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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회담 직전 석유 우방 다 없애고 AI칩도 막고 [트럼프 스톡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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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환 특파원의 트럼프 스톡커(Stocker)
대법원 판결 뒤 엔비디아 수출 규제 점점 강화
펜타닐·상호관세 무효에 ‘H200’ 승인 무의미
중국도 거부하자 ‘AI 반도체 반출 허가제’ 추진
‘실적 0’ 생산 접어...韓 ‘블랙웰’ 26만장도 ‘비상’
미국, 미중회담서 자국 원유 수입 압박 가능성
서울경제

미국 행정부가 3월 31일~4월 2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이란을 공격한 데 이어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허가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30일 경북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부산에서 진행한 미중정상회담 이후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 대중국 수출을 승인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안보와 에너지, 첨단 기술을 총동원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 기대를 일단 접은 가운데 다음달 초 열릴 미중정상회담이 중동 정세와 AI 업계 판도에 중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점점 강화되는 엔비디아 수출 규제...대법원 펜타닐·상호관세 무효 판결에 ‘H200’ 승인 이유 사라져
서울경제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일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H200의 대(對)중국 수출 물량을 업체당 7만 5000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7만 5000개는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등 중국의 주요 AI 기업들이 엔비디아에 전달한 H200 희망 주문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H200과 비슷한 성능을 가진 AMD의 ‘MI325’ 제품을 구매할 때도 같은 한도를 적용받는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8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리고 엔비디아의 H200을 중국에 수출하도록 허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경주 APEC 정상회의 계기 미중정상회담에 따른 후속 조치였다. 매출 돌파구가 절실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끈질긴 로비의 결과이기도 했다.

문제는 엔비디아의 칩을 중국이 군사용으로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정계에 초당적으로 확산되면서 불거졌다는 점이다. H200은 미국이 기존에 중국 수출을 허용했던 ‘H20’보다는 성능이 압도적으로 우월하고, 최첨단 칩인 ‘블랙웰’ ‘루빈’보다는 사양이 낮은 제품이다.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과 비교하면 당연히 성능이 뛰어나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14일 엔비디아 H200의 대중국 수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으로 수입됐다가 다른 나라로 재수출되는 반도체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하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미국 연방 상원 세출위원회 상무·법사·과학 소위원회 청문회에서 H200 수출 승인 조건을 거론하며 “엔비디아는 조건을 감수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해당 조건은 엔비디아가 중국 기업에 H200을 수출할 때 ‘고객확인제도(KYC)’ 절차를 엄격히 따라야 한다는 등의 상무부 단서 조항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KYC는 중국 군부가 엔비디아의 해당 칩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다. 미국 상무부 산하 산업안보국(BIS)도 같은 달 12일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했다는 이유로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AMAT)와 한국 자회사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코리아(AMK)에 총 2억 5200만 달러(약 3600억 원)의 벌금을 물기로 했다. 이는 BIS가 지금까지 부과한 벌금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더 극적인 변화는 지난달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의 관세 판결에서 비롯됐다. 대법원이 국가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해 부과한 상호관세와 펜타닐 관세를 모두 무효로 처리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옹색해진 까닭이다. 미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으로 합성 마약인 펜타닐 유입을 막는다는 조건 아래 중국에 부과한 관세 20% 가운데 10%포인트를 인하하고 엔비디아의 H200 대중국 수출을 승인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대두 수입을 재개하고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해제했다. 대법원 판결로 이 모든 합의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중국도 거부하자 ‘AI칩 수출 허가제’ 검토...엔비디아, ‘실적 0’ H200 생산 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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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행정부는 급기야 AI 반도체 수출을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는 방안까지 추진하기 시작했다. 관세 인하 카드가 무력화된 이상 중국에 마냥 호혜를 베풀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상무부는 미국의 AI 칩을 수입하는 외국 기업에 자국 내 투자를 조건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이 입수한 문서에 따르면 상무부는 칩 수입 기업에 보안 관련 보증을 요구하는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상무부는 나아가 1000개 미만의 소규모 반도체를 설치하는 데에도 수출 허가를 받도록 했다. 예외 적용을 받으려면 수입 업체가 구입한 칩을 다른 반도체와 연결해 더 큰 클러스터를 구축하지 못하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사용에 동의해야 한다.

상무부는 이 보도와 관련해 X(옛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미국 기술 조합(스택)의 안전한 수출 촉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정부는 중동과의 역사적 협정을 통해 수출을 성공적으로 확대했고 그 접근법을 공식화하기 위한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방미 때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에 각각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3만 5000개 수출을 허가한 사실을 거론한 내용이었다.

