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5일 김어준씨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서 KTV의 ‘정청래 대표 악수 장면 편집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튜브 캡처 |
[주간경향] “제가 비판하는 것은…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 실수가 민주 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3월 5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유튜브 방송에서 진행자 김어준씨가 한 발언이다. 그는 이날 ‘KTV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 영상’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악수 장면 편집 ‘논란’에 대해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게 될 것이라며 10분가량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로 세 번째 입장 표명이었다.
그의 첫 문제 제기는 이 대통령 출국 다음 날인 3월 2일 방송이었다. 출국장에서 KTV가 ‘무편집 풀영상’이라고 올린 영상에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장면이 편집돼 있는데, 지난 1월 중국·일본 출국 ‘무편집 풀영상’ 영상 역시 정 대표의 인사 장면이 편집돼 있더라는 것이다. KTV는 정부 산하기관이 운영하는 케이블TV인데, 대통령과 청와대를 홍보하는 방송이 ‘의도적 패싱’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이날 낮,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김어준씨가 운영하는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려 “의원실에서 사실을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KTV 정청래 편집 논란, 지속하는 까닭은
사실 김씨의 문제 제기는 전형적인 음모론적인 ‘의혹’이다. 설사 KTV 현장 영상을 찍거나 편집한 측이 마음속에 그런 의도가 있었더라도 검증할 방도가 없다. 문제는 그런 의혹 제기를 받아들여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KTV는 해명자료를 냈다. 근접 촬영 영상에는 악수 장면이 없었고, 원거리에서 찍은 ‘스케치 풀샷’은 인파 때문에 대통령과 영부인 모습이 가려져 사용이 어려워 편집에서 뺐다는 것이다. 3월 5일 김씨 주장의 논점은 살짝 이동해 있었다. KTV 편집이 문제가 아니라 이 대통령 팬클럽인 ‘재명이네마을’에서 그렇게 편집한 영상을 ‘정청래=반이재명’의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재명이네마을’ 차원의 움직임이 있긴 했다. “KTV 편집 의혹을 검증하겠다”는 최민희 의원을 강제 퇴출시키기 위한 투표가 이뤄졌다. 투표참여자 중 1256표, 94.6%의 찬성으로 ‘강퇴’ 처리됐다.
앞서 ‘재명이네마을’은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제안한 정 대표와 쌍방울 사건 변호사를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한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 “분란만 만들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카페에서 강제 탈퇴 조치를 한 바 있다.
김씨는 이 대통령 팬클럽에서 이뤄지는 이런 움직임이 ‘갈라치기를 목적으로 침투한 프락치들의 공작’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 팬덤에서 벌어졌던 일과 유사한 일이 현재 벌어지는 중이고, 거기엔 갈라치기로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작전 세력’의 개입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역시 ‘뉴이재명 논란’의 한 갈래다. 정치권과 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현재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논란이다. 명확하게 합의된 개념은 없지만 ‘뉴이재명’은 지난해 대선까지는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지만, 이후 새로 지지자가 된 그룹을 말한다.
이 대통령에 대한 팬덤은 기존에도 공고했다. 멀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치러진 대선 전후로 형성된 ‘손가락혁명군’(손가혁)에서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석패한 지난 대선 때도 열성 지지층은 존재했다. 즉 현재 민주당 지지그룹이 새로 이 대통령 지지자가 된 ‘뉴이재명’과 기존의 ‘올드 이재명’으로 분화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이다.
“개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재명이네마을은 새로운 지지자가 아니라 이전부터 지지해온 팬덤이다. 이 사람들이 뉴이재명이 아니다. 정청래, 이성윤, 최민희 등이 친명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다. 정확히 말하면 ‘친청(친정청래)’ 대 ‘친명’으로의 분화다.”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의 말이다.
“과거 민주당 정권의 역사적 경험을 보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때도 있고 실패한 예도 있다. 김대중(DJ) 대통령과 새천년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고,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실패했다. 이유가 뭘까. 김대중 정부는 끊임없이 중도보수로 확장하려 했던 반면, 열린우리당은 중도보수에 닫힌 모습을 보였다. 지금 이 대통령이나 팬덤이 곱씹는 모습으로 본다. 이 대통령 본인이 언급했듯, 민주당 후보로 대통령이 됐지만, 그후엔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자신을 찍는 사진기자들을 찍고 있다. 권도현 기자 |
김 대표에 따르면 그에 비해 ‘친청’은 ‘친문’에 이은 진보 노선을 견지하려는 시각이다.
