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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 르포] "싼맛에 탔다가 발묶였어요"..중동항공사 여행객 300만원 더주고 항공사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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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가운데 1일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이 결항 되고 있다. 2026.3.1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카이로(이집트)=서윤경 기자]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대(對)이란 군사작전과 함께 하늘길은 사실상 봉쇄됐다.

사업을 위해, 여가를 즐기기 위해 여정에 나선 이들도 그 타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특히 오일머니를 앞세워 대형항공기, 저렴한 가격으로 빠르게 성장한 중동국적기를 선택한 여행객들은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 2일 이집트 카이로의 기자지구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 박은수씨(61)는 "남편이랑 은퇴 여행을 왔는데, 갑자기 뉴스를 들었다"며 "카타르항공을 이용해서 왔고 내일 출국할 예정이었는데 여행사가 터키항공으로 급하게 변경했다. 앞으로 중동국적기는 못 탈 거 같다"고 말했다.

국회도 나섰다.

한국시간으로 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이란 사태 당정 간담회'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를 중심으로 여행객을 포함한 단기 체류자가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며 "이들은 인접국으로의 육로 이동이나 영공이 개방된 국가를 통한 귀국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중동국적기

대표적인 중동국적기는 에미리트항공, 카타르항공, 에티하드항공 등이 있다. 이들 항공사들은 A380 여객기 등 첨단 항공기와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 국적항공사들이 운항중인 유럽 노선 등에 대한 운항 횟수 확대에 적극 나섰다. 이후 빠르게 성장하면서 우리나라 국적기 자리마저 위협했다.

지난 2023년 인천국제공항에서 세 항공사를 이용한 이용한 여행객은 80만4795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가장 큰 강점은 역시나 저렴한 항공권 가격이다. 해당 국가들이 석유 부국인 해당 국적의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유류세를 따로 내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국적 항공사 대비 3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의 입지상 환승 연계의 편리성과 높은 서비스 품질도 중동국적기가 매력으로 다가온 이유였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위협하던 2020년 당시 팬데믹에 대한 대응을 가장 잘하고 있는 항공사 순위에서도 줄세우기 하듯 이들 항공사들이 1, 2,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당시 세이프 트래블 바로미터(Safe Travel Barometer)는 전 세계 230개 이상의 항공사를 대상으로 '세이프 트래블 스코어(Safe Travel Score)' 평가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에미레이트항공이 5점 만점에 4.4점을 획득하며 1위를 차지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로 이름을 올렸다. 에티하드와 카타르항공이 각각 뒤를 이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12위였다.

낭패가 된 중동국적기

이 같은 이유로 중동국적기를 선택한 여행객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 등으로 의도치 않게 여러 어려움에 처하게 됐다.

카타르 현지에 묵고 있는 직장인 김성진씨(38)는 "여행사에서 준비한 호텔에 숙박했는데, 경유편이라 화물을 받지 못한 상태로 공항에서 씻지도 못한 채 하루를 보냈다"면서 "일행 중 화물에 약이 있어 어려움을 호소한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후 상황도 설명했다. 김씨는 "다행히 공항에 가서 수하물 표를 보여주고 짐을 찾기는 했는데 어제부터는 경찰이 아예 공항 접근을 못한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비행기도 크고 서비스도 좋아서 평소 중동항공기 이용 많이 했는데 이제는 생각이 달라졌다"고 덧붙였다.

도하와 두바이에 강제로 체류 중인 여행객들은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UAE 여행 중 상황을 접한 A씨는 익명을 요청하며 "현재 차량으로 국경을 넘을 계획"이라며 "동행할 한국인 여행자들과 비용을 각자 부담해서 오만이나 사우디아라비아 쪽으로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동국적기를 이용한 여행객들도 분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직접 타격 국가에 머무르는 아니지만, 카타르 도하나 두바이를 거쳐야 하는 여행객들은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집트를 여행 중인 강은주씨(54)는 "이집트 이후 요르단 일정이 있었는데 그건 여행사가 취소했다"면서 "각자 방법을 모색중인데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으로 우회해서 한국으로 들어가는 방법을 찾고 있다. 여행사가 해 줄 수 없어 여행자들이 알아서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집트 교민 단톡방에도 여행객들의 상황이 전해졌다.

한 여행자는 "터키로 가기 위해 비행기 티켓을 발권했다. 35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고 했고 "항공사를 터키항공으로 바꿔서 이스탄불, 타슈켄트를 거쳐 들어간다"고 전했다.

각자 도생…보상은 없다

문제는 여행사나 보험회사 측 모두 마땅한 보상 기준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보니 모든 부담을 여행자들이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정부는 이날 중동에 체류하는 자국민들에게 즉시 떠날 것을 촉구하며 이집트를 포함해 16개국의 명단을 발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이란이 보복 타격으로 맞대응하면서 확전 양상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카이로에서 단체 여행 중인 한 여행객은 "정부가 별다른 지침을 내리지 않으니, 눈치를 보며 일정을 진행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보험사 역시 여행자보험은 테러나 전쟁 상황에 대해선 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형 화재보험사 관계자 역시 "규정에 따라 어쩔 수 없다"면서 "해외 항공기 지연 등의 배상은 있는데, 그건 보상의 수준이 적어서 도움이 될지 알 수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항공사 역시 보상 규정을 제시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 중'이라는 안내문만 고지했을 뿐이다.

김 의원은 국회에서 "현재 중동 지역 13개국에 우리 국민 약 2만1000여명이 체류 중이고 이중 두바이를 중심으로 여행객을 포함한 단기 체류자가 약 4000명으로 추산된다"면서 "여행객과 단기 체류자의 경우 인접국으로의 육로 이동이나 영공이 개방된 국가를 통한 귀국 방안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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