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연 10만대 생산" 中 휴머노이드 '양산 폭풍'…한국 정조준

댓글0
中 지난해 6조원 투자 몰려…최대 2.5만대 생산
올해 10만대 전망까지…로봇 산업 '쩐의 전쟁'
中 로봇 기업 韓 공략…유통·제조 현장 확산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용 쇼'를 넘어 한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AW 서밋 차이나 휴머노이드'에서는 중국의 로봇 양산 속도와 공급망 확장, 데이터 중심 학습 체계 등이 한꺼번에 공개됐다. 현장에선 "연간 10만대 생산" 같은 숫자가 더 이상 과장이 아니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국내 제조업 현장과 유통망을 둘러싼 '중국 로봇의 파고'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경고음도 커지고 있다.

"명품보다 양산"…中 로봇 속도전

비즈워치

(왼쪽부터) 중국 로봇 기업 레주로보틱스의 쿠아보, 유니트리의 G1, 에지봇의 G2./사진=공동취재단


신형관 중국자본시장연구소 소장은 기조연설에서 지난해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량이 최소 1만3000대, 많게는 2만5000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는 기관마다 전망이 2만8000대에서 6만5000대까지 엇갈리고 업계 일각선 10만대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연간 10만대' 생산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산업 구조 변화의 신호라고 강조했다.

투자 열기도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중국 로봇 산업 투자 규모가 약 300억위안(한화 6조4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는 설명이다. 실제 판매 시장 규모는 약 90억위안(한화 2조원)으로 제시했다. 전년 대비 투자 건수는 2배, 투자 금액은 4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중국 로봇 산업의 특징으로 '명품'보다 '양산'을 꼽았다. 완성도를 서서히 끌어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제품을 빠르게 생산해 시장에 확산시키는 전략이다. 시행착오가 반복되더라도 로봇을 실제 현장에 투입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기술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신 소장은 "연구실에 있던 기술을 공장으로 끌어내고 다시 시장으로 보내는 과정이 빠르게 반복되고 있다"며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보다 먼저 시장에 풀고 학습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속도전의 배경에는 촘촘한 공급망이 있다. 신 소장은 "가령 미국에서는 로봇 부품 하나가 고장 나면 3~4주를 기다려야 하지만 중국에서는 하루, 길어도 몇 시간 내 해결되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며 "설계도를 그리고 잠시 국수를 먹고 오는 사이 필요한 부품이 공장에 도착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른바 '선전 스피드'다. 중국 남부 선전 일대에는 모터·센서·감속기·배터리 등 로봇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밀집해 있다. 설계 변경이나 수리가 필요할 경우 필요한 부품을 즉시 조달해 조립과 테스트를 반복할 수 있는 구조다. 이처럼 부품 조달과 수리, 재조립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로봇을 생산해 현장에 투입하고 다시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술 흐름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대형 AI 모델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지만 최근엔 데이터의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작업하며 생성한 데이터를 인터넷 데이터 및 합성 데이터와 결합해 학습하는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상하이 등지에서는 100대 이상의 로봇이 동시에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이터 팩토리'도 운영되고 있다. 로봇이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기반으로 AI 모델을 학습한 뒤 다시 로봇 성능을 개선한다.

생태계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휴머노이드 완성 로봇 기업만 약 160곳이 활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터·액추에이터·배터리 등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600개 이상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로봇 관련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산업에 뛰어든 기업 수가 1만곳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선 이를 두고 "거대한 로봇 산업 군단이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밀 조작의 벽…휴머노이드 '손 기술' 경쟁

비즈워치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기자와 악수하며 인간과의 상호작용 기능을 시연하고 있다./영상=강민경 기자


이날 발표에서는 휴머노이드 기술의 핵심 난제도 드러났다. 옌웨이신 상하이교통대 AI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현재 대부분의 손 조작 동작은 구현됐지만 젓가락으로 물체를 집는 동작은 아직 완전치 못하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기술 경쟁의 핵심이 결국 '손'에 있다는 의미다.

그는 인간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정교한 손 조작 능력과 이를 제어하는 지능을 꼽으며, 휴머노이드 역시 이러한 구조를 모방해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하체가 이동을 담당하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라면 상체는 손 조작과 감지·계획·의사결정 기능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에 핵심 기술로는 △통합 구동 모듈 △팔·손 통합 제어 △인간형 관절 구조 △다중 감각 시스템 등을 제시했다. 특히 팔과 손은 각각 분리된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 시스템으로 설계돼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복잡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촉각 센서 역시 중요한 기술로 지목했다. 사람처럼 시각으로 물체 위치를 확인한 뒤 촉각과 힘 감지로 미세하게 조정하는 과정이 있어야 정밀한 조작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간의 손은 손가락마다 여러 자유도를 가진 매우 복잡한 구조로, 이를 작은 로봇 손에 구현하는 일은 기술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본 연구팀은 인간 손 동작을 분석해 33가지 기본 조작 방식을 정의했다"며 "이 가운데 32가지는 구현했지만 남은 마지막 한 가지가 '젓가락질'"이라고 말했다. 이어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정밀한 힘 조절과 촉각 인식이 동시에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라고 덧붙였다.

