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中 '중국어로 학교 교육' 법제화 추진…국외 '분열행위'도 처벌(종합)

댓글0
민족단결촉진법 양회서 논의…전인대 대변인 "공동체 의식 강화 초점"
전문가 "소수민족 언어·문화·정치활동 제한 근거 확대"
연합뉴스

2020년 네이멍구 자치구 '중국어 수업 강제' 규탄하는 몽골인들
(울란바토르 EPA=연합뉴스) 몽골인들이 2일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반중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중국이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에서 학교 수업을 몽골어에서 중국어(만다린)로 대체하는 것을 규탄하며 중국 대사관까지 행진을 벌였다. jsmoon@yna.co.kr


(서울·베이징=연합뉴스) 권수현 김현정 기자 = 중국이 학교 교육에서 표준 중국어를 기본으로 사용하고 공공장소에서도 공용어를 우선시하는 내용의 법 제정을 추진한다.

해당 법안에는 해외에서의 '민족 분열 행위'도 처벌하고 공공시설이나 건물 등에 중화 문화·민족의 기호와 이미지를 표현하도록 장려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소수민족의 언어·종교·문화·정치 활동을 광범위하게 제한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독립적인 중국 정치 분석 기관 'NPC 옵서버'와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지난해 12월 이런 내용을 담은 '민족단결진보촉진법'(이하 민족단결촉진법) 초안을 마련했으며 오는 5일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NPC)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초안에 따르면 민족단결촉진법은 '중화민족 공동체 의식을 굳건히 하고 중화민족의 응집력을 증강'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소수민족 차별·압박 금지, 차이 존중·포용 등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민족 단결을 파괴하고 민족 분열을 조성하는 행위는 금지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세부 조항을 살펴보면 소수민족 언어 사용 권리를 제한·축소하는 내용이 눈에 띈다.

총 62개 조항 중 제15조는 국가 통용 언어, 즉 표준 중국어인 푸퉁화(普通話)의 전면적 보급과 관련해 '학교 및 기타 교육기관은 국가 통용 언어·문자를 기본 교육·교학 언어·문제로 사용한다'고 적시했다.

앞서 네이멍구 자치구 등 일부 지역에서 먼저 소수민족 학교 수업을 표준 중국어로 하고 있는데 이를 국가 차원에서 법으로 제정해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학교에서 티베트인, 위구르인, 몽골인 등 소수민족의 언어를 제2 언어로 가르칠 수는 있지만 핵심 과목 교육은 소수 언어로 할 수 없게 된다고 FT는 지적했다.

초안에는 국가 기관 공무에 푸퉁화를 사용하고, 국가기관·사회단체·기업사업조직 및 기타 사회조직이 공공장소에서 푸퉁화와 소수민족 언어를 동시에 사용할 필요가 있는 경우 위치·순서에서 푸퉁화를 두드러지게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은 인구 14억명 중 90%를 차지하는 한족 외에 조선족을 비롯한 55개 소수민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실제 소수민족은 이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사용 언어도 60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중 10여개 민족은 자체 문자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화' 추진 속도를 높이면서 표준 중국어 사용을 강조하고 있다.

당국은 작년부터 시짱(티베트) 자치구의 대입시험 가오카오(高考) 핵심 과목에서 티베트어를 제외했다.

2020년에는 네이멍구 당국이 현지 소수민족 학교에서 몽골어가 아닌 중국어로 수업하도록 하자 몽골족 수천 명이 '소수민족 문화 말살 시도'라며 항의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민족단결촉진법 초안에는 '민족 단결 파괴' 행위의 역외 처벌 조항도 포함됐다.

초안 제61조는 '중국 국외 조직이나 개인이 중국을 대상으로 민족단결진보를 파괴하거나 민족 분열행위를 한 경우 법적 책임을 추궁한다'고 명시했다.

이는 해외에서 소수민족 언어·문화 보존 운동을 하는 활동가들까지 국가 분열 시도 혐의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초안에는 또한 '민족단결진보 사업은 외부 세력의 간섭을 받지 않으며 민족·종교·인권 등의 명목으로 중국을 상대로 침투·파괴·비방·먹칠·억제·압박하는 모든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는 조항이 들어갔다.

미성년자의 부모나 보호자가 자녀에게 '민족 단결에 불리한 관념'을 주입해서는 안 되며 중화문화·민족의 상징과 형상을 공공시설이나 건물, 관광지 등에서 전시하도록 장려한다는 내용도 초안에 들어 있다.

이는 국가가 가정 내에서 이뤄지는 교육까지 감시·통제하고, 소수민족의 문화적 상징물을 제거하거나 중국식으로 강제로 바꾸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FT는 산시성 시안의 수백 년 된 모스크(이슬람 사원)의 돔이 2년 전 중국식 전통 지붕으로 대체된 것이 대표적인 '중국화'의 예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민족단결촉진법 제정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공동체 의식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러우친젠 전인대 대변인은 4일 전인대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민족단결촉진법 제정은 중화민족이 역사에서 미래로 나아가고, 전통에서 현대로 나아가며, 다원에서 하나로 응집되는 발전의 큰 추세에 순응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공동체 건설을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전국 민족 관계를 조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족 단결 진보 사업의 전반적 요구와 중요 원칙, 관련 주체의 책임 요구를 명확히 했다"면서 "공동의 정신적 터전을 구축하고, 교류·왕래·융합을 촉진하며, 공동 번영과 발전을 추진하는 측면에서의 구체적 조치를 규정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사실상 정부가 세부적 기준에 따라 분열 행위라고 판단할 경우 '책임'을 물어 처벌할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민족단결촉진법이 시행되면 중국 소수민족 문화 쇠퇴가 빨라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카네기멜론대에서 현대중국·티베트 역사를 연구하는 베노 와이너는 "이 정책이 시행되면 한족이 아닌 중국인이 분리주의자나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 불만을 표현할 방법이 없어진다"고 FT에 말했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ASPI)의 닐 토머스 연구원도 "이 법은 소수민족 집단의 종교·문화·정치적 활동을 제한하는 법적 근거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베이징의 한 모스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inishmor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네이버 연합뉴스 채널 구독하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연합뉴스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로 연결

지금 봐야할 뉴스

  • 비즈워치"닭가슴살 지겹다"는 댕댕이…'북어 통살'은 어떨까
  • 프레시안아산시민연대 “사법처리 역대 시장 기록 명확히 남겨야”
  • 아이뉴스24"일본 가면 '어깨빵' 조심해라"…주일 中대사관 경고
  • 아주경제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 막는다…투기성 1주택 규제 검토

쇼핑 핫아이템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