같은 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겹겹의 규제가 적용되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용 칩 H200의 생산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생산 설비를 H200에서 차세대 칩 ‘베라 루빈’ 생산으로 전환했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 당국이 H200 수입을 사실상 거부한 여파도 있었다. 1월 1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엔비디아의 H200 칩 반입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당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4월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기 전 미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기간인 5일 최고 입법기관인 전인대에 제출된 제15차 5개년 계획 초안에서 AI를 52번이나 언급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도 같은 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4차 회의 업무보고를 통해 “스마트 경제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야 한다”며 AI와 각 산업 간 결합, AI 활용 상업화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비디아는 현재 H200 칩 재고 25만 개를 보유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에 반도체를 판매할 수 있게 될 때 이를 먼저 소진하는 식으로 대응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지난달 25일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실적 발표 때도 2027 회계연도 1분기(올해 2∼4월) 매출액이 780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면서 중국 시장 실적은 전혀 포함하지 않았다. 당시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국 고객사를 위한 소량의 H200 제품에 대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매출을 내지 못했다”며 “중국으로 수입이 허용될지도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데이비드 피터스 상무부 차관보도 같은 달 24일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H200이 중국에 아직 판매된 바 없다”고 밝혔다.

韓, 젠슨 황이 약속한 ‘블랙웰’ 26만 장도 ‘비상’...미중회담에 미국산 원유 수입도 의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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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칩 수출 허가제의 유탄은 중국뿐 아니라 한국 등 다른 나라까지 맞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무부가 예로 든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사례가 한국과도 유사한 까닭이다. 당장 UAE는 자국 AI 투자액과 동일한 금액만큼 미국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엔비디아 칩 수입 허가를 받았다가 사업 추진에 몇 개월을 더 소요하게 됐다.

조 바이든 전 행정부 때 ‘AI 확산규칙’에 따라 최첨단 GPU를 거의 아무런 제한 없이 수입할 수 있던 한국은 더 깐깐한 심사를 앞두게 됐다. 황 CEO가 지난해 10월 말 한국 정부에 약속한 블랙웰 포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 공급 계획도 일부 어그러질 수 있다. 황 CEO는 당시 블랙웰을 포함한 GPU 26만 장을 한국 정부와 삼성전자(005930), SK(034730)그룹, 현대차(005380)그룹, 네이버( NAVER(035420))클라우드 등에 공급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담당관을 지낸 미국 싱크탱크인 진보연구소(IFP)의 사이프 칸도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목적보다는 동맹국과의 협상 카드로 이 정책을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을 앞뒤로 이를 만회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안보 정책은 점점 과감해지고 있다. 베네수엘라, 이란 등 중국의 우방국 지도자들을 잇따라 제거하면서 관세 대신 무력과 에너지 차단으로 협상력을 높이고 있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적극적인 대외 개입 정책에 가장 거세게 반발하는 나라도 당연히 중국이다.

중국은 이란산 원유의 80% 이상을 매년 구매하는 최대 수입국이다. 에너지 분석 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하루 평균 해상 수입 원유량의 13.4%인 138만 배럴을 이란에서 구입했다. 중국은 제재로 수출길이 막힌 이란을 상대로 헐값에 원유를 수입할 수 있었다. 중국이 이란이 아닌 다른 산유국에서 물량을 늘리려면 연간 30억~8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이는 중국의 제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

3일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미국으로 간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량이 하루 약 37만 5000배럴을 기록해 1월보다 약 32% 늘었다고 보도했다. 반면 1월 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 전까지 베네수엘라 원유 시장의 최대 ‘큰손’이었던 중국을 포함한 대(對)아시아 수출은 67%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러시아와 이란산 석유·가스 대신 미국산 구매를 늘리도록 하는 방안을 미중 정상회담 협상 의제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외교가와 월가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 휴전을 최대 1년 더 연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문제와 관련해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외교 실적으로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와 석유·가스 구입을 요청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또 대중국 관세 인하를 카드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 개선과 추가 시장 개방 요구, 희토류 등 핵심 전략 광물의 추가 수출 통제 해제 등을 주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호 관세와 펜타닐 관세가 무력화된 마당에 반미 국가 에너지 차단, 미국산 AI 칩 수출 제한 조치는 대중국 협상 카드로서 충분히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하나둘 꺼낼 때마다 한국과 다른 나라의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도 수차례 휘청일 것으로 보인다. 당장 6일에도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부터 무려 12.21%나 상승하며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WTI의 상승폭(9.89달러)은 2020년 4월 21일 이후 최대였고, 상승률은 2020년 5월 7일 이후 최대였다. WTI의 주간 상승률 35.63%는 1983년 이후 선물 거래 사상 최대 상승폭이다. 글로벌 석유·가스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에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장기전 불사를 시사한 영향이 컸다. 유가 급등 여파로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9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33%), 나스닥종합지수(-1.59%)는 모두 하락했다. 엔비디아 역시 3.01% 하락하며 지수보다 더 크게 폭락했다. 미중 정상의 만남은 금융시장의 이 같은 불안정성에 기름을 부을 수도,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는 이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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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스톡커(Stocker)’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 투자에 도움이 될 만한 미국의 시장·기업·정책·정치·외교 관련 현장 이야기와 현안 분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구독하시면 유익한 미국 소식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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