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왕사남 천만①] 장항준 감독, 이제 '♥김은희 남편' 아닌 거장..24년만 첫 천만 의미

댓글0
OSEN

[OSEN=연휘선 기자]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영화에 등극하며 장항준 감독이 데뷔 24년 만에 생애 첫 천만 감독이 됐다. 이제는 '김은희 작가 남편'이 아닌 '천만감독',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 제공/배급 쇼박스, 제작 온다웍스·비에이엔터테인먼트, 약칭 '왕사남')가 지난 7일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는 이날 오후 6시 32분께 누적 관객수 1000만 855명을 기록했다.

이로서 장항준 감독은 지난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로 데뷔한 이래, 24년 만에 생애 첫 천만 영화를 만든 감독이 됐다. 한국 극장가가 불황인 가운데 지난 2024년 5월 영화 '범죄도시4' 이후 약 2년 만에 탄생한 천만 영화이기에 더욱 뜻깊다. 이에 '거장'이 된 장항준 감독의 필모그래피 대표작들을 돌아봤다.

#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 20년이 지나도 한국 코미디 수작

OSEN

장항준 감독은 지난 2002년 영화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첫 상업 장편 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영화는 철없는 백수 봉구(김승우 분)가 나이 서른에 전재산을 털어 산 라이터를 서울역에서 잃어버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봉구는 라이터를 찾아 서울역에서 부산행 기차로 탑승한 것은 물론, 기차에서 마주친 건달보스 철곤(차승원 분)에게도 맞선다.

고작, 단 돈 300원짜리 일회용 라이터다. 그러나 봉구에게는 '전 재산'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순간 존재감이 달라진다. 장항준 감독은 데뷔작부터 그 미묘한 차이를 작품에 담아내며 웃음을 선사했다. 기차를 관통하는 내내 이어지는 라이터를 향한 봉구의 집념, 일회용 라이터 하나에서 시작된 나비효과, 실소를 자아내는 마무리까지. '라이터를 켜라'는 개봉 2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믿고 볼 만한 한국 코미디 영화 수작으로 손꼽힌다.

특히 장항준 감독은 데뷔작부터 촬영 현장에서 헤드 스태프들의 '고성 금지'를 요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모인 현장, 즐거운 창작 현장을 유지하기 위한 그 만의 선택과 고집이었다. 욕설과 폭언이 난무하던 당시 영화 촬영 현장에서 아무리 감독이라고는 하나 이제 데뷔하는 신인에게는 나름 파격적인 주문이었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그의 원칙은 계속해서 지켜지며 회자되고 있다. 동시에 귀감이 되는 중이다. 어떤 상황에도 소리치지 않고 웃을 수 있던 '멘탈'이 장항준 감독의 진짜 매력이자 자산이 아니었냐고.

# 200만, 도무지 넘을 수 없던 통곡의 벽 버틴 '김은희 남편'

OSEN

주목받던 데뷔작 이후 이듬해 '불어라 봄바람'까지 연이어 신작을 선보였으나 흥행에 참패했다. 이후 통곡의 시간이 이어졌다. 15년 뒤인 2017년 선보인 '기억의 밤'까지 영화 연출작을 선보이지 못한 것. 긴 무명의 시간 동안 장항준 감독은 아내 김은희 작가와 2010년 tvN 드라마 '위기일발 풍년빌라'에 작가로 참여했고, 다수의 영화에서 조단역과 특별출연, 각색에 참여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특히 2011년 역시 아내 김은희 작가와 집필에 참여한 SBS 드라마 '싸인'을 성공시키며 비로소 대표작을 갖게 됐다. 이후 김은희 작가가 tvN 인기 드라마 '시그널'까지 성공시키며 장항준 감독은 한 명의 감독이 아닌 '김은희 남편'으로 통했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았다. 각종 방송에서 자연스럽고 또 자랑스럽게 아내의 성과를 자랑했고, '김은희 남편'이라는 수식어에 뒤쳐지지 않았다.

그 사이 '기억의 밤'은 배우 강하늘, 김무열 주연을 내세우고 138만,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2023년 영화 '리바운드'는 100만도 채 안되는 70만 여 명에 그쳤다. 그럼에도 장항준 감독은 흥행을 떠나 코미디 이후엔 스릴러, 스릴러 이후엔 스포츠 등 계속해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끈기를 보여줬다.

# 마침내 첫 천만 '왕과 사는 남자' 그리고 거장

OSEN

'왕과 사는 남자'는 기본적으로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어린 나이에 죽임 당한 비운의 조선 왕 단종(박지훈 분)과 죽음을 감수하고 그의 최후를 지켜보고 수습한 엄흥도(유해진 분) 그리고 이들을 감싼 당시 영월 주민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장항준 감독의 첫 사극이기도 한 '왕과 사는 남자'는 천만영화라는 수치 뿐만 아니라 작품을 사랑하는 관객들에게 시대를 읽어낸 작품으로 통하고 있다. 수백년 전 조선왕조 어린 나이에 죽어간 비운의 왕이 21세기 민주주의 현대 한국을 사는 시민들에게도 울림을 남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미성년자임은 물론 혈연으로 얽힌 조카까지 죽여버리는 비정한 권력의 세계, 그 안에서 패대기 쳐진 도덕과 정의의 모습이 몇 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현재의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자아내며 시사점을 남기는 것이다.

다소 실소를 자아내는 호랑이 CG라거나, 러닝타임의 한계로 다소 응축된 듯한 단종과 청령포 인근 주민들의 유대감 등 물론 영화의 아쉬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가 불황이 고착화된 시기에 천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왕과 사는 남자'를 선택한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이 작은 단점은 상쇄하고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감성보다 이성, 의미보다 재미가 우선되는 시대에 기꺼이 시대를 초월해 몰입하게 만드는 미묘한 감수성의 차이. 단 돈 300원의 일회용 라이터에 희로애락을 담아냈던 장항준 감독이 24년 만에 만들어낸 천만의 비결이 아닐까. "내 마음 속에 저장"을 외치던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윙크보이 박지훈이 웃으며 "내 마음 속에 거장"을 외치게 만든, '천만 거장' 장항준 감독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쇼박스 제공 및 각 작품 포스터 출처.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OSEN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스포츠월드2NE1 박봄, 건강 회복 후 ‘손흥민 고별전’ 무대 찢었다
  • 스포츠조선김태리 싱크로율 100% 그 아역 맞아? '좀비딸' 최유리, 이번엔 웹툰 찢고 나왔다
  • 중앙일보손질 걱정 없이, 집에서 간편하게 전복 요리 도전해요! [쿠킹]
  • 아시아경제쓰레기도 미래 유산…매립지에서 물질문화의 의미 찾는다
  • 이데일리미디어아트로 만나는 국가유산…전국 8개 도시 개최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