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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R 1호’ 노리는 부산 기장·경주…탈원전단체 “검증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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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리 지역이 최적지” 부산 기장군 장안읍현안대책위원회와 주민 등이 2월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SMR 유치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장안읍현안대책위 제공


7800억 상당 지원금 책정 전망에
지자체·주민들 ‘유치 경쟁’ 돌입
탈원전단체 “세계 어디에도 없어”
일각 수도권 전기공장 전락 우려

부산 기장군과 경북 경주시가 국내 첫 소형모듈원전(SMR) 건립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유치를 통한 막대한 지원금 혜택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탈원전단체들은 “SMR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기술”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4일 기장군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의 SMR 부지 공모에 나서기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장군에는 고리원자력본부가 있다. 본부 내 고리원전 7, 8호기 건설이 예정됐던 부지가 남아 있어 주민 이주 등 절차 없이 빠르게 SMR 건설에 들어갈 수 있고, 2017년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이후 기존 송전망에도 여유가 있다는 게 기장군의 입장이다.

해당 지역 주민들도 이 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나섰다. 지난달 9일 장안읍현안대책위원회(현안위)를 주축으로 한 기장군민 46명은 서울 국회에서 ‘차세대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장군 유치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창호 현안위원장은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데이터센터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SMR 건설은 국가적 과제가 됐다”며 “기장군 장안읍을 SMR 초도호기 건설부지로 확정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경주시도 SMR 유치를 위한 범시민 추진단을 공식 출범시키고 관련 활동에 돌입했다.

경주시는 월성원전과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 등이 이미 설치돼, 관련 산업 기반이 집적되어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유치와 연계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SMR 산업단지 조성도 추진 중이다.

지자체가 이같이 SMR 부지 경쟁에 뛰어드는 이유는 천문학적 규모의 지원금이다. 정확한 수치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SMR의 설계 수명 80년 동안 7800억원 상당의 지원금이 책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1월 한수원은 1.4GW(기가와트) 규모 원전 2기를 2037~2038년까지, 0.7GW 규모 SMR 1기를 2035년까지 각각 준공하는 내용의 ‘신규 원전 건설 후보부지 유치 공모문’을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한수원은 이달 말까지 신청을 받은 뒤 평가위원회를 통해 오는 6월25일까지 부지 적정성, 건설 적합성, 주민 수용성 등을 평가해 후보지를 선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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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안전 볼모잡혀” 탈핵부산시민연대 등 탈원전단체들이 2월12일 부산 기장군청 앞에서 SMR 유치 신청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탈핵부산시민연대 제공


탈원전단체는 SMR이 아직 안전이 증명되지 않은 설비라는 점을 들어 유치전에 나선 지자체들을 비판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오전 탈핵부산시민연대 활동가와 주민 20여명은 기장군청 앞에서 ‘신규 원전 유치 시도 지자체장 항의방문 1차 전국 순회행동’을 열었다. 이들은 같은 날 울산 울주군과 경주시에서도 집회를 벌였다.

정수희 탈핵부산시민연대 활동가는 “SMR을 운용하는 곳은 아직 세계 어디에도 없는데, 우리나라는 설계도 끝나지 않은 SMR을 짓겠다고 한다”며 “결국 국민 안전을 볼모로 기술 수출을 위한 실험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역 일각에서도 ‘기장군과 경주시가 수도권의 전기공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SMR 건설에는 10년 이상이 걸리는데, 그때까지도 AI 발전을 위한 전력이 필요한 상황일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라며 “결국 용인 반도체 단지 전기 공급을 위해 신규 원전을 짓는다는 건데, 왜 영남지역이 발전 부담을 떠안아야 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y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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