 밝혔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미 군함이 투입돼도 물밑에서 터지는 기뢰나 절벽에서 날아드는 미사일, 드론의 벌떼 공격을 막기 어렵다.
보험도 미사일을 차단할 수 없다.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지 않는 것은 보험이 없어서가 아니다. 이란의 공격에 대한 공포와 안전을 위협받을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ㆍ대만ㆍ베트남ㆍ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 중동 전쟁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한국은 경제규모가 세계 12위인데 원유 소비량은 7위일 정도로 많다.
국내총생산(GDP) 1만 달러당 원유 소비량이 세계 최고 수준인 5.63배럴이다.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ㆍ산업 구조에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복합적이고 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고, 수입물가를 밀어올려 경상수지가 악화한다. 물가가 오르면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상황이 나빠지면 물가상승 속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몇 달 지속돼 국제유가가 배럴당 현재 80달러 수준에서 100달러로 오를 경우 물가상승률은 1.1%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중동 전쟁 확산 우려에 따른 3고 파고는 올해 2%대 성장률 회복을 기대하는 한국 경제에 최대 암초다.
우리나라 석유 비축분은 208일 분량이다. LNG의 경우 중동 의존도는 20% 수준이다. 시기적으로 난방 등 에너지 수요가 줄어드는 봄철이라서 다행이다. 그래도 원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에너지 확보에 주력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
거시정책의 무게중심을 안정에 둬야 할 것이다. 환율 변동성과 주식 반대매매 위험이 커진 만큼 금융시장 불안에도 대비해야 한다. 긴급 유동성 공급 등 방화벽을 쌓을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5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100조원 규모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적절하고, 신속하게 집행 관리해달라"고 지시했다.
주식ㆍ외환시장 등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와중에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 불확실성까지 가중시켜선 곤란하다. 여야 정당은 초당적으로 협력해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할 것이다.
이번 환율 급등이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촉발된 데다 올해 예정된 대미투자를 위해서도 환율 안정은 시급하다. 미국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적극 제안해 성사시킬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환율이 1600원까지 치솟을 때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진정시켰다.
아울러 이번 사태를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체질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미국ㆍ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파고는 한국의 통제권 밖이다. 그러나 그 파고에 얼마나 면밀히 대비하느냐의 정책 깊이와 실천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양재찬 더스쿠프 편집인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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