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완화 기대⋯그림자 외환시장 확대 우려
AML 의무 강화·거래 보고 기준 신설 등 제도 대응 제안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결제수단을 넘어 통화정책과 외환시장, 지급결제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 제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할 경우 통화정책의 실물경제 파급 경로가 바뀌고 통화주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토스의 금융경영연구소 토스인사이트는 스테이블코인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보고서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의 경제적 영향분석 및 정책제언’을 발간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앞서 공개된 ‘스테이블코인: 새로운 금융 인프라의 부상’과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대, 원화의 선택: 글로벌 트렌드와 국내 실행전략’에 이은 후속 연구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디지털 결제 기술이나 가상자산 산업의 문제로 보지 않고 통화정책 전달 경로와 외환·자본 이동, 지급결제 인프라와 직접 맞닿는 금융 제도로 규정했다. 기술 경쟁력이나 산업 모델의 우열을 판단하기보다 스테이블코인이 경제 시스템에서 어떤 비용과 편익을 만들어내는지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연구에는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을 비롯해 주현수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박선영·현정환 동국대 교수 등이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1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국내에서 교환의 매개 수단으로 널리 사용될 경우 통화정책의 작동 방식이 변화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통화 공급이 늘어나면 자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고 상대적으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특정 국가 통화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다른 국가에서 널리 사용될 경우 통화 대체 현상이 발생해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봤다.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2장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외환시장 안정성과 자본유출입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평시와 스트레스 상황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평시에는 결제 효율성과 금융 혁신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디페깅(de-pegging)이나 코인런 발생 시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는 등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도입될 경우 가상자산 시장의 ‘김치 프리미엄’을 완화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스테이블코인 기반의 ‘그림자 외환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자금세탁방지(AML) 의무 강화와 거래 보고 기준 신설 등 제도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3장은 지급결제 제도 측면에서 스테이블코인이 기존 화폐와 ‘같은 돈’처럼 기능하기 위한 조건으로 ‘화폐의 단일성’을 다뤘다. 연구진은 스테이블코인이 법정통화와 언제든지 액면가로 교환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준비자산과 환매 메커니즘이 안정적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과 유통 구조 역시 금융 시스템과 연계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화폐가 교환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을 구축하고, 최종 결제가 중앙은행 화폐로 이뤄지는 구조를 마련한다면 화폐 시스템의 분절화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토스인사이트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허용 대 금지’의 이분법을 넘어 설계와 규율의 문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홍기훈 토스인사이트 연구소장은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논의는 기술·산업 담론을 넘어, 거시경제·국제금융·지급결제제도의 결합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투데이/김이현 기자 ( spes@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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