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자동차로 출근하는 A씨는 4일 단골 주유소에 걸린 가격표를 보고 후회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리터(L)당 1700원대였던 휘발유 가격이 이날은 1800원 선을 훌쩍 넘어있었기 때문이다.
#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소식을 접하기는 했지만, 국내 주유소 가격은 국제유가와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고 여겼던 게 오판이었다. '일단 급한 일부터 보고 내일 넣자' 했던 판단이 하루 만에 부담으로 돌아왔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3일 1707.43원에서 4일 1804.05원으로 96.62원 뛰었다. 하루 새 100원 가까이 올라, 화물차와 영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생계형 운전자들의 체감 충격이 더 컸다. [사진 | 연합뉴스] |
중동 사태의 여파로 기름값이 시차도 없이 급상승 중이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4일 기준 서울 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리터(L)당 평균 판매가격은 1842.55원으로 집계됐다. 전날 평균 1788.47원에서 54.08원 오른 수치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경유 가격 상승폭은 더 가팔랐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3일 1707.43원에서 4일 1804.05원으로 96.62원 뛰었다. 하루 새 100원 가까이 올라, 화물차와 영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생계형 운전자들의 체감 충격이 더 컸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경유가 하루만에 L당 94원 이상 오르는 등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났다. 4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L당 1777.48원으로 전날 1723.04원보다 54원가량 상승했고, 경유는 1634.62원에서 1728.77원으로 무려 94.15원 올랐다.
통상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국제유가 변동 이후 1~2주가량의 시차를 두고 움직인다. 정유사의 재고 물량과 도매가격 조정 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자 국제유가 급등 기대가 곧바로 소매가격에 반영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단가 부담, 추가 유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선제적 대응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이후 국제유가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개전 전인 지난 2월 27일 두바이산 원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71.24달러였지만 3일엔 82.84달러까지 치솟았다. 한편에선 중동산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 기름값 역시 중동 사태의 추이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름값을 올릴 때는 빠르게 올리면서, 내릴 때는 더디게 움직이는 '비대칭적 조정' 행태가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비자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현재 석유수급은 충분한 비축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기름값 패닉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유조선과 LNG선 운항에도 아직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사태가 장기화하고 수급 위기가 가시화하는 상황에 대비해 정부는 여수와 거제 등 9개 비축기지에 비축해 놓은 석유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는 등 비상 매뉴얼을 점검 중이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정부는 비축유 물량 1억 배럴을 달성, 우리나라는 비상시에도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210일 이상 사용할 수 있는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조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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