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진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사진)가 선출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문고리 권력’으로, 이란 강경 군부인 이슬람혁명수비대의 강력한 지지를 등에 업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인 전문가회의가 이날 화상회의를 열고 모즈타바를 차기 지도자로 뽑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했다고 이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문가회의는 이르면 4일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모즈타바가 곧바로 미·이스라엘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모든 지도자는 제거 대상”이라며 하메네이의 후계자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56세인 모즈타바는 하메네이의 차남으로, 공식 직책을 맡은 적은 없지만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수십년 동안 혁명수비대, 준군사조직인 바시지 민병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의 권한을 일부 위임받아 행사해왔다며 제재 대상에 올리기도 했다.
모즈타바는 오랫동안 유력한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거론됐지만, 권력 세습 문제와 공직 경력 부족을 이유로 정당성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고 탄생한 이란이슬람공화국에서 부계 세습은 금기시되고 있다.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급부상한 것은 전시 비상상황에서 내부 안정을 우선시한 혁명수비대의 입김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존스홉킨스대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는 “만약 모즈타바가 선출된다면 현재 이란 정권 내에서 혁명수비대 측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혁명수비대가 ‘통제력’과 ‘정당성’ 측면에서 모즈타바를 지지했다고 분석했다. 이란 최고위층의 분열을 방지하고 보안군과 협력을 유지하며 내부 권력다툼을 저지하려면 모즈타바가 적임자란 것이다.
하지만 이란 정권에 반대하는 이들 사이에선 역풍을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 이란의 분석가 메흐디 라흐마티는 “정권 반대파들은 모즈타바를 최소 7000명의 반정부 시위대를 살해한 정권의 계승자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모즈타바가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같이 개혁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모즈타바와 가까운 정치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그는 매우 진보적이며 강경파를 소외시키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직에 오른다면 그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보복 및 확전이냐, 아니면 한발 물러선 협상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이란인터내셔널은 모즈타바가 두 가지 선택 모두에서 유리한 점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쟁을 택할 경우 유지 계승과 보복으로 포장할 수 있고, 생존을 위한 협상을 택할 경우 외부의 강요에 의한 굴욕이 아니라 하메네이의 후계자와 가족이 내린 결정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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