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의 프리미엄 브랜드 ‘덴자’에서 만든 고효율 전기차 Z9 GT. 하이브리드, BEV 등으로 라인업이 구분되며 이 중 BEV는 CLTC 기준, 전기로만 1000km 넘는 주행이 가능하다. 차체 바디가 유선형 라인을 지니고 있다. |
■ ‘주행거리 1000㎞ 돌파 경쟁’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형 Z9 GT 순수 전기차(BEV)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CLTC(China Light-Duty Vehicle Test Cycle) 기준 1036㎞에 달한다. 이는 같은 BEV 전작 기준 대비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수치다.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되는 양산형 전기차 중 주행거리 1000㎞를 돌파한 모델은 손에 꼽힐 정도. 덴자 측은 이번 신형 Z9 GT가 “세계에서 가장 긴 순수 전기 주행거리를 가진 양산차”라는 우위를 자신하고 있다. 전장 5195㎜, 전폭 1990㎜, 전고 1480㎜의 차체 크기와 3m 넘는 내부 휠베이스를 갖춰 BMW i7 급 차체 사이즈를 갖춘 고급 모델이다.
덴자 Z9 GT 실내. 제네시스 급으로 프리미엄을 지향한다. |
물론 CLTC 기준은 완만한 도심 주행 비중이 높아, 한국 환경부 인증 방식 및 미국 EPA 기준보다 수치가 후하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1000㎞’라는 물리적 체크 수치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 적지 않은 파격으로 받아 들여진다. 통상 CLTC 기준 1000㎞는 한국 기준 적용 시 약 700~800㎞ 내외로 환산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역시 국내 최고 기록을 가볍게 상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 국산 ‘최장 거리’ 모델과 비교해보니
현재 한국 환경부 인증 기준, 국내 시판 중인 순수 전기차에서 가장 주행거리가 긴 모델은 지난해 7월 출시한 현대차 ‘더 뉴 아이오닉 6(롱레인지 2WD, 18인치 휠)’로 562㎞이다.
공조기 사용을 제한하고, 효율 운행 주행시 600㎞까지 주행 가능한 EV다. 기존 ‘아이오닉 6’와 달리 동일한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 있는 4세대 배터리가 탑재돼 있다. 셀 용량이 기존 55.5Ah에서 60.3Ah로, 부피에너지 밀도는 618Wh/ℓ에서 670Wh/ℓ로 개선된 롱레인지 모델로, 배터리 용량은 84㎾h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출시한 더뉴 아이오닉6. 롱레인지 국내 최대 거리인 562Km, 스탠다드 경우엔 기존보다 70Km 늘어난 437Km를 달린다. |
더뉴 아이오닉6 실내. |
반면 덴자의 ‘Z9 GT’ 순수 전기차는 이를 크게 넘는 수치다. 무려 122.5㎾h 용량의 ‘블레이드 배터리(LFP)’가 탑재된다. BEV 경우는 102.3㎾h대와 122.5㎾h대 두 가지 배터리팩으로 구분돼 출시된다. 그야말로 ‘괴물 용량’ 배터리가 하부에 깔려 있는 것이다.
이는 풀사이즈 전기 SUV인 기아 EV9 롱레인지(99.8㎾h) 와 비교해도 ‘초대용량’이 들어간다 보면 된다. 셀투바디 기술을 최대한 적용, 차체 바디 남는 공간에 최대한 고밀도 배터리를 몰아 장착한 것이다.
특히 에너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면서도 장거리 주행 가능한 점은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이 같은 ‘Z9 GT’는 단순 주행거리 연장에 그치지 않고, 고성능 럭셔리 시장까지도 정조준한다.
이를 두고 완성차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BYD가 덴자 브랜드를 통해 배터리 매니지먼트 기술력과 에너지 밀도 극대화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며 “주행거리 1000㎞ 시대가 열리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주행거리 늘려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BYD는 왜 이렇게 최장 주행거리 확보에 공을 들이는 걸까? 이는 단순히 ‘멀리 가고 싶어서’가 아니다. 여기에는 충전 인프라 설치의 사회적 부담을 줄이려는 중국 정부의 국가적·기업적 전략이 깔려 있다.
바로 회당 충전 빈도 감소다. 주행거리가 1000㎞가 되면 일반적인 도심 운전자는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번만 충전해도 충분하다. 공공 충전소에 머무는 차량 대수를 물리적으로 줄여 인프라 확장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이다.
BYD 덴자 Z9 GT |
특히 중국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에서 춘절(설) 같은 대이동 시기마다 고속도로 충전소는 극심한 정체를 겪는다. 1000㎞ 주행이 가능하다면 중간 충전 없이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어, 특정 시기 전력 부하와 교통난, 사회적 갈등을 낮출 수 있다.
충전소 설치 속도가 전기차 보급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차 자체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은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결할 가장 ‘즉각적인 처방약’이 되어서다. 이 부분에선 국내 전기차 시장 환경도 예외는 아니다.
‘충전의 귀찮음’과 ‘겨울철 주행거리 저하’를 고려할 때, 이러한 모델들이 한국에 들아온다면 내수에도 강력한 구매 유인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BYD가 1000㎞ 넘는 EV를 지속 개발하는 것은 ‘전 세계 국가들이 충전 인프라 부족으로 고심하니 차가 더 오래 버티게 하겠다’는 셈법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2인승 전기차 제조 스타트업 한 관계자는 “중국 BYD가 1000㎞ 넘는 EV를 전략적으로 싸게 내놓는 시나리오를 상상하면 쉽지 않은 경쟁일 것 같다”며 “자율주행 업그레이드 보다 실질적인 장거리 항속 주행 차량 개발을 더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철 기자 so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