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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 행사가 남용으로 인정돼 허용되지 않는 경우(4)[정보근 변호사의 부동산 법률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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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근 법무법인 리움 대표 변호사
서울경제

부동산과 관련해 최근 법원 사건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사건들이 있다. 오피스텔 등 호실을 분양받은 수분양자들이 분양계약을 해제하고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들이다. 해제하고자 하는 표면적인 사유는 여러가지다. 하지만 이면에는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잔금을 내고 입주하면 오히려 손해인 사정이 있다. 만약 건물에 중대한 하자가 있는 등의 경우에 계약 해제가 가능한 것은 물론이나, 최근의 분양계약 해제 소송은 경미한 하자임에도 하자를 보수하거나 손해배상을 받고자 하기보다 분양계약 자체를 해제해 달라고 하니 이례적인 현상이다. 필자도 아파트 입주민들의 하자보수 소송에 대응해 건설회사의 소송대리를 다수 진행하고 있으나 아파트에 하자가 있다고 분양계약을 해제해 달라는 경우는 보지 못하였다.

수분양자들이 최근 분양계약 해제 사유로 주장하는 대표적인 사유는 시행자가 건축물 분양에 관한 법률(건축물분양법)을 위반해 관할 관청으로부터 시정명령, 과태료 등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파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오피스텔과 같은 건축물의 경우, 건축물분양법에 수분양자의 권리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다수 포함돼 있다. 그 중 강력한 권리보호방법이 바로 시행자가 시정명령 등을 받으면 분양계약을 해약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조항을 분양계약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의무를 시행자에게 부과한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오피스텔 등 분양계약서에는 건축물분양법에 근거해 위와 같은 분양계약해제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건축물분양법은 시정명령 등의 사유가 무엇인지, 즉시 시정이 되었는지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해제권을 언제까지 행사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부동산 경기 상승기에 사전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들이 분양받은 후 수년이 지나 입주예정일이 임박한 상황에서 잔금 납부를 거부하기 위해 비로소 해제권을 행사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하급심 판례들은 구체적 사안에 따라 시정명령의 사유가 경미한 것이라면 분양 후 수년이 지난 상황에서 계약을 해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하는 등 해제사유를 축소해서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건축물분양법에 따라 포함된 분양계약서의 해제조항은 해제의 사유가 된 위반사항의 경중이나 다른 요소를 고려함이 없이 문언 그대로 해석하여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위 대법원 판결과 같이 계약의 해제 사유나 요건을 문언에 충실하게 해석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위 대법원 판결을 과도하게 해석해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 체결 이후 오피스텔 등이 완공된 이후라도 시기의 제약 없이 시행자가 시정명령이나 과태료만 받으면 제한 없이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실제로 위 대법원 판례의 취지에 따르더라도 결국은 수분양자의 해제권 행사 권리의 남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가 있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판례에서 시행자는 건축물을 분양하면서 분양신고 없이 수분양자들을 사전 모집했는데, 이로 인해 건축물분양법 위반죄가 인정되어 벌금까지 선고받았다. 해당 분양계약서에는 위와 같이 시행자가 벌금을 선고받는 경우 분양계약을 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사건의 법원은 분양계약 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분양자가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마쳐 분양계약의 목적을 달성하였고, 사전 모집을 통해 수분양자들은 대형상가 중 자신들이 원하는 업종과 구역, 가격적 이익을 선점하고자 시행자의 건축물분양법 위반행위에 편승하였다는 이유였다. 이렇듯 사전분양을 통해 해당 호실을 선점한 수분양자들이 이미 준공이 완료되어 등기까지 마친 상태에서 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반하여 용인되기 어려운 권리행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혹자는 계약대로, 법대로 내가 권리를 행사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다음과 같은 판례 사안을 통해 권리행사의 남용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자. A는 외국에 이민을 간 사람으로 한국에 주택을 하나 소유하고 있었다. 이 주택에는 A의 친동생 가족이 A의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는데 A는 아버지와 친동생을 상대로 하여 자기 소유의 주택을 비우고 나가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A의 부친은 고령에다 지병으로 고통을 겪는 상태에서 마땅한 거처도 없었고, 친동생 또한 간염 등 지병을 앓고 있는데다 별다른 자력이 없었다. 반면, A는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었고 이민을 가 있어 해당 주택에 입주하면 안될 급박한 사정도 없었다.

이러한 사안에서 A가 주택의 소유권을 행사하여 부친과 친동생 가족 등 6명을 쫓아내는 것이 정당한 권리의 행사일까. 이에 대해 대법원은 A의 권리행사는 정의 관념에 반한 권리의 남용이므로 인정될 수 없다고 보았다.

다른 판례 사안을 하나 들어보자. B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는데 인근 콘도와 해당 토지가 인접해 있었다. 어느 날 B는 콘도와 자신의 토지 사이의 경계에 쇠파이프 등 철제 구조물 및 블록조 화분 등을 설치하였다. 이러한 행위는 정당한 권리행사일까. 이에 대해 하급심 판결은 이러한 구조물 등의 설치로 인해 콘도의 고객들에게 불편이 야기되고 콘도의 전체적인 미관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음에도 권리행사 자체는 적법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B의 구조물 설치 행위는 외형상으로는 정당한 권리행사로 보이나 정당한 권리행사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러한 권리남용, 신의칙 위반의 주장이 쉽게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권리남용, 신의칙위반 여부에 대하여는 하급심과 상급심이 엇갈리는 판단을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많은 분쟁들을 다루다보면 계약서의 문언 혹은 법규정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견된다. 이러한 경우 경험이 많은 변호사는 신의칙 위반이나 권리남용 주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하게 되는데, 의외로 재판부에서도 신의칙이나 권리남용 주장을 받아들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필자가 진행한 소송에서 법원이 신의칙 위반으로 판단한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C학교법인은 동 법인이 가지고 있는 토지에 호텔을 신축하고자 호텔신축허가를 받았고 토지는 신탁회사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까지 하였다. 그런데 이사장인 D가 학교법인의 기본재산인 토지의 처분허가 조건을 위반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바람에 호텔신축허가가 취소됐고, C학교법인은 신탁회사를 상대로 해당 토지의 소유권 등기도 다시 회복했다. 그러나 신탁회사가 그 이후에도 해당 토지를 계속해서 점유하고 학교법인에 점유를 반환하지 않자 C학교법인은 신탁회사를 상대로 토지를 계속해서 점유∙사용함으로 인한 부당이득을 반환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쉽게 말해, 토지 매매계약이 매도인인 학교법인의 대표자인 이사장의 불법행위로 인해 무효화되었음에도 매수인이 토지를 계속 점유하자 부당이득반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소송의 결과 학교법인의 부당이득반환 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매수인인 신탁회사가 매도인인 학교법인에 대해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된 것은 학교법인 대표자인 이사장이 저지른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고 이로 인해 학교법인은 신탁회사에 대해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부당이득반환 청구를 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어 권리의 남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요컨대, 매도인측의 불법행위로 매매계약이 무효화 된 결과 매수인이 토지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반환 의무를 부담하게 됐더라도 불법행위의 책임이 있는 매도인이 매수인을 상대로 부당이득반환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리의 남용으로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동산 관련 분쟁에서 권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권리의 남용, 신의칙 위반으로 인정되는 판례들이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주의할 것은 이러한 권리 남용, 신의칙에 관한 사례들은 변호사가 적극적으로 주장을 하고 입증을 해야 비로소 법원이 판단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동산 관련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부당한 권리행사에 대해서는 변호사에게 충분히 상담을 받고 이를 소송에서 주장해야 할 것이다.

서울경제

서경IN sk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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