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11일(현지 시간) 미국 하원 국토안보위원회 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P뉴시스. |
조지아 현대차 공장 대규모 단속 사태를 주도했던 미국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전격 경질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에서 해임된 첫 장관이다. 그는 정부의 정책 기조를 따르기보단 개인 홍보에 치중하고 부하 직원과의 불륜 관계라는 의혹까지 받았다. 장관 후임으로 상원의원이자 이종격투기 선수 출신인 마크웨인 멀린 의원이 임명됐다.
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오클라호마 출신 마크웨인 멀린 상원의원이 3월 31일부로 국토안보부 장관에 취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장관인 놈 장관은 훌륭히 직무를 수행했고 국경 문제에서 특히 많은 성과를 거뒀다”며 “그는 토요일(7일) 플로리다주 도랄에서 발표될 예정인 새 서반구 안보 이니셔티브 ‘아메리카의 방패’ 특사로 이동할 것이다”고 전했다.
놈 장관에 대한 논란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최근 미국 내 이민자 단속 과정에서 미국 시민 2명이 사망하는 등 그의 리더십은 공화당 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그는 지난해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근로자 475명 구금 사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당시 조지아주 단속 사태에 대해 “조지아에서 (이민단속국) 작전을 통해 구금된 개인들에 대해 우리는 법대로 하고 있다”며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후폭풍이 커지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 주지사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몰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국토안보부 내 장관 수석보좌관 코리 루언다우스키와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둘은 호화 전용제트기를 함께 타는 등 수년간 비밀연애를 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했다. 국토안보부 내에서도 둘의 관계는 공공연한 비밀로 통한다고 했다.
[노갈레스=AP/뉴시스] 크리스티 놈 미 국토안보부 장관이 4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주 노갈레스의 멕시코 국경 지역에서 연설하고 있다. 놈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 역사상 가장 안전한 국경” 상태가 1년간 유지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 당시 미국은 가장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었고, 이의 해결 방법은 법을 집행하는 것이며, 모든 사람에게 법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미국인을 우선하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2026.02.05. |
이러한 갖가지 논란에도 놈 장관을 감싸왔던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경질한 결정적인 이유는 2억2000만 달러 정부 예산이 투입된 TV 광고 때문이다. 불법 이민자 단속과 자진 출국을 유도하기 위해 제작된 해당 광고에 놈 장관 본인이 출연하며 공화당 내에서도 지탄을 받았다. 정부 예산을 통해 본인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루이지애나주 공화당 소속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그 광고는 놈 장관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놈 장관은 의회에 출석해 해당 광고 예산을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했다고 발언했지만, 정작 트럼프 대통령은 광고 예산 집행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놈에 대한 경질 요구가 극에 달하게 됐다.
그는 장관 재임 시절 초기부터 정부 정책을 홍보하기보다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찍은 본인의 사진을 SNS에 올려 인지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3월에는 불법 이민자에 대한 단속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엘살바도르에 있는 대규모 수용 시설을 방문한 뒤 철창 안에 수용자를 세워두고 야구모자를 쓴 채 영상을 찍어 논란이 됐다.
국토안보부 직원들에게도 그는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WSJ는 전했다. 그의 경질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토안보부 직원들은 복도에 모여 하이파이브를 나누기도 했다. 다만, 그의 후임으로 지목된 멀린 상원의원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BBC는 강경 보수파인 그가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강경 단속을 지지해오던 인물이라고 했다.
BBC는 그가 화를 참지 못하는 성격으로 이런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2023년 11월 벌어진 미국 최대 노조 중 하나인 ‘국제 운전사형제회(팀스터즈 형제회)’ 회장 션 오브라이언과의 설전을 예로 들었다. 당시 멀린 의원은 오브라이언을 향해 “자수성가한 척하는 탐욕스러운 최고경영자(CEO). 여기서 끝내자”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빼 마치 당장이라도 몸싸움을 할 것처럼 행동했다. 이러한 그의 행동으로 같은 당 소속 의원까지 그를 지적했다. WSJ는 “국토안보부 직원들은 멀린 의원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그의 리더십이 놈 장관과 얼마나 다를지 우려하고 불안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