비즈워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전망./그래픽=비즈워치


휴머노이드 산업의 궁극적 목표는 '가정 진입'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저우빈 푸리에 공동창업자 겸 부사장은 "휴머노이드가 진정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가정에 들어갈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자동차처럼 가정마다 로봇을 1~2대씩 두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로봇은 집안일과 요리, 노인 돌봄, 아이 돌봄 등을 맡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휴머노이드 상용화 경로로 병원서 시작, 커뮤니티를 거쳐 가정으로 확산되는 단계적 전략을 제시했다. 푸리에가 외골격과 재활 로봇 사업을 통해 구동 모듈과 제어 시스템, 보행 알고리즘 등 핵심 기술을 축적한 뒤 휴머노이드로 확장해 온 과정도 소개했다. 그는 "대형 언어모델이 틀린 답을 말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로봇 AI가 실수하면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물리적 안전과 AI 안전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성능 모두 앞선다"…中 로봇 공세

비즈워치

지난해 12월 중국 가수 왕리홍 연말 콘서트에서 유니트리 G1 6대가 무대에 올라 군무와 공중제비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영상=강민경 기자


중국 로봇 기업들은 한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행사에는 에지봇·유니트리·레주·푸리에 등 로봇 제조사와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화웨이가 참여했다. 에지봇은 이달 서울에 한국 영업을 총괄하는 사무소를 설립한다고 밝히며 사실상 '한국 전초기지' 구축에 나섰다. 유니트리는 국내 유통사를 통해 이미 판매망을 확보했다. 레주 역시 산업 현장 투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학과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해 중국 로봇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빙 로봇과 청소 로봇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 점유율이 높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유통업계에서는 "성능과 가격 측면에서 중국 제품을 능가하는 대안을 찾기 쉽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국이 앞서가는 배경으로는 '기술 자립'과 '정부 지원'이 함께 거론된다. 글로벌 로봇 매출 상위권에 중국 기업들이 대거 포진했고, 자체 생산 시설을 기반으로 손 부품까지 포함한 풀스택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지난 5년간 중국이 출원한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는 7705건으로 미국의 약 5배에 달한다.

동시에 춘절 갈라쇼 같은 대형 무대가 로봇 기술을 대중에 알리며 투자 열풍을 자극하는 구조도 형성됐다. 올해 들어 체화지능 분야로 4조원 이상 자금이 몰렸다는 보도도 잇따른다. 하루에 8000억원대 투자 유치가 발표되는 사례까지 등장, 업계에서는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가 차원의 표준 체계 마련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봇 컴퓨팅 사양과 데이터 생애주기 관리 모델 학습·배포 등 전 과정을 아우르는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비즈워치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4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2026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AW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비구동 모델을 국내 최초로 일반대중에 공개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만 변수는 있다. 미국이 엔비디아 H200 등 고성능 AI 칩의 중국 수출 제한을 추진하면서 중국 로봇 산업의 '두뇌'를 겨냥한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내부에선 "업체 난립 속 옥석 가리기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 기업들도 본격 대응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제조 전 공정에 오퍼레이팅봇과 물류봇·조립봇·환경안전봇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구상을 공개했다. LG전자는 가정용 로봇을 먼저 키운 뒤 산업용으로 확장하는 로드맵을 제시, 로봇 사업을 사업 개요에 명시하며 투자 확대 의지도 드러냈다.

현대차그룹은 '피지컬 AI' 전략을 앞세워 로보틱스 기술을 공장 현장에 접목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모델이 국내 공개됐고, 로보틱스랩의 모바일 플랫폼 로봇 '모베드'도 시연됐다. 아틀라스는 현재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부품 분류 작업 실증을 진행 중이다. 향후 생산 공정 투입도 검토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www.bizwatch.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비즈워치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이 기사를 본 사람들이 선택한 뉴스

  • 이투데이인천~나트랑 지연율 45.8% 달해⋯내년부터 지연된 시간 평가 반영
  • 뉴스1"취향따라 고르자"…경동나비엔, 나비엔 매직 인덕션 컬러 추가
  • 머니투데이새 주인 찾은 티몬, 1년 만에 영업 재개... 셀러 수수료 3~5% 책정
  • 이데일리하나캐피탈, 채용연계형 인턴 모집
  • 전자신문정관장 '기다림', '진짜 침향' 캠페인 나선다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