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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가 만든 새 치료 수요…'노안 치료제' 적응증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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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의식 기자]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노안 유병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 노안 치료 환경은 여전히 안경·수술 중심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비침습적 약물 치료 옵션의 제도화 필요성이 제약업계와 안과 의료진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5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1,051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20.3%를 차지했다. 이는 2015년 662만 4,000명(13.1%)과 비교해 약 389만 명 증가한 수치다. 2026년에는 고령인구가 1,112만 5,016명으로 늘어나 전체의 21.5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노안은 수정체 탄력 저하로 인해 연령 증가와 거의 비례해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인데다 고령인구 증가 자체가 곧 노안 환자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구 통계만 봐도 노안 치료 수요는 앞으로 장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역학 자료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영국 콘택트렌즈학회 공식 학술지 '콘택트 렌즈 앤드 전안부(Contact Lens & Anterior Eye)'에 따르면 전 세계 기능적 노안 환자는 2015년 기준 약 18억 명(24.9%)으로 추정됐으며, 2030년에는 21억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정되지 않은 노안 또는 원거리 시력장애 인구는 2020년 11억 명에서 2050년 18억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A 안과 전문의는 "노안은 단순히 가까운 글씨가 안 보이는 문제를 넘어서, 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 사용, 운전, 업무 수행 등 일상 기능 전반과 직결된다"며 "초고령사회로 갈수록 노안 관리 실패는 개인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사회적 생산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안 치료는 아직 보조수단 중심

현재 국내에서 노안을 관리하는 방식은 크게 돋보기·다초점 안경·콘택트렌즈 등 보조기기, 굴절교정술·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 등 시술·수술 그리고 점안제 기반 약물 치료로 나뉜다.

이 가운데 약물 치료는 아직 '표준 치료 옵션'으로 제도화되지 못한 상태다. 국내에는 노안을 적응증으로 정식 허가를 받은 점안제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A 안과 전문의는 "일부 의료진이 축동 효과를 활용해 점안제를 오프라벨로 사용하고는 있지만 이는 제도권 치료라기보다는 개별 의료진 판단에 의존하는 방식"이라며 "노안 치료에서 약물 옵션이 아직 공식적인 치료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노안은 단기간 처방으로 끝나는 질환이 아니라 반복적·장기적 관리가 필요한 영역"이라며 "약물 치료가 오프라벨 형태로만 존재하면 환자군 설정, 장기 안전성 데이터 축적, 이상반응 관리 체계 구축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안 개선 의약품, 오프라벨 넘어 적응증으로"

제약업계에 따르면 노안 개선에 효과적인 의약품은 국내에 출시돼 있다. 대우제약은 지난해 말 필로카르핀염산염 1% 점안제 '필로스타점안액 1%'를 출시했다.

필로카르핀은 동공을 수축시켜 초점 심도를 증가시키는 이른바 '핀홀 효과'를 통해 근거리 시야를 개선하는 기전이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미 노안 치료용 약물로 임상 개발이 진행됐고, 일부 제품은 정식 허가를 받았다.

실제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은 필로카르핀염산염 1.25% 점안액을 성인 노안 치료제로 승인했으며, 2023년에는 필로카르핀염산염 0.4% 점안액이 동일한 적응증으로 허가를 받았다. 2026년에는 카르바콜과 브리모니딘을 결합한 복합 점안제가 노안 치료제로 승인됐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이 성분 점안제의 허가된 효능·효과는 녹내장 진단 또는 치료 목적의 축동으로, 노안 적응증은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B 안과 전문의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연속적으로 노안 점안제를 승인했다는 것은 노안을 단순 보조기기 영역이 아니라 치료 영역으로 공식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라며 "해외에서는 이미 안경과 수술 사이에 약물 치료라는 새로운 축이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필로카르핀 계열은 기전상 노안 개선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고, 해외에서는 이를 임상적으로 입증해 허가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필로스타는 안경을 벗어야만 볼 수 있었던 휴대폰의 작은 글씨를 투여 후 20분 이내에 명확하게 볼 수 있을 만큼 드라마틱한 효과가 장점으로, 노안으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라고 했다.

다만 노안은 대부분 장기간 반복 사용이 필요한 질환이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통한 유효성·안전성 검증과 허가 라벨링이 없으면 의료진 입장에서도 적극적으로 치료 옵션으로 권하기 어렵다. 현재는 오프라벨 활용 가능성만 존재할 뿐 노안 치료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서는 적응증 확보가 필수적이다.

제약업계 역시 시장 진입의 장애물로 적응증을 꼽았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오프라벨 사용은 초기 시장 진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치료가 표준으로 자리 잡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적응증이 없으면 임상 근거 축적, 투약 가이드라인, 보험 논의, 환자 정보 제공 모두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이미 노안 점안제가 치료 영역으로 제도화되고 있는데 국내만 오프라벨 중심으로 머무를 경우 치료 접근성과 시장 경쟁력 모두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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