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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의 C] 106년 만에 빛본 김가진의 비밀편지…"북 3번 울리면 東京灣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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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농문화재단·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 특별전
1920년 대동단 무정부장 박용만에 보낸 편지…'독립전쟁' 필요성 강조
비밀결사 조직 '조선민족대동단' 조명한 첫 전시…유족들 소장품 공개
동농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 선언' 원본도…4월 24일 전문가 학술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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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이 무정부장 박용만에게 보낸 '일제본토침공계획을 의논한 편지', 한지에 묵서(墨書), 28.6 x 77.9cm, 1920.3.12, 김가진 후손 소장 [사진=동농문화재단]




106년 전인 1920년 3월 12일, 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은 대동단 무정부장 박용만(朴容萬, 1881~1928)에게 비밀편지를 보냈다. 김가진은 현재로 치면 국방부장관을 맡았던 박용만에게 독립전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쟁을 통해 국토를 회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일본 본토까지 침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중국과 친교를 맺고 미국과 연합하며 과격파와 협약을 체결하고, 이어서 러시아 영토 중에 가장 가깝고 적합한 곳을 우리 군사상 중심근거지로 삼아서, 연길(延吉)과 두 간도(墾島) 일대를 통할하는 것만 한 것이 없습니다. (중략) 동경만(東京灣)에서 말에게 물을 먹일 수 있을 것입니다.”

김가진의 비밀 편지가 106년 만에 빛을 본다. 동농문화재단과 조선민족대동단기념사업회가 오는 5월 31일까지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여는 특별전 ‘조선민족대동단-혈전을 불사코자’에서 김가진이 박용만에게 보낸 비밀 편지의 내용을 만나볼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조선민족대동단을 조명한 첫 전시다. 대동단 창설 107년 만이다. 전시는 3·1운동과 조선민족대동단의 탄생을 비롯해 대동단의 활약상, 대동단 선언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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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동단 107년 만 첫 전시[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동경만서 말에게 물 먹일 수 있을 것" 조선민족대동단은 1919년 3·1 운동을 계기로 창설된 항일 독립투쟁 비밀결사 단체다. 조직 성격이 비밀결사였던 만큼 관련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더구나 독립운동사 연구가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조선민족대동단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미진한 상황이다. 이번에 공개된 비밀편지가 우리 독립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되는 이유다.

김가진 유족은 그동안 이 편지를 비밀리에 보관해왔다. 김가진의 증손녀인 김선현 동농문화재단 이사장은 “증조부께서 상하이 임시정부로 망명하시고, 중국을 수만리 돌아다니셨다”며 “한국전쟁 등 전쟁을 겪는 와중에도 할머니가 유품을 잘 보관하신 덕에 편지와 서화 등 유물 600여점이 남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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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현 동농문화재단 이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특별전에 앞서 열린 기자정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02.27[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편지가 세상에 공개된 계기는 2024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동농 김가진 서예전 ‘백운서경’이다. 김 이사장은 “당시 전시를 준비하면서 탈초(초서로 쓰인 글씨를 읽기 쉬운 필체로 옮기는 작업)를 진행했다”며 “그 과정에서 이런 비밀편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이번에 공개하게 됐다”고 전했다.

김가진이 박용만에게 편지를 보낸 시기는 상하이 임시정부(임정) 내부에 균열이 일어났던 때였다. 독립운동가들은 전쟁, 외교, 인재양성 등 독립을 이루는 방안을 비롯해 임정 유지 등을 두고 치열하게 갈등했다. 안창호와 여운형은 임정을 유지하되 부분 개혁을 통해 독립운동세력을 강화하자는 개조파에 속했다. 반면, 신채호와 박용만은 임정을 해체하고 새로운 독립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창조파였다. 창조파는 무장투쟁을 중시했다. 이와 달리 이승만 등은 임정 유지를 주장했다.

김가진은 백야 김좌진 장군 휘하 북로군정서 고문으로 추대될 정도로 무장투쟁을 통해 독립의 길을 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번 편지는 독립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김가진의 굳은 의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료로 평가된다.

