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한 후 약 일주일이 지났다. 원·달러 환율은 요동쳤다. 야간 거래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하는 등 큰 폭으로 등락하며 변동성 장세를 이어갔다. 한국 원화는 중동 무력 분쟁과 같은 돌발 변수에 특히 취약한 통화다. 중동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데다 분단 리스크도 여전하단 특성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이에 따라 환율은 얼마나 오르내릴지, 전쟁 이후 주목해야 할 변수는 무엇인지 시장 전문가 6인이 진단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약 일주일이 흐른 6일, 시장 이목은 중동 교전 상황의 장기화 여부에 쏠렸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짧게는 다음 주, 적어도 한 달 내에 중동 교전 상황이 마무리된다는 데 무게를 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입장에서는 미국 내 여론에 대한 고려도 해야 한다는 게 이런 시나리오에 힘을 실었다. 이 경우 환율 상단은 1480원 선으로 제시됐다.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증시와 환율 등을 모니터하고 있다. |
짧게는 주말 지나면 사태 안정…"美 여론·이란 명분 고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주말이 지나면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파병 반대 여론이 60%를 넘는 등 미국 내에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공습 이상의 지상군 투입은 거의 불가능한 경우의 수"라고 짚었다.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이란 침공 군사작전과 관련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 전쟁 권한을 가진 의회에서 허락해줄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것이다.
이란의 중요한 우방인 중국도 호르무즈 해역 봉쇄에 민감한 만큼 중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면 이란 입장에서도 더 길게 끌고 갈 명분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다만 조기에 끝내더라도 각자 지지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면피성 결과물은 필요하기 때문에 강 대 강 대치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경우 단기적 충격으로 당분간 환율이 장중 1480원을 상회할 순 있겠으나, 종가 기준 상단은 1480원으로 방어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이른 사태 진정 시 전쟁 직전 레벨인 1420~1440원 수준으로 다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 역시 '한 달 이내 진정'을 예상했다. 그는 "출구는 생각보다 길이 정해져 있다고 본다. 3월 말 정도면 발을 뺄 가능성이 높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 이라크전처럼 장기전으로 끌고 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명확해 때가 되면 이란 최고지도자 제거, 이란 무력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었다'는 프레임을 앞세워 발을 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 흐름 주목…1차 상단 75달러 시 1470원
변동성이 큰 상황 속 향후 유가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공포는 지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유가 1차 상단을 75달러로 봤을 때 환율은 1470원 정도 수준으로 연결될 걸로 본다"고 말했다. 정유시설 파괴 등 상황 악화로 유가가 85달러를 넘어서면 1490~1500원 근처까지 본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란 정부가 새로 수립되고, 핵 협상이 재개된다는 이야기만 나와도 불안감은 줄어들 것"이라며 "이란에서는 그런 조짐이 보이고 있으나 미국이 반대하는 입장이라 몇 주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릴라전이나 대테러전, 시아파 무장세력 관련 불안감은 잔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상군 투입을 포함한 전면전,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등 사태가 '최악의 상황'까지 간다면 1506원까지 뛰었던 전고점도 열릴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지난 4일 코스피 폭락 폭이 911테러 때보다 조금 더 컸다고 하는데, 극단적으로는 배 이상 더 폭락하고 외환 시장도 흔들리는 위험으로도 빠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 친미적 성향의 개혁적인 지도자 선출 얘기도 나오는 등 외교적 협상 여지도 있어 빠르게 체제가 복원되면 한 달 전후 마무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쟁 장기화보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장기화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봉쇄가 장기화하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일본처럼 미국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해오는 방식 등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문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110달러를 넘어가면 환율 역시 1500원을 웃돌 것이고, 그 이상은 유가와 금융시장 조정, 거기에 따른 인플레이션 이야기도 나올 텐데, 이 경우 1500원 이상으로 갈 것"이라며 "다만 이는 유가 측면에서 중동 정유시설 파괴 정도 되는 수준으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사태 진정 전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변정규 다이와증권코리아 FICC본부 상석본부장은 "당분간 조심스럽게 관망하다가 필요에 따라 거래하는 장세를 예상한다"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에 모두 변동성이 커지기 때문에 환율도 높이 올라간 만큼 하락 폭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 역시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이라며 "이란 문제 해소를 기점으로 전쟁 이전 수준으로, 혹은 이를 넘어서는 하향 안정화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짚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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