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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팀장 컴퓨터 훔쳐 계정 암호까지 변경했지만…法 "절도죄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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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업체 前 대표 업무방해 혐의만 유죄 인정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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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회사가 경영난에 시달려 개인 재산 출자를 요구받자 회계자료 검토차 담당 직원 컴퓨터를 자택에 가져가 암호까지 바꾼 대표이사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법원은 회사 물품에 대한 대표이사의 점유권을 인정하면서 범행 경위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절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3단독(김성은 판사)은 특수절도·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이오 업체 前 대표이사 70대 백모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백씨는 2024년 12월 회사 사무실에 있던 회계팀장 A씨 컴퓨터를 자택에 가져온 뒤, 회사 관리자 모드로 접속해 A씨와 최고재무책임자(CFO) B씨의 인트라넷 비밀번호 및 컴퓨터 암호를 변경하고 A씨 계정 권한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백씨가 자신의 자녀를 새 관리자로 등록·설정함에 따라 A씨와 B씨는 일정 기간 인트라넷에 접속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그는 회사가 자금난에 봉착하자 같은 해 8월 한 투자사로부터 '대표이사 직무를 내려놓고 업무를 위임하라'는 요청을 받고 실제 연구개발 업무에서 배제돼 해외마케팅과 회사 전체 업무 총괄 역할만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씨로부터 약 5억6000만원 상당의 개인 재산 출자까지 요구받자, 사재 납입에 의한 유상증자 관련 이사회 결의 및 이를 조건으로 한 추가 투자 요청 미팅을 하루 앞두고 회계자료를 열람하기 위해 범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백씨는 범행 전날과 당일 회사에 방문해 A씨에게 회계자료를 건네받으려 했으나 모든 임직원이 출근하지 않아 자료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 과정에서 백씨 측은 A씨 컴퓨터에 암호가 설정돼 접속이 어려웠던 탓에 회사 관리자 모드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재판부는 "관리자 모드로 접속해 컴퓨터 등에 설정된 암호와 인트라넷 계정 비밀번호까지 변경하면 계정 명의자가 인트라넷에 접속할 수 없게 되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피고인이 실수로 암호를 초기화했다고도 주장하지만, 실수로 조작하면서 특히 회계자료 접근 권한이 있는 직원들 계정에 한해 초기화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A씨와 B씨의 인트라넷 대화 내역을 알아내기 위해 초기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정 당사자에게 통지 없이 암호를 임의로 변경해 회사 업무에 필요한 인트라넷에 접속하지 못하게 한 것은 권한 관리 기능을 남용한 것"이라며 "컴퓨터를 반납하면서 암호를 알려줬다는 것만으로 업무방해 고의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업무가 방해될 것이라는 결과 발생 가능성이나 위험을 예견할 수 있었던 이상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다행히 인트라넷 계정이 빠르게 복구돼 업무방해 기간이 길지 않았다"며 "회사 피해도 크지 않았으며,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수절도 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재 납입으로 인한 출자와 관련해 회계자료를 확인하고 추후 반환할 목적으로 컴퓨터 등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며 "나름대로 적법한 방식으로 회계자료를 확인하려 했으나 이사회를 앞둔 상황에서 임직원들의 협조를 얻을 수 없었다. 피고인의 행위 목적은 대표이사로서의 직무 집행을 위해 회사 회계 등 전반적인 경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대표이사는 회사 소유 물품들에 대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일반적·포괄적인 점유를 개시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형사처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절취할 동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psh@fnnews.com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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