김가진은 이 편지에서 ‘북의 울림’을 언급하며 ‘진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 번 북을 울림에 교활한 왜적의 견고한 갑옷과 예리한 무기를 두들겨 팰 수가 있을 것이고, 두 번 북을 울림에 우리 강토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며, 세 번 북을 울림에 동경만(東京灣)에서 말에게 물을 먹일 수 있을 것입니다.”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다 조선민족대동단은 ‘대동(大同)’이라는 이름 그대로 차별 없는 세상을 지향했다. 신분과 계층을 넘어 조선민족이 하나로 뭉쳐 대한독립과 세계평화, 대동사회를 실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실제 조직 구성도 직업과 신분을 초월한 다양한 계층으로 이뤄졌다. 왕족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운동에 나섰던 의친왕 이강(1877~1955)을 비롯해 대한제국 대신을 지낸 김가진, 전협, 최익환, 백초월, 이신애 등이 참여했다. 황실 인사와 관료, 귀족, 유림, 종교인뿐 아니라 교사, 학생, 노동자, 상인, 보부상, 백정, 기생까지 모두를 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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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민족대동단 총재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선언' 원본, 종이에 경필(硬筆), 20.9 x 16.31cm, 1919, 김가진 후손 소장. [사진=동농문화재단]



3·1운동 이후 탄생한 조선민족대동단은 김가진을 총재로 추대하고, 통재부·추밀부·상무부·외무부·재무부·무정부 등 중추 기관과 그 아래 부설기관을 두었다. 이를 통해 행정·외교·재정·군사 기능을 분담하는 정부에 버금가는 조직 형태를 취했다. 또한 임시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특히 상하이 임정과 연통제(聯通制)로 소통하면서 비밀인쇄소를 운영, 항일 정보전 활동을 주도했다. 전국적인 조직망인 연통제는 임정의 소식을 국내에 알리고 군자금을 모집하는 데 활용됐다. 오늘날로 치면 전국을 실핏줄처럼 연결한 통신망과 같은 역할을 했다.

이 밖에도 황실과 대한제국 요인의 망명을 지원하고 군자금을 모집했으며, 상하이 교민 대상으로 시국강연회를 열었다. 제2의 3·1운동선언으로 불리는 ‘대동단 선언’을 발표하고, 일제 본토 침공을 모색하는 등 임정의 군사, 외교, 재정, 연락, 선전 활동을 분담했다. 아울러 의친왕 이강의 상하이 망명을 추진해 ‘고종이 나라를 합법적으로 일본에 이양했다’는 일제의 침략 논리를 깨부쉈다. 이는 항일독립투쟁의 정통성과 상징성 강화에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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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강북구 근현대사기념관에서 열린 '조선민족대동단 – 혈전을 불사코자' 특별전에서 이동국 독립큐레이터(전 경기도박물관장)과 김선현 동농문화재단 이사장이 '대동단선언' 원본을 관람하고 있다. 2026.02.27[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번 전시에서는 김가진이 직접 짓고 쓴 '대동단선언' 원본도 볼 수 있다. 이 역시 김가진 후손이 소장해 온 것이다. 조선민족대동단은 1919년 11월 28일 이른바 제2 독립만세운동 당시 정규식, 이신애, 박정선 등이 중심이 돼 종로에서 '대동단선언'을 발표했다. 상하이 망명 중인 김가진이 친필로 선언문 초안을 작성했고, 연통제를 통해 경성에 전달했다.

'대동단선언'의 주체 역시 3·1운동선언과 마찬가지로 33인이 중심이 됐다. 그러나 신분과 계층을 대표하는 각계각층이 전국적으로 참여한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남녀차별도 신분차별도 없었다.

선언서는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며 "최후의 한 사람과 최후의 한 시각까지 최대의 성의와 최대의 노력으로 혈전을 불사코자 이제 선언하노라"고 적어, 독립을 향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전시에서는 조선민족대동단의 성격을 보여주는 1920년 6월 작성한 '대동단사건에 대한 경성지방법원 1심 판결문'을 비롯해 김가진의 친필 ‘시국강연회’ 원본 등도 공개된다.

김선현 이사장은 "조선민족대동단은 중요한 항일 독립 운동 단체지만,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동단의 정신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4월 24일 근현대사기념관 세미나실에서 ‘대동사상과 사회’를 주제로 전문가 학술포럼을 개최한다. 한홍구 성공회대 석좌교수, 김동환 국학연구원 연구위원, 임경석 성균관대 교수 등이 발제와 토론으로 참여한다. 관람료는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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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동농문화재단]




아주경제=윤주혜 기자 jujus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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