“뉴이재명은 실제로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인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의 입장을 한마디로 하면 ‘잘하네’다. 주식이 됐든 부동산·유가가 됐든 대통령이 열심히 하고, 성과도 있다고 인정하며 입장이 바뀐 사람들이다. 뒤집어 말하면 언제든지 평가는 뒤집힐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민주당 입장에서 봤을 때는 불안정한 지지 세력으로 봐야 한다.”
그는 2002년 대선 당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입장에 섰던 김민석 총리, 민주당 탈당 후 보수진영에서 정치하다 다시 돌아온 이언주 의원 등을 악마화하는 것은 ‘친청’ 측에서 일종의 ‘프레임 전쟁’을 시도하는 것이지만, 쉽게 먹히진 않으리라 전망했다.
“올드·뉴 프레임 전쟁 더는 먹히지 않을 것”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정치라는 것은 늘 상대평가인데 국민의힘이 지리멸렬을 넘어 적전분열로 내닫는 상황이다. 반대급부를 이 대통령과 민주당이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나타나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의 상황이 민주당 당원그룹 내에서는 간단치 않다”고 진단했다.
“차기 주자 경쟁이 너무 빨리 가시화되고 있다. 이것이 가장 본질적인 갈등 요인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친이재명파’와 ‘친정청래파’가 나뉘어 차기 권력 구도가 형성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민주당으로선 거의 통제 불능 상황까지 온 것”이라며 “이렇게 된 데는 민주당이 김어준씨 유튜브를 비롯한 외곽 플랫폼에 너무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지금도 그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선거에서 민주당 출마자들의 태도도 과거로 회귀했다. 비용 들여 전략을 개발할 필요가 없고 강성지지층에만 어필하면 된다. 당면한 지방선거에서도 친명, 친민주당 성향 유튜브에 어떻게 하면 출연할 것인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뉴이재명’ 논란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
“지지층 분화와 재정렬은 장강의 뒷물이 앞물을 밀어내듯 당연하다.” 하헌기 새로운생각연구소 소장의 말이다.
“김어준씨가 민주당과 지지층에 이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것은 문재인 당대표 시절 온라인 권리당원 시대 때부터다. DJ나 노무현 정권 때는 이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게 아니었다. 유시민 작가도 마찬가지다. 그의 말에 노사모가 움직이지 않았다. 이들의 영향력이 커진 것은 문재인 당대표 시절이었다. 그들의 영향력이 정점에 도달했던 시기도 문재인 정권 때다. 이재명 시대로 들어오면 당의 주류는 친명이 되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에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던 김어준씨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나 이 대통령 집권에는 여러 지지자 그룹이 역할을 했고, 따라서 뉴이재명 논란은 주류가 된 민주당 진영 내에서 누가 주도권을 쥐느냐를 두고 벌이는 권력 갈등이라는 설명이다.
갈라치기는 언론이? 유튜브 책임과 의무도 필요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란 과정에서 당 내분이 불거져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전까지는 뉴이재명은 당연히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친명계가 주류인 것으로 인식했는데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논의 과정에서 구 친문계의 부활이라는 화두가 불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이 대통령이 이른바 ‘친문 적통’ 대접을 못 받았고, 뿌리 깊은 구 친문계와 친명계 사이의 악감정이 다시 소환되는 모양새라는 것이다. 그는 일단 지방선거 국면에선 국민의힘이라는 공동의 적을 두고 갈등이 잠복하는 모양새를 보이겠지만, 내부적으로 누가 진정한 당권파냐를 두고 세 결집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평론가는 “예상대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하게 되면 지방선거를 이긴 당대표 교체는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된다”며 “인사나 지방선거 공천과정에서 견제와 갈등은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뉴이재명 논란’이 언론의 의도된 갈라치기 프레임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언론이나 정치평론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지지층 내의 사소한 입장 차를 침소봉대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신용철 더체인지플랜 선임연구위원은 “유튜브나 팬덤 커뮤니티의 속도를 기존 레거시 언론이 따라가기 힘들다”라며 “뉴미디어 환경 변화로 이미 기존 언론이 프레임을 짜는 것은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은 도덕적으로 아무 잘못 없다고 생각하고 외부 탓으로만 돌리는 식의 대응에 익숙한 유튜브나 팬덤 커뮤니티도 앞으로는 책임과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