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중동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로 국내 증시가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일부 반도체 종목에만 의존하는 코스피의 구조적 취약성이 충격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일까지 ‘KRX 반도체’ 지수는 63.4% 상승했다. 한국거래소가 산출한 34개 ‘KRX 산업지수’ 중 ‘KRX 증권지수’에 이은 상승률 2위다.
KRX 반도체 지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외 한미반도체, 원익IPS, DB하이텍, 주성엔지니어링, RFHIC 등 35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코스피가 20% 가까이 폭락한 지난 3~4일, 이 지수는 17.79% 하락했다가, 지수가 9.63% 급등한 지난 5일엔 15.9%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5일 기준 KRX 반도체 지수의 시가총액 규모는 1914조1940억원이었다. 코스피·코스닥 시총(5217조9560억원)의 36.68%에 이르는 규모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중동 사태가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코스피가 과도하게 반응했고, 그 배경에는 편중된 반도체 쏠림 구조가 있다고 봤다. 다른 나라의 주가 지수도 이란 사태로 변동성을 보였지만, 우리나라처럼 하루 10% 전후로 움직이는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전쟁 당사국인 미국의 주가가 일평균 1% 내외의 변동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주가 변동은 더욱 두드러진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수 종목에 의한 과도한 집중으로 중동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보다 과도하게 주가지수가 반응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두 반도체 종목(삼성전자·SK하이닉스)이 전체 시장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반면, 미 S&P500에서 가장 큰 두 종목의 비중은 10%대 초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기나 글로벌 경기는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투자가 견인하며 경제성장 기대치를 높이고 있지만, 이러한 쏠림은 양극화가 심화된 정도에 비례해서 충격에 민감하거나 더 취약할 수 있다”며 “특히 경기 변곡점을 맞이해 하락할 때 고르게 성장이 이뤄졌던 시기와 비교해 보면 경기 낙폭이 더 가파를 수 있을 뿐 아니라 체감적으로 느끼는 경기 냉각은 더 차가울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 SK하이닉스 신규 팹(Fab) P&T7 조감도. [SK하이닉스 뉴스룸 제공] |
다만, 당장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종목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반도체 수출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사실상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지난 2월 한국 수출 증가율은 설 연휴로 조업일수가 감소했음에도 전년 동월 대비 29% 증가했다. 이는 역대 2월 기준 최대 실적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35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9.3% 증가했다. 일평균 수출이 30억달러를 상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0.8% 증가하며, 월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3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상회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한국 수출 구조가 AI 투자 사이클에 기반한 반도체 중심의 IT 수출이라는 점은 중요한 변화”라며 “과거에는 반도체 수요가 소비 사이클에 연동돼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면, 현재의 AI 투자 사이클은 이러한 충격을 일정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최근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로 앞서 제시한 27만5000원, 154만원을 유지했다.
김 연구원은 “주가하락이 무색하게도 메모리 가격은 매우 안정적”이라며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3거래일간 D램 현물가격은 16Gb 기준 DDR5 -0.8%, DDR4 -3.4% 하락에 그쳤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메모리 안전 재고 확충 기조를 강화할 수 있고, 동시에 공급자로 하여금 설비 투자에 대한 경계심을 확대할 만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