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띄워도 괜찮을까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이란이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한 가운데 보트 한 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선박 항로 폭 3㎞ 불과한 해협
중동 산유국 대부분 수출 항로
세계 해상 원유 수송 20% 차지
자국의 영해라며 통제권 주장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을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경제적 중요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로다. 평균 너비는 약 50㎞, 폭이 가장 좁은 곳은 33㎞이며 선박 통행이 가능한 항로는 양방향에서 각 3㎞에 불과하다.
규모는 작지만 절묘한 위치 때문에 존재감은 크다.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 대부분의 원유·가스 수출선이 인도양으로 나아가려면 이 해협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 중 하나인 카타르는 거의 모든 LNG를 이곳을 거쳐 운송한다. 이 때문에 ‘세계 에너지의 동맥’이란 별명이 붙었다.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다. 이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80%가 아시아 지역으로 간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이 자신들의 영해에 있다는 이유로 통제권을 주장해왔다. 미국 또는 주변국과 분쟁이 발생할 때면 해협 봉쇄를 위협 카드로 꺼내 들었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이란은 해협 봉쇄를 반복적으로 위협했고, 유조선을 겨냥한 기뢰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번 무력 충돌로 인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여파는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원유 수급을 중동에 의존해온 중국과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세관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2024년 소비한 석유의 약 75%를 수입했으며 이 중 약 44%가 중동산이었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일본은 9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게 되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유럽의 경우 가스 수입길이 막히면서 에너지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유럽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러시아산 가스 수입 의존도를 45%에서 15% 수준까지 낮춘 상태다.
가디언은 “카타르산 LNG는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며 “가스 쇼크가 현실적이고 즉각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이 개시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오가는 선박이 평상시 대비 70% 급감하는 등 물류는 이미 타격을 입고 있다. 컨테이너 운송사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의 제러니 닉슨 최고경영자는 선박 750여척이 호르무즈 해협에 묶여 있으며 이 중 100여척은 컨테이너선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다.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전 세계적으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 아사히신문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겠지만 장기화하면 각국에서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제유가는 출렁이고 있다. 2일 미 ICE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82.37달러로 전 거래일 대비 13% 치솟았다가 6.7% 상승한 77.74달러로 장을 마쳤다.
미국 휘발유 가격도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3달러를 돌파했다. 원유 가격이 10달러 오를 때마다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약 25센트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다만 미 백악관은 현재 유가 상승을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국가 위기상황에 대비해 저장해 놓은 전략 비축유를 방출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4억1500만배럴 규모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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