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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주차 임신중지’ 산모, 살인 유죄…재판부 “무작정 비난은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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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른바 ‘36주 태아 낙태’ 사건과 관련해 법원이 4일 낙태 수술을 맡은 병원장과 집도의에게 살인 혐의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산모 역시 살인 공범으로 유죄가 인정됐다. 다만 입법 공백에 따라 온전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는 이날 병원장 윤모씨에게 징역 6년과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범죄수익 약 11억5000만원도 추징했다. 또 수술을 집도한 의사 심모 씨에게는 징역 4년을, 산모 권모 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윤씨에게 환자를 소개하고 알선비를 챙긴 한모씨 등 브로커 2명은 각각 징역 1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앞서 권씨는 지난 2024년 7월 ‘총 수술비용 900만원, 지옥 같던 120시간’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리며 논란이 됐다. 보건복지부가 이를 수사 의뢰하며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임신 34~36주차였던 권씨는 윤씨의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태아를 출산했다. 이 태아를 냉동고에 넣어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경영난을 겪자 낙태 수술을 통해 돈을 벌기로 마음먹고, 2022년 8월부터 2024년 7월까지 브로커들에게 임신중절 환자 527명을 소개받아 총 14억6000만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세 사람의 살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빛 한번 보지 못하고 숨 한번 쉬지 못한 채 차디찬 냉동고에서 사망했다”며 “살인 범행은 우리 사회의 가장 절대적 가치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것으로 그 결과가 대단히 무겁고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짚었다.

산모 권씨 역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살인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태아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했고, 수술할 경우 의료진들이 어떠한 방법으로든 사망하게 할 것임을 예견할 수 있는 데도 그러한 위험을 용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입법 공백에 따른 혼란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와 관련해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형법상 낙태죄가 사라졌으나, 국회가 대체입법에 나서지 않아 제도 공백 상황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이에 재판부는 권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에 대해 “권씨를 엄히 처벌해야 마땅하나, 위기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법적 조치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번에 한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헌재 결정과 공백·혼란이 범죄 성립 여부를 좌우하지는 않지만, 참작할 여지는 있다”면서 “(권씨를) 무작정 비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임신을 초기에 인지하고 국가가 임신·출산·육아에 장애가 되는 사회·경제적 조건을 적극 개선하려고 노력했다면 이 사건과 다른 결과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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