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동에 위치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앞),서울고등검찰청(뒤) / 이명원 기자 |
한국인 A씨는 ‘특정 가상 화폐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취지로 피해자 3명을 속여 총 1억2000만원을 가로챈 뒤 2019년 6월 캄보디아로 달아났다. 이후 A씨가 장기간 캄보디아에 머물면서 행방이 확인되지 않자 A씨의 가족들은 법원에 실종 선고 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A씨에 대해 실종 선고를 내렸다. 실종 선고가 내려지면 사망한 것으로 간주돼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다.
A씨는 지난 1월 캄보디아에서 추방돼 6년 6개월의 도피 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A씨는 이미 사망자로 간주돼 신분증이나 여권이 없는 상태였지만, 현지 대사관에서 발급받은 임시 여행 증명서를 통해 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A씨가 입국하자마자 그를 체포해 구속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구속 상태인 데다 가족과의 관계도 단절돼 직접 실종 선고 취소를 청구하기 어려운 점을 파악했다. 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의료보험 등이 필요한 점, 피해 변제를 위해서는 계좌 복구가 필요한 점도 확인했다. 이에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A씨를 대신해 법원에 실종 선고 취소 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A씨의 실종 선고 취소 사실을 신고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A씨가 사기 범행으로 빼돌린 돈 중 일부로 2500만원어치 가상 화폐를 샀는데, 도피 기간 동안 가격이 올라 9300만원 상당의 가상 화폐를 보유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주민등록번호가 말소된 상태에서는 가상 화폐 계좌를 이용할 수 없어, 돈을 인출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검찰은 A씨와 변호인, 피해자들을 만나 피해 회복 방법을 논의했다. 가상 화폐 거래소와도 협력해 A씨가 보유하고 있던 가상 화폐를 모두 처분해 피해자들에게 변제하도록 했다. 검찰이 법원에 실종선고 취소를 청구해 인용되면서 A씨의 주민등록번호가 복구됐고, 이에 따라 동결돼 있던 계좌에도 다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자 피해자들은 A씨에 대한 처벌 불원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4일 “앞으로도 엄정하게 사건을 수사하면서도 공익대표자로서 당사자의 인권 보호에 노력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통해 종국적인 분쟁 해결이 되도록 사건 처리에 정성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혜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