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원유 조달·해상 리스크…호르무즈 봉쇄 최대 변수
단기 수혜 가능성 있지만…장기 수요 둔화 우려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국내 정유사에 사상 최대 실적을 안긴 ‘호황 트리거’였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사태는 당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변수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전쟁이지만, 수익을 좌우하는 변수가 더 복합적이라는 점에서 정유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2022년 SK이노베이션 영업이익은 3조9989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영업이익 3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 최대 실적을 돌파했다. 에쓰오일은 러-우 전쟁이 발생했던 1분기 이미 첫 분기 영업익 1조원을 돌파했었다.
같은 기간 GS칼텍스의 영업이익 역시 3조9795억원으로 전년보다 97.1% 늘었고, HD현대오일뱅크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55% 넘게 증가한 2조7897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주요 정유사들의 역대급 호황은 러-우 전쟁 영향이 컸다. 특히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와 석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 점이 결정적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정제설비가 줄어든 상황에서 제품 공급이 막히자 정제마진이 폭등해서다. 원유를 정제해 판매하는 국내 정유사 입장에선 마진이 급격히 확대되는 구조였다. 여기에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평가이익까지 더해지며 정유사들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이번 이란 공습 사태는 구조가 다르다. 이번 공습 사태의 핵심은 ‘제품 부족’이 아닌 원유 공급과 해상 운송 리스크기 때문이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교역로다. 해협의 봉쇄 가능성이나 선박 피격, 보험료 급등 우려 등은 원유 가격 상승과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물론 당장 국내 원유 수급에 대한 우려는 제한적이다. 우리 정부가 원유·석유제품 약 208일분을 확보해 둬서다. 단기적으로는 러-우 전쟁 때처럼 유가가 상승하고 정제마진이 확대돼 정유사에는 일시적인 수익 개선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2022년은 코로나19 이후 리오프닝이 본격화하며 석유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던 시기였다. 그러나 현재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와 제품 수요 부진 등으로 수요 증가세가 과거만큼 강하지 않다. 유가 급등이 장기화하면 경기 둔화로 소비 위축이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결국 이는 정유사에 정제마진 축소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이번 사태가 중동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원유 공급 자체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주요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되는 사례까지 나왔다. 만일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게 되면 정유사들의 우려는 마진 문제를 넘어 조달 불안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한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 수혜와 중장기 리스크가 겹치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단기 수혜 가능성은 있지만, 중동 전쟁으로 확산하면 부담 요인이 더 크다”고 우려했다.
[이투데이/손민지 기자 (handmi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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