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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500원 돌파…원화 ‘최약체’에 당국 대응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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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간 40원 급락, 16개국 중 원화 낙폭 최대
단기 되돌림 vs 장기 고착화…중동 확전이 최대 변수
유가 급등 땐 물가 직격탄·통화정책 부담 확대
외인 이탈·달러 수요 우위…당국 대응 수위 주목
[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마침내 1500원을 넘어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숫자다. 중동발 전쟁 리스크가 확산되자 원화는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급락하며 최약체로 밀려났다. 증시 급락, 외국인 자금 이탈, 국제유가 급등 우려가 겹치면서 물가와 통화정책 부담까지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이번 충격이 단기 충격에 그칠지, 아니면 한국 경제 전반을 압박하는 장기 리스크로 번질지 외환시장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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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개국 중 원화 가치 ‘꼴찌’

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466.1원)보다 10.1원 오른 1476.2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는 1484.2원을 터치했다. 이는 장중 고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24일(1484.9원) 이후 약 두 달 만에 최고치다.

간밤 환율은 야간장에서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이란 전쟁이 발발한 이후 환율은 이틀간 40원 가까이 급락했다.

이번 급등은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로 촉발된 중동 분쟁 확산 우려가 직접적 배경이다. 전쟁이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고 장기화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됐고, 위험자산과 주요국 통화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원화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란 전쟁 발발 전후를 비교하면 원화 가치는 주요 16개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인 3.1% 절하됐다.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가 1.5% 상승한 것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 큰 낙폭이다. 엔화(-0.7%), 위안화(-0.6%) 등 주요 아시아 통화보다도 약세 폭이 컸고 브라질 헤알화(-2.8%), 남아프리카공화국 란드화(-2.6%)보다도 절하 폭이 컸다.

한국도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만큼 국내 주식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12% 이상 폭락하며 이틀간 20% 가까이 떨어졌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주식을 1조원 이상 순매수했다.

전쟁 장기화 땐 1500원 안착도…유가·물가 ‘비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4~5주 내 마무리될 것이라고 언급했지만, 향후 일주일 내 이란의 저항이 제압되지 않을 경우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 충격에 그친다면 과도하게 반영된 공포가 되돌려질 수 있지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1500원선이 일시적 고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위재현 교보증권 선임연구원은 “천연가스의 중동산 비중은 20% 수준이지만, 원유는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수입된다”며 “사태가 3~6개월 이상 장기화하면 물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 달러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지만, 시장은 장기화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며 “유가 상승 기대가 커지면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공포가 환율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기로 끝난다면 이란 사태 전 수준인 1400원 초중반대로 되돌림이 가능하겠지만, 장기화될 경우 상방 압력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상승할 경우 국내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수입 물가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곧 통화정책 부담으로 이어진다. 지난 2월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향후 통화정책 판단에서 환율과 부동산보다 “물가가 단연 중요하다”고 강조한 점도 다시 주목받는 배경이다. 시장에서는 유가 충격이 장기화돼 물가 불안이 고착될 경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환율이 1500원선까지 치솟자 시장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외환당국의 대응으로 옮겨가고 있다. 환율의 저항선이 무너진 만큼 구두 개입에 그칠지, 실개입에 나설지에 따라 단기 방향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환율 급등에 대한 외환당국의 대응 효과를 놓고는 시각이 엇갈린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속도 조절 차원의 대응은 필요하다”면서도 “이번에는 원화만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통화가 약세를 보이는 전방위적 달러 강세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충격이 동반된 상황에서는 개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1480원 부근에서 당국 개입성 물량이 일부 출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부담은 남아 있다. 환율 상승 기대가 재점화되면서 수출업체의 네고(달러 매도) 물량은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는 분위기다. 수입업체는 유가 상승 우려 속에 달러 확보 수요를 늘릴 가능성이 있다. 불확실성이 완화되지 않는 한 달러 수요 우위 구조가 이어지며 환율 상방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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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실시간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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