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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은 총재 “정부지원 기업 선정,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게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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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아시아 2050 컨퍼런스’서 기조연설
지난 반세기 아시아 성공…지속될진 몰라
정부역할 기대 바꿔야…정책 효율성 점검
헤럴드경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아시아 국가 정부의 산업정책에 대해 “이제는 기업을 직접 선별하는 방식을 떠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창용 총재는 5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 2050 컨퍼런스(Asia in 2050 Conference)’에서 ‘아시아의 미래: 세계 성장의 엔진 역할은 계속될 수 있는가?(The Future of Asia: Can it remain the engine of global growth?)’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했다.

이 총재는 “1991년 이후 아시아는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8배 가까이 증가하는 경제적 성취를 이뤄냈다. 13개에 이르던 저소득국이 모두 중진국으로 도약하며 12억명 이상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며 “중국을 제외하더라도 아시아의 소득이 4.5배 증가해 아시아 외 지역(3.1배)을 크게 상회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지난 반세기 아시아가 거둔 성공이 앞으로도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성장 환경을 둘러싼 세계 경제의 중대한 변화가 있다”며 “예전보다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주요 변화들로 이 총재는 ▷탈세계화(deglobalization) ▷선진국의 제조업 자립화 ▷기술발전 등 세 가지를 꼽았다.

그는 “세계 경제가 점차 블록화(fragmentation)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경제 논리보다는 지정학적 고려로 재편되고 있다”며 “‘가격경쟁력만 갖추면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될 수 있다’는 전제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고, 지정학적 동조성(geopolitical alignment)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총재는 “최근 선진국들이 제조업 자립화를 추구하면서 산업정책에 복귀하고 있다”며 “2010년 이후에는 산업정책의 3분의 2 이상이 고소득 국가에 집중돼 있을 정도로 규모와 범위가 크게 확대됐고 목적도 경제 효율성을 넘어 국가 안보로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발전과 관련해 “최근에는 자동화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제조업이 예전만큼의 고용을 창출하지 못한다. 여기에 AI(인공지능)와 휴머노이드까지 확산하면 생산비용 하락으로 아시아의 제조업 비교우위가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 우선 정부 역할에 대한 기대를 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아시아 국가에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은 선진 제조업을 모방하고 기술을 습득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면서도 “이제는 상황이 변했다. 기술 최전선에 가까워진 국가일수록 더 이상 모방할 선진 모델이 없고, 정부가 특정 산업의 상업적 성공을 보장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이어 이 총재는 정부의 산업정책을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산업정책도 이제는 기업을 직접 선별하는 방식을 떠나, 민간 금융기관과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즉 온렌딩(On-lending)을 통한 간접 지원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며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택하여 지원할 때 ‘비가 올 때 우산을 뺏는다’는 정치적 비난을 우려해 중간에 성과가 나빠도 지원을 끊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기업을 선별하기보다는 프로젝트의 위험도에 따라 민간 금융과 함께 리스크를 나누고, 지원 기업의 선정은 민간 금융기관에 맡기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산업정책과 구조개혁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산업 기반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특정 산업을 먼저 육성하고 그 외부 효과로 경제 전체를 발전시키는 산업정책이 매력적이었다”면서도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전된 여러 아시아 국가들은 이제 두 정책의 상대적 효율성을 재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첨단 기술이 너무나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어떤 구조개혁이나 산업정책이 필요한지에 대한 예측이 몇 년 뒤에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 이에 따라 각국의 운명도 크게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유연한 정책 역량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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